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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사회 > 라이프 & 트렌드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7년07월12일 제6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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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수야~ 팥빙수야~ 일년 내내 사랑해~!

“아줌마, 팥빙수 되나요?”는 이제 그만, 계절을 잊은 다양한 빙수들이 몰려오다

▣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 정재원 인턴기자 한양대 행정학 4
▣ 사진·정수산 기자 jss49@hani.co.kr

“74년인가, 그땐 여름이 되면 동네에 한 할아버지가 ‘구루마’에 큰 수동 빙수기를 싣고 다니면서 팥빙수를 만들어줬죠. 얼음은 수북한데 팥은 별로 없고 우유 조금 넣은 다음 무슨 색소 같은 것을 넣어 알록달록하게 만들어줬어요. 보기만 해도 달달한 기운에 침이 고였죠.”


“처음 팥빙수를 맛본 건 고등학교 때 제과점에서였어요. 당시에 여름이 되면 제과점에서 팥빙수를 팔았는데 언제부터 팔기 시작하나 하고 기다렸던 기억이 나네요. 팥빙수 판다는 포스터를 1년 내내 붙여놓으니 별수 있나요. 더워졌다 싶으면 주인 아주머니께 만날 물어봤죠, ‘아줌마 팥빙수 해요?’ 하고.”

30, 40대가 추억하는 생애 첫 팥빙수의 경험은 이렇게 애잔하다. 그들이 추억하는 팥빙수의 모양은 툭 치면 넘칠 것같이 이것저것 잔뜩 들어 있는 요즘의 모양새와는 달리 얼음과 팥, 이 두 가지 중심의 나름 ‘순수한’ 구성이다. 더워져야 나타나 달콤하게 입 안에 퍼지면서 나중엔 머리끝까지 시리다 못해 저릿하게 만들었던 그 느낌. 기다림 끝에 맛볼 수 있는 그 맛에는 계절 과일을 만난 것 같은 반가움과 애절함이 서려 있었다.

고체에서 액체가 되는 찰나를 즐겨라

팥빙수. 얼음을 갈아 삶은 팥을 넣어 만든 빙과류. 구분 청량음료, 주재료 얼음·팥, 조리 시간 10분. 네이버 백과사전의 간단명료한 정의다. 하지만 조리 시간이 10분이라 해도 땀 흘려 수동 빙수기 돌릴 때와 자동 빙수기의 버튼 하나 누르는 데 드는 시간차부터 통조림 팥을 쓸 때와 팥을 직접 삶을 때 드는 시간차를 생각하면 조리 시간만도 천차만별이다. 재료도 과일, 젤리, 떡, 시리얼 등이 저마다 자신의 비중을 강조하니 오죽하면 미숫가루조차도 그 없인 팥빙수를 논할 수 없다고 주장할 정도다. 청량음료라고 구분해놨지만 우리는 그를 음료라기보다는 씹어먹는 무엇으로 인식하니 ‘고체에서 액체가 되는 찰나를 즐기는 음식’이라 함이 가장 정확하겠다.


그렇다면 한국적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이놈의 뿌리는? 기원전 3000년경 중국에서 눈이나 얼음에 꿀·과일즙 등을 섞어 먹었다고도 하고 기원전 4세기경 알렉산더대왕이 더위에 지쳐 쓰러진 병사들에게 산 정상의 눈을 퍼 와 그 눈에 꿀·과일·우유 등을 섞어 먹여 기운을 차리게 했다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시대에 여름철이 되면 서빙고의 얼음을 관원들에게 나눠줬는데 관원들이 이를 매우 귀하게 여기며 잘게 부수어 화채 같은 것을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이 전한다. 우리가 기억하는 모양새의 팥빙수는 잘게 부순 얼음 위에 차게 식힌 단팥을 얹어 먹는 일본 음식이 일제강점기 때 전해진 것이라는 설이 일반적이다. 기존에 팥과 친숙했던 우리 먹을거리 문화에 팥빙수가 자연스레 녹아들면서 지금에 이른 셈이다.

‘365일 빙수 접근 가능 시대’의 개막

거슬러 올라갔던 시간을 다시 현대로 맞춰보면, 2007년의 팥빙수는 더 이상 계절과일과 같은 ‘기다림’의 대상이 아니다. 비닐하우스 재배 과일이 사시사철 쏟아지듯 팥빙수도 제 계절을 잊었다. 1999년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빙수 전문점 ‘아이스베리’를 연 한 대학생이 ‘365일 빙수를 먹을 수 있는 시대’를 개막했다. 당시 대학교 4학년이었던 창업주는 2천만원으로 신촌 떡볶이 집을 인수해 그 자리에 ‘아이스베리’ 1호점을 열었다. 젊은이들 사이에 과일과 아이스크림이 주가 된 빙수는 인기를 끌었고 한겨울에도 따뜻한 매장에 앉아 차가운 빙수를 즐기는 이들이 늘어갔다. 비록 훗날 이 창업주가 도박과 사기 등에 연루되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적어도 아이스베리의 출현은 팥빙수 마니아들에게 여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을 안겨주었다. 뒤이어 2003년, ‘레드망고’가 문을 열었다. 요구르트를 중심으로 빙수에 접근한 레드망고 역시 깔끔한 인테리어와 저릿한 맛으로 봄·여름·가을·겨울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2003년 3월에 1호점인 이대점의 문을 연 뒤 2007년 7월 현재 전국에 120여 개의 매장이 운영 중이다.


△ 한 업체는 빙수 위에 올라가는 토핑을 손님이 직접 고르게 해 ‘만드는 재미’까지 경험하도록 해준다.(사진/ 한겨레21 정수산 기자)

사시사철 팔게 되면서 ‘어떻게 365일 똑같은 팥빙수를 파느냐’라는 문제가 제기됐다. 디저트 업체라면 어디든 다루는 상품이 돼버린 ‘빙수’는 소비자를 유혹하기 위해 ‘변신’를 거듭해야 했다. 다양화하지 못한 채 소비자의 입을 지루하게 한다면 선택받지 못할 테니 말이다.

뒤집힌 빙수·와인빙수·마시는 빙수…

레드망고는 이번 여름에 ‘무지방 요거트 프리미엄 빙수’란 긴 이름의 신제품을 출시했다. 크랜베리, 자몽, 유자, 오미자가 주된 원료이며 빙수의 구성을 보면 기존 빙수를 뒤집은 모양새다. 맨 아래에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을 넣고 그 위에 얼음, 그 위에 100% 과일 퓌레를 뿌린다. 얼음에 과일 퓌레가 스며들면서 예쁜 색과 함께 향도 만들어지니 시각과 미각을 동시에 만족시킨단다. ‘구루마 할아버지’식 팥빙수의 재현이다. 또한 아이스크림이 얼음 아래 있다 보니 섞기도 좋고 빨리 녹지도 않게 됐다. 이런 신개념의 빙수는 개발 담당자가 시장조사와 내부 직원 설문조사를 한 끝에 ‘빙수에 대한 불만’을 없애보자는 의도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빙수 위에 올려진 아이스크림과 과일을 먹고 나면 얼음만 남아서 맛이 없다’ ‘아이스크림이 위에 있어 얼음과 섞을 때 불편하다’ 등의 불만이 순서를 뒤바꾼 모양새와 과일 퓌레 방식을 만들어냈다. 레드망고 마케팅 담당자는 “독특한 콘셉트면서 일반 빙수에 대한 고객의 불만도 해결해주어 2007년 여름, 색다른 빙수를 원하는 고객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아이스크림 업체인 하겐다즈도 ‘하겐다즈 카페’를 통해 자신들의 장점인 고급 아이스크림을 빙수에 접목해 차별화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와인빙수’를 내놓으며 메뉴 다양화에 박차를 가했다. 출시 이후로 와인 애호가들과 젊은이들 사이에서 사랑을 받으며 하겐다즈의 빙수 메뉴 중에서 가장 높은 판매량을 자랑하는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와인빙수도 최근 와인이 만화 <신의 물방울>의 히트와 함께 한국과 일본 사회에 하나의 대중적인 트렌드가 된 것에 착안해 한국하겐다즈 직원들이 연구개발을 한 결과물이다. 곱게 갈린 얼음 결정 위에 잘 정제된 칠레산 몬테스 카베르네 쇼비뇽 레드와인 소스를 뿌리고 싱싱한 과일과 하겐다즈 스트로베리치즈케익 아이스크림, 타피오카 등을 토핑했다. 진한 몬테스 와인의 알싸한 향기와 특유의 쌉쌀하면서도 상쾌한 풍미가 달콤한 아이스크림과 잘 어울리며, 와인 맛과 함께 약간의 취기가 기분 좋게 느껴진다고.

팥빙수 경쟁이라고 빠질쏘냐,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도 가세했다. 올여름부터 한국을 비롯해 일본·싱가포르·필리핀·타이·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중국·대만 등 아시아 9개국의 2100여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한국의 팥빙수에서 힌트를 얻어 새롭게 탄생한 ‘레드빈 프라푸치노’의 판매를 시작했다. 팥과 얼음, 연유 등을 섞어 갈아 만든 이 음료는 ‘빨대를 꽂아 먹는 팥빙수’라는 느낌을 준다. 단 마셔야 하니까 과일이나 기타 토핑은 없고 위에 크림만 얹을 수 있다. 우선 6월부터 약 2개월간 한시적으로 판매하는 레드빈 프라푸치노는 스타벅스코리아 직원들의 제안으로 스타벅스 본사 음료팀에서 2년여 연구개발 기간을 거쳐 탄생됐다. 레드빈 프라푸치노는 그린티라떼에 이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테스팅 마케팅된 뒤 전세계로 소개될 예정인 두 번째 음료가 된다. 스타벅스코리아 관계자는 “팥은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팥빙수, 단팥죽, 팥떡 등으로 영양적 가치와 독특한 맛을 입증받고 있다. 스타벅스를 통해 아시아는 물론 전세계 고객에게 웰빙 식품 팥의 효능과 맛이 새롭게 조명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2007년 7월 현재 레드빈 프라푸치노는 매장당 하루 평균 18~20잔 정도 팔리고 있으며, 이는 아시아 지역 중 일본 다음으로 높은 판매 수치다.

한여름, 오후… 간절한 팥빙수 생각

더욱 쉽게 찾아 먹을 수 있게 될수록 그 종류도 다양해져가는 팥빙수. 다음해, 그 다음해엔 또 어떤 모습의 빙수를 만날 수 있을까. 팥빙수가 있기에 올여름도 시원하고 달콤쌉싸래하다. 찌뿌드드한 한여름 오후 시간, 사무실에 앉아서 커피믹스나 타 마시다가 노래를 불러본다. 빙수야~ 팥빙수야~ 사랑해 사랑해~!


빙수기 없이 팥빙수, 안 되겠니?

가정용 빙수기 안 쓰고도 만들 수 있는, 내 냉장고 속 팥빙수

▣ 정재원 인턴기자 arsenlupin007@hanmail.net

가정용 빙수기가 없어서, 혹은 빙수기는 있는데 관리하기 귀찮아서 팥빙수를 만들어 먹을 엄두가 나지 않는 당신, 주목하라. ‘맛의진미 요리천국(http://cafe.naver.com/nawayo.cafe)’이 공개한 ‘빙수기 없이 팥빙수 만들기’ 노하우.


● 한입에 쏙! 미니 팥빙수

준비물: 빙수용 팥, 젤리, 연유, 우유, 얼음틀

만드는 법

얼음틀에 팥 한 티스푼과 젤리 몇 알을 넣는다.
얼음틀의 70% 정도가 차도록 연유를 붓는다.
마지막으로 우유로 얼음틀을 가득 채우고 냉동실에 얼린다.
팥빙수가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빼서 먹으면 끝!

●부드럽게 쑥~ 슬러시 빙수

준비물: 빙수용 팥, 젤리, 우유, 슬러시 아이스크림(설○임, 과○하나 등)

만드는 법

슬러시 아이스크림의 밑부분을 잘라 그릇에 붓는다(취향에 따라 바닐라맛, 녹차맛, 비타민C가 함유된 과일맛 등 선택 가능)
아이스크림 위에 팥, 젤리를 얹고 우유를 뿌리면 간편 슬러시 빙수 완성. 슬러시 특유의 맛과 부드러움에 팥의 달콤함이 더해져 음~!

●몸에 좋은 토마토 빙수

준비물: 팥빙수 기본 재료, 토마토 2개(수박이나 바나나도 OK), 각얼음 약간

만드는 법

토마토를 냉동실에 1~2시간 정도 얼린 뒤 꺼내 각얼음과 함께 믹서기에 간다.
믹서기로 간 것을 깨지지 않는 용기에 넣고 냉동실에 얼린다.
토마토가 든 용기를 꺼내 숟가락으로 뜨면 빙수용 얼음이 된다.
토마토 셔벗 위에 팥, 젤리, 빙수떡 등을 올리면 토마토 빙수가 완성된다.
토마토를 싫어하는 아이도 반할 만한 여름 영양식 완성!


● 668호 주요기사

▶이명박은 거짓말을 했는가
▶병원의 기묘한 신발명품, 선택진료비
▶커피믹스, 오늘 몇 잔째?
▶피터 드러커의 시간관리법
▶쿠웨이트에 쿠웨이트인이 없다
▶영어 광풍은 합리적인 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