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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사회 > 라이프 & 트렌드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7년12월20일 제6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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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유행에 대처한 우리의 자세!

2007년을 강타했던 열 가지 트렌드, 내 한해살이와 맞춰보기

▣ 글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 그림 홍인혜(루나) 카피라이터 & 카투니스트

텔미 댄스 스텝 좀 밟아보셨나요? <무한도전>은 안 볼 수 없었겠죠? 사극은 즐기셨나요, 지겨웠나요? DSLR·미니스커트·닌텐도 지르셨어요? 혹 김연아·박태환이 꿈에 나오지는 않았나요? 2차는 와인바로 가시나요?


2007년 우리는 무엇을 입고 먹고 마시고 놀았나. <한겨레21>의 ‘라이프 & 트렌드’는 그간 바짓가랑이 찢어지도록 한국 선남선녀들의 노는 것을 따라잡기 위해서 노력했다. 이미 찢어져 몰래 기운 건 유행 맞춰 하나 더 사서 입도록 하겠다. ‘라이프 & 트렌드’에서 다룬 아이템을 중심으로, 놓치고 지나간 것도 다른 데서 슬쩍 가지고 왔다. 그리하여 여기 1년이 담겼다.

기사를 쓰고 있는데 선배 한 분이 앞줄을 기웃거리고는 지나간다. “나는 10개 다 무슨 소린지 통 모르겠는데.” 선배님, 2007년은 패스하셨네요.

당신은 1년을 몽땅 사(生)셨습니까. 사(買)셨습니까. 아참, 트렌드에 ‘대선’ 관련은 하나도 없네요.

원더걸스 <텔미> + 미니스커트


2007년 한 해 동안 TV와 인터넷을 통해 가장 친숙하게 접한 음악은? 음악평론가 최민우씨는 “원더걸스의 <텔미>는 아마도 2007년의 거의 유일한 ‘국민가요’급 노래일 것이고, 2007년 하반기에 가장 큰 관심을 모은 문화상품이다”(<한겨레21> 684호)라고 말했다. 디스코 리듬에 맞춘 복고적인 춤도 큰 인기를 얻었다.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의 존 트래볼타처럼 앞발 죽 뻗는 동시에 반대팔을 쭉 뻗고 엉덩이를 살살 흔든다. 보고 나면 눈에 어른거려 따라 하고 싶은 것이 이 춤의 마력. 안무를 한 박진영부터 학생, 발레리나, 경찰관, 군인 등 다양한 버전의 ‘텔미 춤 사용자제작콘텐츠(UCC)’가 인터넷을 달궜다.

인터넷 쇼핑몰도 <텔미>에 맞춰 춤을 추었다. 올 초부터 인기를 끌었던 미니스커트·핫팬츠가 원더걸스, 소녀시대와 같은 그룹의 ‘걸리시룩’으로 한겨울까지 인기를 이어온 것. 쇼핑몰 판매의 일등공신은 단연 이 ‘짧은 것’들이었다. 옥션에선 하루 평균 1200여 장의 미니스커트와 800여 개의 핫팬츠가 팔려나간다. 듣자 하니 미니스커트는 체감 기온을 2도 떨어뜨린다는데, 미니스커트를 입는 사람들에게 비장의 무기가 있다. 레깅스다. “내복을 내입냐”는 어른들의 어리둥절에 할 말 없다.

무한 재방송 <무한도전> + 무한 진화 사극


2007년 추석은 <나 홀로 집에>도 아닌 청룽(성룡) 영화도 아닌 <무한도전>과 함께했더랬다. 어딜 틀어도 <무한도전>, 최고로는 주중 115시간까지 방송됐다고 한다. 7개 케이블 채널이 가열차게 ‘무한 재방송’을 해댔다. 문화방송 홍보실은 “12월부터 문화방송은 본채널과 4개의 자회사 채널로만 <무한도전>을 볼 수 있게 했다”고 말한다. 그래도 여전히 TV를 켜면 여기저기서 ‘무한도전’ 중이다. 백수들 사이에선 “<무한도전> 그만 보고 싶어요”란 말이 “취직하고 싶어요”로도 통용된다. <한겨레> 안인용 기자는 “<무한도전>의 타임머신은 어느 평범한 학교 교실에 나를 내려준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공부는 잘 못하지만 성격 하나는 진짜 좋은, 또 만사가 그저 재미있기만 한 중학교 2학년생들 같다”고 했다.(<한겨레21> 679호 ‘개그쟁이’ 중) 유재석·박명수·정준하·하하·노홍철·정형돈 여섯 사람은 1년 동안 중학생답게 잘 놀아줬다.

타임머신을 더 타고 가면 사극과 만난다. 한국방송 <대조영>으로 ‘사극 시대’의 포문이 열렸다. SBS <왕과 나> 등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정조 시대의 도래’였다. 문화방송 <이산>, 한국방송 <한성별곡>, 케이블 채널 CGV <정조 암살 미스터리 8일>은 모두 조선의 22대 왕 정조를 조명했다. 다른 쪽엔 400억원의 제작비와 ‘욘사마’를 내세운 대작 문화방송 <태왕사신기>도 자리했다. 군대 간 남자 기다리듯 일편단심으로 3년을 기다려준 문화방송은 방송을 탄 뒤에도 ‘죽고 못 사는 연인’의 사랑을 이어갔다. <뉴스데스크>에서 시작을 축하해주었고, 특별 편성 다큐멘터리로 샴페인을 터뜨렸다. 힘들다니 생방송 중계로 힘을 벌어주었다. 결국 편집이 늦어진다는 말에 덥석 <뉴스데스크>도 20분 늘려주었다.

미국에서 온 ‘미드’ +미국으로 간 <디워>

드라마를 사랑하는 자, 누가 공중파의 시간표를 들여다보는가. 다채널 시대, 그 대표적인 아이콘이 ‘미드’다. 미국 방송분을 ‘발빠른’ 자막과 함께 보는 ‘거의 생방송족’, 케이블TV의 24시간 전략적 편성에 의존하는 ‘DAY족’, 다시 공중파 밤시간대의 ‘재방송족’ 등 방송 의존형이 있지만 대세는 ‘자기 스케줄족’이다. 하나TV가 “언제든 볼 수 있다”는 콘셉트로 흘끔거리고 있는 이 족속들은 컴퓨터와 더 친하다. 불법 다운로드로 ‘나의 볼 것은 내가 정한다’. 자기 스케줄대로 보니 친구에게 “너 그거 봤니?”가 어렵기 마련. 그들은 금방 본 드라마의 이야기를 나눌 <프리즌 브레이크> <히어로즈> <하우스> 카페를 더 사랑한다.


‘미드’ 중 가장 성공한 작품은 <프리즌 브레이크>. 주인공 ‘석호필’이 방한해 ‘악마의 키스’를 날리기도 했다. ‘미드 열풍’은 ‘한드’를 긴장하게도 했다. 이문혁 드라마 프로듀서는 “갑자기 ‘미드’ 바람이 불면서 분위기가 묘해졌다. 사랑의 변주곡, 불륜의 3종 세트를 양념으로 얼추 버무려 내놓는다는 혐의가 짙었던 한국식 ‘드라마 백반’을 가지고 맞서기에는, 그들이 내놓는 메뉴는 매우 다양했고 그것을 수용하는 사람들의 온도 또한 뜨거웠다”고 했다.(<한겨레21> 669호)

‘미국으로 간 이무기’가 영화판을 흔들었다. 심형래 감독이 미국 배우들을 캐스팅해 만든 공상과학(SF) 영화 <디워>. 미국 사막 한복판에서 울리는 난데없는 <아리랑> 소리. 미국으로 갔으나 홍보 방식은 지극히 한국적이었다. 심형래는 한국 영화들이 개봉 시기에 하는 방식대로 각종 쇼 프로에 게스트로 나와 ‘심금을 울렸다’. 다른 점이라면, 다른 영화는 배우를 내세웠는데 <디워>는 감독님이 직접 왕림하셨다는 것. 평론가들의 쓴소리에는 네티즌이 든든한 아군이 되어주었다. 독점적 평론에 대한 ‘민중의 목소리’라고도 했다. <디워>는 842만 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렀다. “한국의 정서를 미국 극장에서 당당하게 보여주기” 위해 2277개 극장에서 상영됐다. 실제 ‘격전지’여야 했을 미국에서 <디워>는 1098만달러를 벌어들이며 미국 개봉영화 가운데 수익 기준 125위를 차지했다.

DSLR + 닌텐도, 장비로 무장하고 놀자


유비도 아니고 관우도 아니다. “장비족이시군요.”(헉!) 쓰지 않는다. 하지만 쓸 것이다. 언젠가, 아주 유용하게. 꼭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있으면 좋겠다. 나보다 사진 못 찍는 그도 갖고 있더라. 이번달 것만 갚으면 지른다. 고경태 <한겨레> 매거진팀장은 “그들은 끊임없이 기종 업그레이드를 갈망하며 지름신의 계시에 안절부절못합니다. 세계 DSLR 이론 경시대회나 카메라 기능올림픽 같은 게 열린다면 한국인이 금메달을 싹쓸이할 게 분명합니다”라고 했다.(11월8일 <한겨레> ‘Esc를 누르며’ 중) ‘장비족’이 늘어남에 따라 카메라 실력도 향상됐음은 분명하다. 그러나저러나 문제는 장비가 아니라 셔터 닳은 정도다. 장비를 사게 되면 그나마 ‘죄책감’에 카메라를 들게 된다는 것~.

카메라에서 니콘이 캐논의 질주를 가로막기 위해 나선 가운데, ‘게임기’ 시장에서는 전통의 최강자 소니를 닌텐도가 눌렀다. 장동건, 이나영 아름다운 청춘남녀가 ‘방에 둘만’ 남았는데 하는 일이 닌텐도다. 갑작스런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전자상품 가게는 툭하면 “닌텐도 품절, 곧 입고”를 붙였다. 아이들도 친구들이 갖고 있으면 ‘장비병’에 걸린다. 닌텐도의 장점은 닌텐도를 갖고 있는 사람끼리 연결해서 놀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닌텐도가 있는 자들끼리 뭉치게 된다. 닌텐도도 DSLR도 ‘장비족’끼리 뭉쳐다니게 한다. 뭉쳐서 노는 게 재미있을수록 옆에서 보면 좀 우습다.

물오른 김연아·박태환 + 신의 물방울


‘하얗다, 늘씬하다, 빠르다, 부드럽다.’ 이것으로 김연아와 박태환을 아우를 수 있을까. 한국갤럽이 최근 전국 만 19살 이상 남녀 1071명에게 전화로 ‘올해 한국을 빛낸 스포츠 스타’ 조사를 벌인 결과 1위 김연아(52.0%), 2위 박태환(45.4%)으로 나타났다.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에 빛나는 김연아와 세계수영선수권 400m 우승으로 주목받은 박태환. 이후 각각 <무한도전>과 ‘KTF 쇼(Show)’ 광고에도 모습을 드러냈으니 트렌드는 이미 끼리끼리 통하였다. “김연아, 박태환 결혼해라.”

한편 <드래곤볼> 이후 최고 인기라는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의 영향으로 와인의 인기가 치솟았다. 동네 마트에도 와인 매장이 생겼고, 회식 장소로도 와인바가 물망에 올랐다. 한데 이 와인, 입에 꽃이 핀다는 둥 마시는 법부터 라벨 이름까지 알아야 하는 것이 많다.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의 84%가 와인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설문 결과도 있다. 와인 온도를 낮추지 않기 위해서 글라스 목을 잡고, 향을 맡고 입에서 흉하게 돌리고 미지근해져야 삼킨다. 병 바닥을 잡고 글라스에 따라준다. <와인 스캔들>(넥서스)의 저자 박찬일은 이런 현상이 이상하다며 ‘증거 사진’을 제공했다. 우리나라 대통령 부부가 외국, 그것도 유럽의 대통령 부부와 만나 잔을 부딪히는데 글라스 손잡이를 잡고 아슬아슬해하는 것은 우리 대통령 부부뿐이다. 정통 와인의 나라에서 오신 분은 지문을 마구 묻히며 와인의 ‘섬세한 맛을 떨어뜨리며’ 듬직하게 컵 중앙을 덥석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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