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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특집 > 맛있는 뉴스 목록 > 기사내용   2008년01월24일 제6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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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스타] 아버지의 영상

▣ 김노경 기자 한겨레 온라인뉴스팀sano2@news.hani.co.kr

시끄러운 도심을 달리는 작은 트럭 안.

“아버지! 여기 한번 봐봐. 손 한번 흔들어봐. 오늘은 어디로 일하러 가는 거야? 아~, 왕십리 쪽에 중앙시장이 있어?” 평범한 인터뷰처럼 시작한 영상 화면에 갑자기 말쑥하게 생긴 젊은 얼굴이 등장한다. 덜컹거리는 트럭을 따라 화면도 흔들린다.

“저희 아버지입니다. 오늘은 간만에 아버지랑 같이 일하러 가거든요. 한번 따라가보시죠.” “그거 녹음도 되는 거냐?” “어, 녹음도….”


자신을 ‘운 좋은 그림꾼’이라고 소개하는 누리꾼이 만든 동영상 ‘그 남자의 일터’가 인터넷에서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영상을 만든 이는, 30년간 천막만을 만들고 설치해온 아버지의 하루를 차분하게 담은 아들이다.

아버지는 낡은 천막을 걷어내고 철제 구조물을 구석구석 손본 뒤에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다시 설치한다. 작업 중간에 커다란 구조물이 떨어져 조금 위험한 상황도 보인다. 직접 내레이션을 하고 있는 아들 ‘그림꾼’의 목소리에 누리꾼은 매혹됐다. 어떠한 꾸밈도, 효과도 없이 담담하게 기록한 아버지의 영상에 마음을 빼앗긴 것이다.

“추운 날씨에 마음이 훈훈해지네요” “남자인 나를 울게 하는 동영상” “오늘 아부지랑 당구장 가기로 했어요” “이런 게 1위여야 하는데 일본 소녀가 1위라니” 등의 반응 가운데 가장 많은 댓글은 “사랑합니다, 아버지”이다. 그렇지만 한탄도 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 쇠 만지는 일을 하는 내가 점심 먹으러 식당에 가면 슬슬 피하는 사람들… 우리나라는 이런 일을 막장으로 쳐주잖아. 20살부터 9년 동안 이렇게 살아왔는데… 얼마나 더 이 짓을 해야 하나.”

이 영상을 제작한 그림꾼의 미니홈피(www.cyworld.com/b2slife)에도 마우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컷만화, 애니메이션, 그래피티 그리고 동영상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누리꾼에게 인기다. 얼마 전 원더걸스의 소희를 포토숍으로 그려내는 과정을 공개한 것은 단연 인기 집중이다. 아버지 생일을 맞은 이 그림꾼은 선물로 ‘동영상’을 아버지에게 선물했다. “여태까지 미술을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지만 그리는 게 좋다. 노력해서 아버지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들이 되고 싶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부모님께 인정받고 효도하기 위해서다. 우리들의 영원한 영웅, 아버지 조금만 기다려주세요”라며. “아버지의 주름을 그리다 보니 눈물이 난다”는 그림꾼의 동영상 속 자막은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세대의 새로운 사랑 고백을 실감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