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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사회 > 라이프 & 트렌드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7년07월05일 제6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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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야 가라~ 우울아 가라~

후끈후끈 태양·추적추적 장맛비가 나를 지치게 할지라도 굴복하지 말지어다

▣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과일 먹으면서 하렴.”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고등학교 1학년인 막둥이가 책상 앞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그 모습을 보는 김선형(46)씨의 마음이 좋을 리 없다. 벌써 며칠째 비실거리는 막둥이. 학교가 끝나면 학원을 두 군데 들렀다 집에 오는 아들은 요즘 땀에 젖어 축 처진 교복 셔츠 아래로 그보다 더 처진 몸을 끌다시피 하며 들어온다. 여름이 되니 부쩍 기운이 없어 보여 보약을 해줘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다른 방에는 대학에 다니는 첫째가 하루 종일 잠만 자고 있다. 축제다 동아리 활동이다 해서 며칠 연속 술을 마시더니 일어날 기운도 없단다. 더운 여름밤엔 시원한 맥주가 최고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술 좋아하는 첫째가 요새는 영 술 앞에 맥을 못 춘다. 밥도 안 먹고 잠만 자는 첫째를 바라보며 김씨는 한숨을 내쉰다.


△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사실 김씨도 요즘 통 밥을 못 먹는다. 날이 너무 덥기도 하고 밖에서 덥게 있다가 집에 들어올 가족을 생각해서 집안에 에어컨을 계속 틀어놓다 보니 아무래도 냉방병에 걸린 것 같다. 잠깐 마트나 백화점에 다녀올 때도 승용차를 끌고 나가 에어컨 바람을 쐬니 요즘 같아서는 땡볕 아래에서 더위를 느껴본 일이 없다. 언제부턴가 밥맛도 기운도 없어졌다. 기운 없이 소파에 앉아 남편을 기다린다. 비 오는 소리가 들린다. 오늘 밤부터 장마가 시작되는가 보다. 자식들도 잠들고 혼자 마루에 앉아 비 오는 소리를 들으니 왠지 쓸쓸하다. 남편이 들어온다. 어느새 남편도 올해로 51살. 요즘 회사가 어렵다더니 부쩍 술·담배가 늘었다. 오늘도 역시 술냄새를 풍기며 어깨를 늘어뜨리고 들어온다. 이렇게 자고 나면 내일 아침엔 통 못 일어난다. 얼굴색도 안 좋고 입술색도 까맣게 변해가는 것 같고, 무엇보다 몸이 녹초니 이러다 쓰러지기라도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빗소리를 들으며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안 온다. 눅눅한 느낌에 에어컨의 설정 온도를 좀더 낮춘 뒤 어떻게든 잠을 자려고 해본다.

막둥이 손 잡고 당장 산책을

10대·20대·40대·50대가 한집에 사는 김씨 가족이 각자 겪고 있는 ‘증상’은 푹푹 찌는 여름, 지루한 장마 기간에 일상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현대 도시인의 모습이다. 중·고등학생들의 경우 학교가 끝나도 학원·과외·독서실 등을 오가느라 잠도 부족한데다 운동 부족, 스트레스까지 겹쳐 수업시간에도 꾸벅꾸벅 졸 정도로 피곤해한다. 특히 여름은 한창 자라는 10대들의 성장판이 열리는 시기. 몸이 성장을 위해 대사활동을 더 활발히 하다 보니 에너지도 더 많이 소모하게 된다. 가뜩이나 더운데 몸이 더 고생을 하는 셈이다.

이럴 땐 덥고 힘들어도 운동을 조금씩 해줘야 한다. 땀이 날 정도의 걷기나 축구·농구 등의 운동은 체력을 향상시키고, 혈액순환을 돕고, 스트레스를 줄여주어 피로 해소와 예방에 효과가 있다. 김씨가 막둥이에게 해줘야 할 것은 보약이 아니라 지금 당장 손 잡고 근처 공원이라도 산책하는 일. 산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는 토마토주스 한 잔이 좋다. 토마토에는 리코펜이라는 항산화물질이 들어 있어, 체내의 활성산소를 제거해주고 세포의 피로를 막아준다. 청소년의 하루 권장 섭취량은 싱싱한 토마토 큰 것 2개나 방울토마토 20개 정도, 아니면 토마토주스 200~300㎖다.

그렇다면 첫째는? 대학만 다니니 그다지 바쁠 것이 없어 보이는데도 늘 “더 자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첫째. 그처럼 평소에도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은 낮이 길어지고 기온이 올라가면 피로가 더 심해진다. 낮이 길어지니 늦게 술자리가 생기고(물론 대학엔 ‘낮술’이란 비장의 무기가 있지만) 늦은 시각에 술자리를 마치고 집에 오면 더워서 뒤척이다 늦게 잠들기 일쑤다. 또한 술을 마시면 위·간을 포함한 장기에 일을 시키는 셈이 돼 깊이 잠드는 것을 방해받는다. 더우니까 ‘시원한 맥주 한 잔’은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매일 술을 마시는 것은 더 위험하다. 간은 섭취한 알코올의 80% 정도를 분해하는데, 계속되는 술자리로 간을 혹사시키면 간세포는 정상으로 회복될 충분한 휴식 시간을 갖지 못한 채 끊임없이 일을 해야 한다. 이런 상태가 반복되면 간 기능이 저하돼 젖산이 축적되고 피로는 주체할 수 없이 쌓인다. 한 번 음주한 뒤에는 2~3일간 금주를 하며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일단 간에 ‘못할 짓’을 한 상태라면 간관리제를 복용해 해독작용을 돕는 것도 한 방법. 고등어, 콩류, 굴, 달걀 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들 역시 간이 제 기능을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아무튼 하루 종일 자는 첫째여, 밥은 먹고 다니냐? 일어나서 뭐든 좀 먹으라. 그리고 내일 술 약속은 연기하라.

아빠여, 뭐하는가 막둥이 쫓아가라

이제 51살이라니 남편도 언제까지고 회사 업무만을 생각하며 몸을 방치할 때가 아니다. 물론 회사에는 엄청난 스트레스가 도사리고 있을 것이다. 언제 ‘명퇴’ 당할지 모르는 불안한 분위기,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상사…. 그 속에서 그는 담배만 뻑뻑 피워대는 신세다.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면 근육이 긴장하고, 혈압이 상승하며, 심장 박동수가 증가한다. 이때 혈액은 근육으로 보내져 간에 흐르는 혈액량이 오히려 줄어들게 되고 피로물질인 젖산의 분비는 늘어나 스트레스를 받을수록 몸은 녹초가 된다. 이럴 때 담배를 피우면 마치 피로가 풀리는 듯한 현상이 일어나는데 이는 뇌에서 니코틴이 작용해 일어나는 일종의 환각 현상이다. 오히려 담배의 니코틴은 체내의 혈관을 수축시켜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이산화탄소는 헤모글로빈과 결합해 인체의 원활한 산소 공급을 방해할 뿐 아니라 비타민을 파괴해 피로를 더욱 쌓이게 한다. 뭐하는가. 남편도 어서 막둥이 손 잡고 산책 나간 아내를 뒤쫓아가라. 대신 워워, 너무 뛰지 말고 걸어라. 40~50대의 경우에는 하루 30분 정도의 걷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이나 15분 정도의 스트레칭이 스트레스와 피로를 해소하는 데 좋다. 신선한 계절과일이나 녹황색 채소 섭취 역시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준다.

지금까지 김씨는 끊임없이 가족의 기력 없음을 걱정해왔지만 오히려 김씨 자신의 문제가 더 클 수 있다. 우선 그의 냉방병은 냉방된 실내와 실외의 온도차가 스트레스가 되어 발생한다. 보통 두통·식욕부진·코막힘 등 감기와 비슷한 증세가 나타난다. 집 안팎의 온도차를 5℃ 정도로 조절하고 고온다습한 날에는 습도만을 내리는 것이 좋다. 다음으로 장마철 우울증을 경계해야 한다. 장마철의 흐리고 끈적끈적한 날씨는 우울한 감정을 더해줄 수 있다. 일조량이 감소하면 눈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줄어들어 멜라토닌 분비가 늘게 되어 수면 및 진정작용을 유도해 침울한 기분이 들 수 있다. 또한 외출도 적게 하고 실내에 머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갑갑하게 느낄 수 있다. 이럴 때는 집안을 밝은 색으로 도배하거나 밝은 색 소품을 사용해 분위기를 화사하게 꾸미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낮에 집에 혼자 있다고 어둡게 있지 말고 등을 환하게 켜놓으면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된다. 또한 비 온다고 집에서만 지내지 말고 가끔 가벼운 외출을 하여 기분 전환을 하도록 한다. 나머지 가족이 나설 때다. 우울해하는 엄마를 위해 첫째와 막둥이가 합심해 밝은 색 소품을 사온다든지, 꽃 한 다발을 준비한다면 어떨까. 남편이 집 근처 예쁜 카페에서 차 한 잔 하자고 아내를 집 밖으로 불러내는 것도 괜찮겠다.

여름철 피로는 서로 하기 나름!

강남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최종영 교수는 “여름철 피로는 규칙적인 생활과 영양 관리로 효과를 볼 수 있다”며 “항상 피곤하거나 쉬어도 피로가 없어지지 않는 사람은 몸에 다른 이상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쨍쨍 내리쬐는 태양, 추적추적 끝도 없이 내리는 비가 몸과 마음을 지치고 힘들게 할지라도 절대 굴복하지 말라. 이 세상의 막둥이들, 첫째들, 김씨들, 남편들 모두의 건강한 여름은 ‘각자 혹은 서로 하기 나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