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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칼럼 > 안병수의 바르게 먹자 칼럼 목록 > 내용   2007년10월12일 제6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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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스, 어찌 그리 바삭한고

▣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지은이 baseahn@korea.com

그 집 돈가스는 참 신기하다. 맛도 맛이지만 입에서 바스러질 듯 씹히는 식감이 경쾌하기 그지없다. 튀김유가 다른 것일까. 경화유를 사용하면 더 바삭바삭하다고 하던데. 그래서 고기에 빵가루를 묻혀 집에서 손수 튀겨본다. 튀김유는 쇼트닝으로. 그러나 그 집 돈가스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친다. 이번엔 훨씬 높은 온도에서 튀겨본다. 또 돈가스에서 최대한 기름을 빼보기도 한다. 하지만 차원이 다르다. 뭔가 비결이 있는 듯하다. 뭘까.


△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혹시 첨가물을 생각해보셨는지? 첨가물은 마법의 가루라 하지 않던가. 눈을 즐겁게 하고 혀를 기쁘게 하는 것만이 첨가물의 일이 아니다. 이처럼 이를 유쾌하게 하는 것도 첨가물이 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다. 기왕 얘기 나온 김에 그 과정을 들여다보자. 먼저 등장하는 물질이 증점제로 알려진 ‘검(gum)류’다. 구아검·로커스트콩검·트라가칸스검 등 많은 검류 가운데 아무거나 선택하면 된다. 흔히 사용되는 것이 구아검이다. 이 검을 물에 녹여 용액으로 만든다. 돈가스 고기를 이 용액에 점벙 담근 다음 ‘튀김옷’을 입히는데, 이때 두 번째 첨가물이 등장한다. 바로 ‘인산염’이다. 인산염 가운데 주로 사용되는 것은 폴리인산나트륨. 이 물질이 튀김옷에 들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빵가루를 묻히고 기름에 튀긴다. 이것이 그 집 돈가스를 신기하게 만드는 비결이다.

문제는 이런 작업이 선뜻 내키지 않는다는 점. 아무리 바삭바삭한 돈가스가 좋기로서니 그렇게까지 만들 필요가 있을까. 구아검이니 폴리인산나트륨이니 하는 물질들 때문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내 집 부엌엔 왠지 어울리지 않는 첨가물이다. 이 물질들을 둘러싼 베일을 살짝 걷어보자.

구아검과 같은 검류는 다행히 천연 물질이다. 특정 식물체에 들어 있는 점착성 물질을 추출해서 얻는다. 하지만 유감스러운 것은 이런 유형의 물질들이 우리 인체에겐 낯설다는 사실. 과량 섭취했을 때 천식이나 식도폐색 현상을 일으킨다는 보고가 있다. 대체로 알레르기 유발물질로 분류되고 있어 고약하다. 또 폴리인산나트륨 따위의 인산염은 어떤가. 전형적인 합성 첨가물이다. 아무리 믿을 만한 물질이라 해도 태생이 다르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뒷구석 어디에선가는 반드시 엉뚱한 짓을 하게 되어 있다. 그 대표적인 것 중의 하나가 체내에서 미네랄의 흡수를 방해한다는 사실이다. 폴리인산나트륨의 경우 자주 먹게 되면 위장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요식업소 돈가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식품 매장에서 파는 냉동 돈가스를 보자. 이 제품들은 포장돼 있어서 사용 원료를 확인할 수 있다. ‘구아검’ 표기를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인산염은 안 보인다고? 인산염은 자신의 이름표를 달고 다니는 일이 거의 없다. 산도조절제라는 공동 이름표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튀김가루’로 팔리고 있는 제품들이 궁금해진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에도 산도조절제 이름이 올라 있다. 그게 바로 인산염일 터다. 어쩐지 이런 튀김가루를 쓰면 훨씬 부드럽더라니.

사실 이와 같은 이상한 물질들은 돈가스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튀김 식품에는 거의 사용된다. 그래서다. 돈가스 같은 튀김 식품은 가급적 먹지 않는 게 최선이다. 굳이 첨가물이 아니더라도 튀김 식품을 경계해야 할 이유는 많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