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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사회 > 라이프 & 트렌드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8년02월14일 제69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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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나만을 위한 보약 찾기

겨우내 웅크리고 있어 봄에도 처지는 몸에 활력을 불어줄 보약의 세계

▣ 채윤정 자유기고가·약사 lizard25@naver.com

하루에도 몇 번씩 날씨가 확확 바뀌는 환절기. 몸은 이런 급격한 변화를 따라잡기 힘들다. 생체리듬이 교란되는 것이 당연하다. 환절기에 감기나 감염 질환에 잘 걸리는 것은 몸의 리듬이 깨져 면역 기능과 관련된 호르몬 분비가 들쑥날쑥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몸은 아직 적응 단계가 아닌데 외관상 ‘풀린’ 날씨 때문에 활동이 늘어나게 된다. 몸이 쉽게 피로해지는 이유다. 이런 환절기에 “봄나물이 보약, 운동이 보약”이란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먹는 것과 움직이는 것만 잘 챙겨도 건강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겨울 내내 과로로 피로가 쌓였거나 반대로 너무 웅크리고만 있어 운동 부족이 되었다면, 모든 것이 소생한다는 봄에 몸은 천근만근일 수 있다.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삼시 세끼를 챙겨먹어도 힘이 빠진다거나, 해야 할 일에 집중이 잘 안 되고, 늘 누워 있고 싶고, 독한 감기까지 달고 산다면 음식과 운동만으로 부족할 수 있다. 보약은 이럴 때 도움이 된다.


△ (사진/ 김영사 제공)

기가 약하면 ‘보기약’, 혈이 약하면 ‘보혈약’

환절기 보약에는 ‘보기약’을 많이 사용한다. 보기약은 단어 그대로 기를 보충해주는 약이다. 기는 몸의 에너지다. 날 때부터 기가 부족한 사람이 있고, 타고난 기를 살면서 뺏긴 사람도 있다. 환절기에는 건강 체질인 사람도 관리를 잘못하면 에너지가 쉽게 떨어진다. 보기약은 과로하거나 신경을 너무 많이 쓰거나 병을 앓고 난 뒤 기력이 떨어졌을 때 사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약제는 인삼, 홍삼, 황기, 백출, 오미자 등이다. 기가 떨어진 사람들은 외부 일에 재미를 잃고 무력감이 심하다. 움직이거나 말하기가 힘들어진다. 입맛이 없고 변비가 생기며 몸이 화끈거리거나 활동할 때 땀을 많이 흘린다. 이럴 때 보기약을 사용하면 신진대사가 좋아져 활력이 생기고 장기가 제대로 기능하면서 외부의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강해진다. 당연히 피로감도 줄어든다.

하지만 모두 보기약을 먹어야 하는 건 아니다. 다른 보약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보신약들은 몸에 좋다며 가리지 않고 먹다간 오히려 약효를 내지 못하기도 한다. 병을 앓고 있다면 증세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몸의 어떤 부분이 모자라고 넘치는지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약은 몸의 기·혈·음·양 네 가지 중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 몸에 균형을 찾도록 하는 보완약이다. 기가 약하다면 보기약을, 혈이 약하다면 보혈약을, 양이 약하다면 보양약을 먹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춘곤증엔 귀비탕·신기환·인삼영양탕

힘은 달리지 않는데 계절 변화에 따라 안색이 창백하고 자주 어지럽다면 기가 아니라 ‘혈’이 문제가 된다. 몸에 혈액순환이 안 되고 전해질이나 비타민 같은 영양물질이 부족하면 이렇다. 얼굴에 핏기가 없고, 눈 아래가 검고, 입술이 창백하고, 머리가 무겁고, 손발이 저리며, 생리가 불규칙하다면 당귀·숙지황·용안육·하수오·녹용 등이 도움이 된다.

기허가 심해지면 양허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날이 풀렸는데도 여전히 손발이 차거나 추위를 탄다면, 소변을 자주 보러 가게 되고 설사를 자주 하며 성욕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면, 양허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양허증에 쓰는 보양약의 재료에는 녹용, 녹각, 음양곽, 산수유, 복분자 두충, 해구신 등이 있다. 보약을 만들 때는 증세에 따라 이런 재료들을 단독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양한 보약재를 배합해 ‘보약 처방’으로 만들어 먹는 게 더 흔하다. 같은 효과를 내는 약재를 섞어 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기허와 양허처럼 복합 증세일 때도 그렇다. 환절기 춘곤증처럼 무력증이 심하고 소화가 잘 안 될 때는 기허와 양허에 따른 것으로 보고 보기약과 보양약을 함께 배합해 탕으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 (사진/ 김영사 제공)

봄철 춘곤증에 좋은 보약은 귀비탕, 신기환, 인삼영양탕 등이다. 대표적으로 사용되는 귀비탕에는 인삼, 황기, 용안육, 산조인, 원지, 백출, 백복신, 대추, 감초, 생강 등 보기약과 보양약, 보혈 약재들이 함께 첨가된다. 인삼은 장부를 강하게 하고 위를 좋게 하고 피를 보호하는 뛰어난 강장제이다. 인삼을 단독으로 먹을 때는 말린 인삼 2~10g을 물 400~600㎖에 달여 먹으면 된다. 황기는 삼계탕에 자주 들어가는 하얀색 단너삼의 뿌리로, 맛은 달고 성질은 따뜻해 기운을 북돋아준다. 장을 좋게 하고 위를 건강하게 하는 점에서 인삼과 비슷하며, 추위를 잘 타고 땀을 많이 흘리는 허약 체질에 좋다. 용안육은 용안나무의 열매로 맛은 달고 성질은 따뜻한데, 강장과 진정 효과가 있으며 신경쇠약, 불면, 건망증에 시달리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사람들에게 좋다.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사용된다. 산조인은 산 대추나무 열매의 씨인데 마음과 몸을 안정시키는 작용이 뛰어나고 심장과 비장, 간과 담에 두루 작용해 조직 기능을 좋게 해준다. 백출은 삽주의 뿌리로 맛은 쓰고 달며 성질은 따뜻한데, 환절기 소화가 안 되는 증세에 도움이 된다. 대추는 봄철 거칠어지기 쉬운 피부에 좋고, 당귀는 손발이 차고 어지럽거나 나른하고 의욕이 없을 때 효과적이다. 감초는 여러 약재를 조화시키고 독성을 낮추며 몸에 해로운 독소를 분해·배설하는 해독 작용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먹을까? 풀, 짐승, 새, 흙, 돌 등 자연 산물이라면 모두 보약의 약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보약이 되려면 가공 과정을 거쳐야 한다. 날것을 그대로 쓰면 부작용이 생기거나 효과가 너무 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찌거나, 볶거나, 꿀·식초·소금물 등에 담갔다가 볶는 식의 ‘수치’라는 과정을 통해 재료들을 가공하면 효과는 높아지고 부작용은 줄어들게 된다. 가령 잘 체하고 속이 더부룩하며 몸에 열이 많은 사람에게 인삼은 독이 될 수 있는데, 수삼을 껍질째 증기에 쪄서 말리는 가공을 통해 홍삼으로 만들면 열이 많은 사람도 사용할 수 있다.

복용 중에 불편하면 ‘몸에 안 맞는 약’

보약은 보통 한의사의 처방을 받고 가공 과정을 거쳐 달인 액을 먹는다. 집에서 달이는 것도 어렵지 않다. 약재를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은 뒤 소쿠리에 담가 물기를 뺀다. 단단하게 마른 약재는 하룻밤 정도 불려놓는 것이 좋다. 약을 달일 그릇은 전용 약탕기가 아니더라도 돌이나 내열유리, 법랑을 이용하면 된다. 철이나 스테인리스, 알루미늄 용기는 약재를 산화시키거나 약효를 떨어뜨릴 수 있으니 피한다. 물은 생수나 약수 등 정수를 거친 물을 사용하고 수돗물을 사용한다면 물을 받아 한두 시간이 지난 뒤 윗물만 받아 쓰도록 한다. 물의 분량은 대략 한 첩을 기준으로 200㎖ 정도고, 하루분이라면 600㎖ 정도가 적당하다. 600㎖의 물이 절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처음에는 센 불로 달이다 한 번 끓고 나면 약한 불에서 은은히 달인다. 달이는 도중에는 뚜껑을 열지 않고 달인 뒤 베보자기에 싸서 약을 짠 다음 1회 100㎖ 정도 복용하면 된다. 보약은 일반적으로 식사하기 한 시간 전쯤 빈속에 따뜻한 상태로 먹으면 효과적이다. 보약을 보관할 때는 변질되지 않도록 식혀서 바로 냉장고에 넣고, 복용할 때 데워 먹는다.


△ (사진/ 김영사 제공)

보약을 복용한 지 열흘 정도 되면 피로감이 줄고 몸이 가벼워지며 얼굴색이 좋아지는 등 전반적으로 몸 상태가 나아진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느낌이 없다면 약이 모자라거나 몸에 맞지 않는 것일 수 있다. 복용하면서 불편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복용을 중지하고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속이 불편하거나 대소변에 이상이 있거나 담이 결리거나 몸이 무겁다면 대개 맞지 않은 약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환절기 보약에 사용되는 약재들은 대부분 따뜻한 성질을 가져 몸이 차고 기운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좋다. 그러나 체기가 있고 자주 흥분해 얼굴이 붉어지고 가스가 잘 차는 등 몸에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좋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인삼은 고혈압 환자나 열이 많은 사람에게 좋지 않으며, 백출은 자주 갈증이 나고 헛배가 부르는 사람에게 쓰지 않는다. 당귀는 살이 찌고 수분이 많이 차 몸이 붓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보약을 먹을 때는 함께 먹는 약이나 음식이 있다면 주의를 요한다. 대개 돼지고기, 밀가루 음식, 닭고기, 술, 녹두, 생선회는 약효를 떨어뜨리니 보약을 먹는 동안에는 피하는 게 좋다.

하지만 보약을 먹을 때 무를 먹으면 흰머리가 난다거나 보약은 무조건 나쁘다는 말은 속설에 불과하다. 숙지황이 들어간 보약을 먹을 때 무를 함께 먹으면 약효가 낮아질 뿐 흰머리가 나지는 않는다. 보약은 간에 나쁘다는 말도, 특정 약재인 부자, 초오, 천오, 목방기, 한방기, 마전자, 파두, 맥각, 토근이 들어가 있는 경우에 한한다. 이들 약재는 간질환에서 오는 만성 피로나 팔다리 저림 증상에 함부로 사용하면 간질환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아플 땐 보약이 필요 없다. 때론 피해야 한다. 보약은 몸의 기를 보존하고 강하게 하는 구실을 하는데, 병이 한창 진행될 때 보약을 먹으면 외부의 사기를 더욱 강하게 해 병을 더 도지게 할 위험도 있다. 병을 치료한 뒤 먹어야 한다. 자주 체하거나 소화 기능이 약한 사람도 전문가와 상의한 뒤 피하는 게 좋다. 소화가 되지 않으면 약효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도움말: 신준식 한의사(자생한방병원), 김달래 한의사(동서신의학병원 과장)

참고한 책: <알기 쉬운 가정한방 이야기>(삼호미디어), <보약>(김영사), <밥상 위의 보약>(주부생활)


내 손으로 끓이는 간단 보약

전문가 진단은 필수지만 알아두고 활용하면 좋은 약재들

보약을 먹기 전 전문가의 진단은 필수적이다. 체질과 허약 정도에 따라 처방에 맞춰 지어야 하며 임의적으로 약재를 섞지 않아야 한다.

머리가 무겁고 가슴이 답답하고 기운이 없고 생활의 의욕을 잃었다면, 좋은 약재는 인삼, 꿀, 매실, 대추, 칡, 오미자, 음양곽, 두충, 구기자 등이다. 피로 회복에 좋은 것으로는 보중익기탕이 대표적이다. 만성피로로 여위고 땀이 많으며 머리가 빠질 때 쓴다. 황기 6g, 인삼·백출·감초 각 4g, 당귀·진피 각 2g, 승마·시호 각 1.2g을 한 첩 분량으로 만든다.

과음했다면 칡뿌리와 감초가 좋다. 말린 칡꽃 9g 정도를 20~30분간 달여 마시면 숙취가 덜어진다. 칡뿌리 30g을 달여 마셔도 좋고 감식초를 먹어도 해독 효과가 높다.

피부 건강에는 벌꿀, 살구씨, 녹두, 들깨, 율무, 둥글레가 좋다. 경옥고가 대표적인 처방이다. 잔주름을 예방하고 피부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생지황, 인삼, 복령, 꿀을 배합해 3일 주야로 증탕해 만든다.



밥상 위에도 보약을 올리자

복분자, 버섯, 다시마 활용하면 말 그대로 ‘밥이 보약’

기를 살리는 ‘복분자 상추쌈 샤부샤부’

복분자 30g에 물 10컵을 붓고 중불에서 서서히 달여 소스(폰즈 소스: 복분자 달인 물 4큰술, 간장·식초 각 2큰술, 청주 1작은술, 맛술 2/3큰술, 무즙, 실파 송송 썬 것 포함)에 섞을 분량을 덜어놓고, 상추와 깻잎은 깨끗이 씻어둔다. 복분자 달인 물에 얇게 썬 쇠고기와 팽이버섯을 살짝 익힌다. 폰즈 소스에 찍어 상추와 곁들여 먹는다.

면역력을 높이는 ‘버섯샐러드’

표고와 목이버섯은 불려서 자르고, 느타리는 데쳐서 물기를 짜고, 양송이는 껍질을 벗긴다. 각 버섯을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볶아놓는다. 호두는 속껍질째 굵게 다져 빵가루와 섞어 노릇하게 볶는다. 올리브유 1/2컵, 참기름 2큰술, 식초 1큰술, 소금, 후춧가루로 소스를 만들어 섞거나 뿌려 먹는다.

집중력을 높이는 ‘다시마 흰콩조림’

흰콩은 돌을 일어내 씻어 하루 저녁 정도 푹 익히고, 당근은 껍질을 벗기고 꽃 모양으로 썬다. 염장 다시마를 3~4cm 길이로 자른 뒤 매듭으로 묶어 찬물에 30분 정도 담가 짠맛을 뺀다. 냄비에 간장 3큰술과 다시마 육수 3/4컵, 청주·설탕 각 1큰술, 물엿 1큰술 등 조림간장 재료를 넣고 골고루 섞은 다음 흰콩을 넣고 중불에서 서서히 끓인다. 끓일 때 떠오르는 거품은 말끔하게 걷어낸다. 조림장이 조금 남아 있을 때 다시마 매듭과 당근을 넣고 서서히 조린 뒤 통깨를 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