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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칼럼 > 안병수의 바르게 먹자 칼럼 목록 > 내용   2007년02월14일 제6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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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욕이 부른 괴물, 보조식품

▣ 안병수 <과자,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지은이 baseahn@korea.com

<섬유소의 협박>(Fiber Menace)이라는 책을 쓴 콘스탄틴 모나스티스키는 소수 의견 내는 것을 즐기는 학자로 보인다. 그는 저서에서 시종일관 섬유소를 먹지 말라고 충고한다. 현대인은 섬유소가 부족해서 탈이 아닌가. 먹지 말라니. 그러나 혼란스러워할 것까진 없다. 그가 먹지 말라는 것은 ‘섬유소 보조식품’(fiber supplement)이다.

모나스티스키의 주장은 식품의 기본을 아는 사람이라면 쉽게 납득한다. 식품을 먹는 가장 좋은 방법이란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먹는 것. 섬유소가 비록 현대인에게 귀한 성분이라 하지만, 고순도 보조식품의 형태로 마구 먹어대면 반대급부가 있을 터다. 사탕수수에서 자당 성분만 빼낸 설탕이 체내에서 고약한 짓을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이런 상식을 조금 넓혀 생각해보자. 비타민A의 전구물질인 베타카로틴. 틀림없이 몸에 유익한 성분일 것이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만든 순수한 베타카로틴은 유익하기는커녕 오히려 해롭다는 연구가 있다. 10여 년 전 핀란드의 한 연구팀이 발표한 ‘핀란드 쇼크’가 그것. “베타카로틴 보조식품이 암 발병을 촉진한다”는 게 요지다. 하지만 논문의 말미에는 “녹황색 야채는 그렇지 않다”고 덧붙여져 있다.

이 상식은 미네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특정 미네랄을 보조식품의 형태로 과잉 복용하면 반대로 다른 미네랄의 결핍을 부를 수 있다. 일본 국립암센터의 히라야마 다케시 박사는 길항(拮抗) 현상으로 이를 설명한다. 하지만 자연식품 속의 미네랄은 그런 현상을 야기하지 않는다.

왜 MSG로 대표되는 인공 조미료가 비난의 대상이 되는가. MSG는 다시마를 비롯해 된장, 젓갈 등의 자연식품에 들어 있는 맛 성분이다. 그런 식품은 아무리 먹어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맛 성분인 MSG만 빼내어 먹으면 문제가 된다.

이번엔 콩에 이 상식을 적용해보자. 콩은 친건강 소재의 대명사다. 식물성 단백질을 비롯해 수많은 종류의 생리활성 물질들이 넘친다. 그래서 이들 유효성분을 추출해 건강식품으로 만들곤 한다. 서양 사람들이 좋아하는 ‘콩 보조식품’(soy supplement)이 그 예다. 이 제품들은 어떨까. 당연히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항산화제로 알려져 있는 이소플라본 제품은 조심해야 한다. 몸속의 호르몬 기능을 교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르몬이 잘못되면 암세포가 활성화되는 등 여러 부작용이 따른다.

그렇다면 얼마 전에 언론들이 법석을 떨었던 ‘콩과 암의 내연관계’에 대한 오해가 풀린다. 암을 촉진할 수 있는 것은 콩이 아니다. 콩으로 만든 ‘이소플라본 보조식품’이다. 오해의 근원지인 오스트레일리아 암평의회(NSWCC) 발표문을 보면 이 사실이 분명히 나와 있다. 콩 보조식품이 위험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모든 콩 식품이 위험한 것으로 확대 해석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격이다.

건강을 영어로는 ‘health’라고 한다. 여기서 ‘heal’은 전체를 의미하는 ‘whole’에서 유래했다. 건강을 위해서는 식품을 전체, 즉 통째로 먹어야 한다는 사실을 상징한다. 과일을 그대로 먹는 것은 좋지만 그 속의 과당만 빼먹는 것은 좋지 않은 이유, 백미보다는 현미를, 백밀가루보다는 통밀가루를 먹는 것이 더 좋은 이유가 이젠 이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