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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사회 > 라이프 & 트렌드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7년12월06일 제6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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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전략에도 한 표 줘볼까

이명박 미끈한 양복·이회창 점퍼·정동영 스웨터… 대선후보 캠프는 이미지 전쟁 중

▣ 김경욱 기자dash@hani.co.kr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버락 오바마 미 상원의원의 공통점은? 모두 웃통을 벗은 사진을 공개한 경험이 있다. 건강하고 강한 이미지를 연출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우리 사회에서 ‘눈물 흘리는 정치인’은 괜찮아도 ‘벗은 정치인’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대선 후보들 중 누군가가 자신의 ‘속살’을 공개한다면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까?


대중들이 대선 후보들의 ‘속살’을 직접 느끼기는 쉽지 않다. 유권자는 원본인 후보자가 아니라 복제본인 이미지를 통해 그들을 보고 안다. 후보들이 옷차림 하나하나, 말투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선의 승패가 이미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후보의 캠프는 ‘어떻게 보일지’를 두고 치밀한 전략을 수립하고, 치열한 두뇌싸움을 벌인다.

이명박은 ‘라인 드러나는 유럽 스타일’

“정권교체를 이뤄내 주시겠습니까?” “저기 길 건너 왼편(에 계신 분들), 이뤄내 주시겠습니까?” “오른편도, 이뤄내 주시겠습니까?” 11월29일 서울 여의도역 1번 출구 앞에서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교회 예배당에서나 접할 수 있는 문답을 이 후보는 정치 현장에 끌어들였다. 그는 같은 질문을 반복적으로 던지는 어법을 자주 구사한다. 지지 여부를 떠나 이같은 상황에 처한 청중은 분위기를 타고 무의식적으로 ‘네’라고 외치게 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 후보는 최고경영자(CEO)형 ‘일하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추구한다. 그래서 점퍼보다는 정장을 선호한다. 다른 후보들에 비해 몸에 꽉 끼는 정장으로 패션감각을 뽐낸다. 그의 세 딸(주연, 승연, 수연)의 조언 덕이라고 한다. 음악과 미술을 전공한 이들은 젊은 여성들이 좋아하는 트렌드를 이 후보의 패션에 반영했다. 이 후보의 의상과 스타일을 담당하는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 소장은 “최근에는 신체 라인이 드러나게 정장을 입는 유럽 정통 스타일이 유행”이라며 “‘경제 대통령’ 이미지를 위해 정장을 주로 권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푸른색과 흰색 계열의 셔츠를 자주 입으며, 푸른색 넥타이를 주로 맨다. 날씨가 추운 날에는 흰색 폴라 스웨터에 파란색 머플러를 매치시킨다. 흰색과 푸른색은 한나라당기 색이다. 이 후보 쪽의 조해진 공보특보는 “이명박 후보의 패션 키워드는 실용성”이라며 “점퍼만 입는다고 일을 잘하는 건 아니다. 정장이라도 일하기 편한 옷이 있고, 자신의 색깔도 뚜렷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CEO라는 ‘전력’을 응용·발전시킨 이명박 후보와 달리 이회창 무소속 후보는 자신의 기존 이미지를 모두 버렸다. 11월25일 대통령 후보 등록일을 하루 앞두고 이 후보는 서울 강서구 등촌동의 한 어린이 아토피 환자 가정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난감한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아토피를 앓는 어린이가 이 후보를 때리며 앙탈을 부린 것이다. 보는 이들이 모두 어쩔 줄 몰라했지만 정작 이 후보는 그 아이를 손자 다루듯 능숙한 솜씨로 안은 뒤 무릎에 앉히고 이것저것을 물어봤다.

이웃집 할아버지 같은 소시민적 모습. 이회창 후보가 이미지 변신을 위해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지점이다. 그는 한나라당이라는 거대 정당의 후보로 두 차례의 대선을 치렀다. 이를 통해 ‘제왕적 총재’라는 이미지가 깊이 새겨졌다. 두 번의 쓰라린 패배 뒤 세 번째 출마이니, 이미지 변신이 절실하다. 게다가 본인의 말대로 지금 자신에게는 “조직도, 세력도, 돈도, 아무것도 없”다. ‘국민 속으로’를 외치며 지지를 호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출마 선언 뒤부터 고수하고 있는 점퍼 패션은 이 후보가 직접 택한 아이디어였다.


두 번의 패배 후, 교훈은 점퍼 패션?

차갑고 딱딱한 대쪽 이미지도 버렸다. 연설이나 토론 도중에도 딱딱하거나 강하게 보일 만한 행동은 자제하고 능청스럽게 유머를 하곤 한다. 11월29일 서울 프레스센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 돼도 정권교체가 아니라는 말인가? 간단히 말해달라”는 토론자의 질문에 “그렇습니다”라고 정말 간단히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토론 도중에는 시종일관 테이블 위에 두 손을 모으고 앉아 친근한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날 그가 자신의 의견을 밝히며 주먹을 불끈 쥔 순간은 대북정책을 말할 때뿐이었다.

정치인이 말을 잘하는 것은 장점이다. 하지만 이 장점이 그리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는 이는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이다. 앵커 출신의 그는 달변가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말만 잘하는 정치인’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 실제로 경쟁 후보들은 이를 공격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말 잘하는 정치인’에서 ‘말 잘 듣는 정치인’으로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웅변형 연설을 버리고 대화형 연설로 대중에게 다가가려고 한다”고 정기남 공보특보가 전했다.

정 후보가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이미지는 ‘불효’다. 지난 2004년 총선 당시 ‘노인 폄하 발언’은 그에게 무거운 짐이다. 11월29일 오전 9시 여의도 출근길 유세를 마친 정 후보가 단상에서 내려와 제일 먼저 향한 곳은 지지자들 뒤편에 서 있던 노 부부였다. 주황색 점퍼에 목도리를 두른 그는 이 부부에게 깍듯이 허리 숙여 인사하고 “추운 날씨에 고맙습니다”라며 이들을 힘껏 껴안았다. 카메라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터졌다. 그의 다음 방문지는 서울 강서노인종합복지회관이었다.

문국현 “공자 이미지 죽어야 산다”

정 후보가 역점을 두는 이미지는 ‘따뜻함’과 ‘포근함’이다. 포스터에서도 그는 정장을 벗고 주황색 스웨터를 걸치고 있다. 기존 정치인의 근엄하고 권위적인 이미지를 버리겠다는 전략이다. 정 후보는 유권자들에게 악수를 건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체온이 느껴질 정도로 힘껏 포옹을 한다. 선거 기간 ‘안아주세요’ 캠페인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종종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과도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포옹에 거부감과 부담감을 느껴 일부러 그를 피해가는 유권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깨끗하고 청렴한 이미지는 미덕임에는 분명하지만, 국가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여기에만 머물러 있어서는 유권자의 요구를 폭넓게 충족시키기 어렵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는 깨끗하고 청렴한 이미지다. 하지만 실천력과 추진력이 약해 보인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수년 전 유행했던 책의 제목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를 들어 문 후보 캠프 사람들은 ‘공자 이미지가 죽어야 후보가 산다’고 말한다. 문국현 후보의 장유식 대변인은 “글로벌 리더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면서 “한번 굳어진 이미지는 한꺼번에 바꿀 수 없기 때문에 경제 지도자, 따뜻한 지도자의 이미지를 전략적으로 서서히 알려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문 후보는 최근 다소 딱딱해 보이는 외모에 변화를 줬다. 정직하게 칼로 자른 듯한 2 대 8 가르마를 대신해 볼륨 있는 헤어스타일로 변형을 줬다. 전체적으로 각진 얼굴을 부드럽게 보이기 위해 이마를 더욱 드러내고, 안경을 바꾸기도 했다. 차가운 인상을 줄 수 있는 흰 피부는 평소 분장을 통해 톤을 낮춘다. 문 후보의 최지윤 수행비서는 “요즘 날씨가 변덕이 심해 의상 선택에 고민이 많다”면서도 “후보는 재킷만 바꿔 입는데 두껍지 않은 재킷으로도 버티는 비결은 내복”이라고 귀띔했다.

이번 대선의 유행 스타일은 ‘점퍼 패션’이다. 이회창 후보, 정동영 후보 등은 앞다퉈 점퍼 차림으로 서민 이미지를 추구한다. 하지만 ‘서민 정당’을 표방하는 민주노동당의 권영길 후보는 오히려 거꾸로 간다. 투사적 이미지가 강한 패션을 버리고 잘 빼입은 정장 차림의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다. 날렵하고 세련된 이미지 전략이다. 권 후보는 1980년대 파리 특파원으로 활동하던 당시 파리에서 구입한 옷을 지금도 입고 다닌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고전적인 색상들이라 검소하지만 오히려 멋스럽다는 게 캠프 관계자의 설명이다. 권 후보의 스타일을 담당하는 김주현 스타일리스트는 “권 후보는 체형이 좋은 편이라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한다”면서 “최근에는 오랜지색 계열의 밝은 색상 타이와 스카프로 화사하고 세련된 이미지를 연출하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미지 전략에도 한 표 줘볼까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정책과 비전이다. 하지만 실제 상당수의 유권자들은 정책과 비전을 판단하기 앞서 자신이 선호하는 사람을 염두에 두고 거꾸로 거기에 정책과 비전을 덧씌우는 경우가 많다. ‘저 후보는 뭘 입어도 싫어’ 또는 ‘저 후보는 인상을 써도 좋아’라는 식이다. 이미지는 본질과 꼭 맞지는 않는다. 하지만 미디어 시대에 살고 있는 유권자는 후보의 이미지로 그를 판단할 수밖에 없다. “유권자에게 보이는 것은 그것뿐”이기 때문이다. 여느 대선보다 재미없다는 이번 대선에서, 후보들의 이미지 전략을 주시하는 것은 어쩌면 선거를 즐기기 위한 유권자의 ‘작은 전략’이 될 수도 있겠다.


‘검소한 현모양처’가 스테디셀러?

이회창·문국현 부인 ‘그림자 내조형’, 정동영·권영길 부인 ‘동반자형’


후보 부인들의 선거운동도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 주요 후보들의 부인들은 크게 ‘동반자형’과 ‘그림자 내조형’으로 나뉜다.

정동영 후보 부인인 민혜경씨와 권영길 후보 부인인 강지연씨는 대표적인 ‘동반자형’이다. 후보 부인들에 대한 호감도에서는 단연 민혜경씨가 눈에 띈다. 민씨는 <여성중앙> 11월호가 실시한 후보 부인들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영부인 후보’로 꼽혔다. 63%의 압도적인 지지였다. 캠프 안팎에서 “후보를 민혜경씨로 바꾸자”는 우스갯소리가 등장할 정도다. 민씨는 정 후보의 슬로건인 ‘가족 행복’의 전도사로 전국 곳곳을 돌고 있다.

강지연씨는 비정규직들을 만나고 영세사업장을 돈다. 강씨의 호스피스 활동 경험은 대중에게 어필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권 후보의 이지안 부대변인은 “강씨는 권영길 후보의 ‘옆지기’이자 평생을 함께한 동반자”라며 “가장 날카로운 비판자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킬 계획”이라고 전했다.

조용한 ‘현모양처’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후보 부인들은 전통적인 성역할에 충실해 중장년층의 호감을 사겠다는 전략이다. 이회창 후보의 부인인 한인옥씨와 문국현 후보의 부인인 박수애씨가 대표적이다. 특히 한씨는 가급적 언론을 통해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 11월27일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주요 후보의 부인들을 하루씩 초청했던 한국방송 <아침마당>에도 등장하지 않았다. 지난 두 차례의 대선에서 ‘구설’이 많았던 만큼 극도로 조심하는 모양새다. 이 후보의 이흥규 특보는 “후보 부인이 다시 언론에 노출되는 것은 유권자에게 새삼스럽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부인인 박수애씨는 외모와 말차림에서 조용하고 내성적인 이미지가 묻어난다. 이를 크게 변화시키기보다는 화려한 색의 의상이나 화장 등으로 젊고 생기 있는 모습을 보일 계획이다.

후보 부인들의 ‘적극적인 행보’와 ‘조용한 행보’ 사이에 이명박 후보의 부인 김윤옥씨가 있다. 김씨는 ‘경제 대통령’을 외치는 남편을 위해 재래시장을 누비는 한편, 목이 약한 남편의 건강식을 준비하는 모습을 알리는 등 현모양처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는 모두 12명의 후보들이 등장했다. 후보들이 다양한 만큼 후보 부인들도 다양하다. 하지만 대중적으로 부각되는 이미지는 ‘현모양처’ ‘푸근한 이웃집 아주머니’ 등이다. 다들 하나같이 “검소하다” “소박하다” “액세서리를 잘 하지 않는다”고 자신을 표현한다. 후보 부인으로는 가장 주목 받는 민혜경씨도 “소탈한 이미지”를 강조한다. 정 후보의 정기남 공보특보는 “외모와 달리 소탈한 성품이라, 주위에서 흔히 보는 아주머니와 다르지 않다는 점을 후보 마케팅에 적극 활용한다”고 말했다. 제왕에서 서민으로 후보들의 이미지는 시대에 따라 변했는데, 후보 부인들의 이미지는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