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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인터뷰 > 대담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4년04월06일 제5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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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고도 이기는 대통령!

‘투 다이내믹 코리아’ 논하는 3인의 일본 특파원… 일본과 다른 시민사회의 힘에 놀랐다

3명의 일본 특파원들이 모여 탄핵안 가결 이후 숨가쁘게 달려가는 한국 사회를 논했다. 일본과 다른 시민사회의 힘에 놀라기도 하고 지나친 흑백논리에 한숨 쉬기도 했다.

사회 · 정리=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orgio.net

‘투 다이내믹 코리아’(too dynamic Korea)는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일련의 사태에 대한 외신기사 가운데 가장 자주 등장하는 문구다. 역동적인 사회라는 긍정적인 의미와 함께 언제라도 요동칠 수 있는 사회라는 부정적인 이미지까지 동시에 내포하는 표현이다. 최근의 정국을 바라보는 외국 특파원들의 시각이 궁금했다. <한겨레21>은 한국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한국 주재 일본 특파원들과의 긴급 대담을 마련했다. <교도통신> 히라이 히사시(52) 서울지국장은 1985년 한국에 처음 온 뒤 10년 동안 서울에서 특파원 생활을 했고, <도쿄신문> 야마모토 유지(52) 서울지국장 역시 1989년 서울에 와 7년 동안 한국 주재 특파원 생활을 했다. <마이니치신문> 호리야마 아키코(37) 특파원은 지난 3월17일 서울에 왔다. 대담은 4월4일 오후 <교도통신> 서울지국 사무실에서 열렸다.


일본이라면 탄핵 마지막 단계서 양보

사회= 탄핵소추안 가결은 우발적으로 벌어진 사건이었지만, 한국 사회에 끼칠 파장이 클 것 같다. 일본에서도 비중 있게 보도되고 있나.

히라이= 원래 (한국) 국내 정치 상황은 (일본 신문의) 외신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 그런데 노 대통령이 재신임 문제를 거론한 뒤부터 한국 정치가 일본 외신면 이슈가 되기 시작했다. 이전 3김시대에는 외신면에 민주화라는 이슈로 자주 등장했는데, DJ 정권 이후에는 북한 핵 문제 같은 한반도 전체 이슈에 비해 뉴스성이 떨어졌다. 그런데 탄핵 사건은 자세히 보도되고 있다.

야마모토= 우리 회사 같은 경우 재신임 문제도 별로 다루지 않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탄핵소추안 가결 모습이 전 세계 텔레비전으로 공개되면서 그리고 그 뒤로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는 등 하루 만에 180도로 달라지는 뉴스가 나오니까 관심이 높아졌다. 저도 그날 정말 ‘투 다이내믹 코리아’라고 느꼈다. (웃음)

사회= 탄핵소추안 가결 사태를 어떻게 봤는가. 원인 분석을 해볼 수 있을까.

히라이= 흐름이 참 무섭다는 걸 느꼈다. 그날 아침까지는 다 ‘나가리’가 될 것으로 생각했는데. 야당 지도부가 힘이 약한 것이 이유 중의 하나였던 것 같다. 어떤 조직이나 단체도 지도부가 통제력이 있으면 강경하게 나가는 게 어렵다. 두 야당 모두 지도부가 통제력을 잃은 상태여서 그 지도부가 자기를 정당화하기 위해 강경론으로 갈 수밖에 없는, 그런 분위기가 있었던 것 같다.

야마모토= 일본의 정당이라면 마지막 단계에서 양보했을 것이다. 저는 그날 마지막 단계에서 다른 방식으로 협의될 줄 알았다. 오전에 국회의장이 나와서 하는 걸 보고 놀랐다. 3김시대가 끝난 뒤 국회나 정치를 장악할 인물이 없다는 점도 작용한 것 같다.

사회= 쿠데타라는 말도 있다. 지금까지 한국이 이뤄온 절차적·제도적 민주주의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 히라이 히사시: 다이내믹의 나쁜 측면에는 흑백논리가 숨어 있다. 탄핵이 좋다 나쁘다는 것 하나만 지금 남아 있다. 하나의 이슈로 사회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왔다갔다 한다. 정동영 의장의 노인 발언도 말 한마디로 그렇게 전세가 왔다갔다 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히라이= 큰일이라고 하지만 6·25 전쟁, 4·19, 아웅산 사태, 6월항쟁 등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과 비교하면 제도권 안에서 왔다갔다 한 것 아닌가. 여유 있게 해결해나가는 것 같다. 난국이라는 말은 과장된 표현인 것 같다. 한국은 정치보다 사회나 경제 분야가 더 커져서 일반인들의 생활력과 힘, 실력이 커졌다.

야마모토= 저는 좀 생각이 다르다. 다른 분야에 비해서 정치권만 개혁이 늦어졌는데, 이번이 정치 개혁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참여민주주의나 직접민주주의라는 말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국회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든든한 의회민주주의를 만들 필요가 있다. 보스가 지배하는 국회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국회를 완전히 무시하고 집회나 인터넷 등으로만 되는 것은 아니니까.

호리야마= 직접민주주의가 중요한 초점으로 돼 있는 것 같다. 일본에서 ‘국회 쿠데타’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일본이 내각제라서 더 그랬던 것 같다. 한국 사회는 여전히 직접민주주의적 요소가 많이 반영돼 있는 나라인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일본과 차이가 있다. 한국은 대통령을 직접 뽑기 때문에 국민들이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라는 프라이드가 있어서 (국민과) 국회와의 갈등이 제도적으로 나오는 것 같다. 일본에서는 미디어들이 이 사태를 설명할 때 제도의 차이를 설명해야 납득한다. 그렇지 않으면 단순히 (한국을) 불안한 나라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일본의 직접민주주의는 특정 지역에서 원자력발전소 같은 이슈에 대해서 주민투표를 하는 경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렇지만 정치적인 문제로 시민사회가 하나로 뭉쳐서 움직이는 일은 거의 없다. 이번 사태가 일본에도 참고가 될 것이다.

거리무대의 주체가 바뀌었다

야마모토= 일본에서는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는 직접민주주의 도입이 좀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국가 차원에서는 없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노 대통령의 당선 역시 인터넷 지지자 같은 사람들의 힘이 컸지 않나. 민주당 내부에서도 특별한 지지 기반이 없었다. 대통령직선제라서 참여민주주의 느낌이 강한 것 같다. 국회의원으로 별로 지지 기반이 없는 사람이 대통령 되는 게 놀라웠다.

사회= 그런 면에서 촛불집회에 대한 견해를 묻고 싶다. 시민 또는 시민사회의 성장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히라이= 이상적인 의회민주주의는 이 세상에 없는 것 같다. 잘못도 있고 한계도 있다. 그걸 극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나. 한국에서도 광주항쟁이나 4·19, 6월항쟁 모두 지금 하는 것처럼 이뤄지지 않았나. (그때도) 6시가 되면 시위를 중지해야 한다고 해서 그 말을 들었겠나. 그렇다면 ‘혁명’이나 ‘항쟁’이라는 말도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시대가 바뀌어서 ‘혁명이었다’거나 ‘의거였다’고 하는 것이다. 의회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의 묘한 균형 속에서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그런데 그 불법성이 한도를 넘을 때 오히려 국민의 심판을 받는다고 본다. 예를 들어 1990년대 학생운동의 분신자살 같은 경우가 그렇다고 본다. 국민적인 도덕성, 인간적인 공감대를 넘었기 때문에 투쟁방법이 잘못된 것 아닌가.

호리야마= 지난 대선 때 서울에 지원을 나온 적이 있었다. 그때도 여중생 사망사건 관련 촛불집회를 했는데 그것과 비교해보면 이번은 아주 재미있게 했다. 노래도 하며 즐겁게 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집회를 하는 것인지 문화행사를 하는 것인지 구별이 안 됐다.

히라이= 거리무대의 주체가 바뀌었다. 예전에는 학생운동이 주로 했던 것을 지금은 노조, 비정부기구(NGO), 시민운동쪽으로 거리무대의 주최가 이동하고 있다. 사회적 기반이 있는 사람들이 하다보니까 덜 과격해진 것으로 본다. ‘투쟁’이기보다는 ‘나들이’다.


△ 야마모토 유지: 민주노동당에 주목한다. 1990년대 한국에 있으면서 든 의문 가운데 하나가 ‘노조단체가 저렇게 강력한 투쟁력이 있으면서 왜 정치활동을 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민주노동당 간부들을 만나봤는데 상당한 자신감을 가진 듯했다.

야마모토= 이런 상황은 일본과 비교하면 재미있다. 일본도 1970년대 초반까지 학생운동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사라진 뒤 이슈별 주민운동만 남았다. 한국의 낙천·낙선 운동처럼 정치적인 문제로 연대해서 함께 행동하는 경우는 드물다.

히라이: 6월항쟁 이후의 흐름도 있지만 월드컵 거리응원, 노무현 정권 탄생을 거치면서 젊은 세대가 자신감을 가진 것 같다. 월드컵에서 나온 에너지가 노무현을 만든 에너지와 중복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역동적인 힘이 있다는 자신감이 있고, 어느 정도 경험이 있다는 사실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사회= 일본의 시민사회가 커다란 정치 이슈로 연대하지 않는 이유는 시민사회가 덜 발전해서인가, 아니면 일본이 그만큼 안정된 사회라서 그런가.

히라이= 미디어의 역할도 크다. 일본 민주주의를 ‘관객민주주의’로 부른다. 텔레비전 보면서 자기가 참가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미디어에 대한 불신이 많다. 그래서 자기가 가지 않으면 안 된다. 현장에서 느껴야 한다. 언론에 대한 불만이 많으니까. 거리에 나가서 자기가 경험하고 주장해야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50년의 한국 현대사가 그런 것을 통해서 사회정의가 실현됐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기능을 하는 것 같다. 일본은 1960년대 안보투쟁, 1970년대 학생운동 시절로 끝났다.

감성주의 · 흑백논리 경계해야

사회= 일본 미디어가 한국 미디어에 비해 대중의 높은 신뢰를 받는다는 말인가.

히라이= 신뢰받는다고 보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과 비교해보면 한국에서는 사실보다 주장의 비중이 너무 크다. 보도가 기자의 업무라기보다는 정론이나 논평이 기자의 보람으로 돼 있다. 대기자도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본업이고, 그래야 지식인으로서 사회적 평가를 받는다. 일본은 좀 다르다. 일본은 사실만 빨리 정확하게 보도하는 것이 기자이지, 사회가 이렇게 돼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기자의 몫이 아니다.

야마모토= 한국에서는 언론기관이라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보도기관이라고 한다.

히라이= 노 대통령이 조·중·동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는 것도 기사 속에 가치관이 너무 녹아들어서 그런 것 아닌가. 조·중·동은 조·중·동대로, <한겨레>는 <한겨레>대로 기사에 가치관이 숨어 있다. 일본에서는 <산케이>가 보수다, <아사히>가 진보라고 해봤자 그 차이가 별로 없다.

야마모토= 한국 신문기사를 보면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주장인지 우리도 구별하기 힘들 때가 많다.

사회자= ‘투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히라이= 다이내믹의 나쁜 측면에는 흑백논리가 숨어 있다. 탄핵이 좋다 나쁘다는 것 하나만 지금 남아 있다. 이슈가 개별적으로 제시되지 않고 하나의 이슈로 사회가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왔다갔다 한다. 크지 않은 나라에서 정보전달 수단은 발달했다. 그래서 테마 하나를 던지면 너무 크게 왔다갔다 한다. 정동영 의장의 노인 발언도 말 한마디로 그렇게 전세가 왔다갔다 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 그것에는 제도적인 문제도 있다. 예전부터 개인적으로 한국에서는 소선거구제를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했다. 소선거구제라는 것이 그야말로 흑백논리다. 이만큼 사회의 가치가 다양화되고 계층별로 이해관계가 다르면 진보도 나오고 보수도 나올 수 있어야 한다. 소선거구제는 감성주의와 흑백주의에 너무 맞는 제도이기는 하지만, 너무 맞아떨어져서 문제다. 한표 차이로 져도 지는 쪽은 없어지니까 다이내믹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 ‘투 다이내믹’하게 되지 않으려면 중선거구제로 가야 한다. 47석밖에 없는 정당이 200석 갈까 말까 하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보통 나라에는 있을 수 없는 얘기다. (웃음) 그것도 탄핵이라는 하나의 이슈만으로.

호리야마= 지역주의가 정당정치를 지배해왔는데 이제는 정책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탄핵 문제가 너무 강해서 당의 정책은 별로 안 보이고 그런 주장도 큰 이슈가 돼 있지 않은 점이 문제다. 정책 논쟁이라는 게 별로 없다. 그러나 탄핵 문제가 지역주의를 없애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기 때문에 과도기에서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야마모토= 여성 후보들이 많이 입후보한 것을 보고 ‘투 다이내믹 코리아’라고 느꼈다. 박근혜씨가 대표가 되고, 추미애씨도 선거대책본부장이고, 3당 대변인도 다 여자다. 국회의원 비율이 5.5% 정도 된다는데 이것 역시 ‘투 다이내믹’이라고 느낀다. 일시적인 것일지 아니면 4년 뒤에 여자 대통령 후보가 나올 것인지 두고봐야 할 것 같다. 이번에 후보로 나선 60명 정도가 모두 대학교수, 저널리스트, 변호사 등 사회 엘리트층이라서 앞으로 다른 계층에서 여성 후보가 나올지도 관심거리다.

여성은 아직 ‘가호마담’

호리야마= 숫자를 하나 가져왔다. 일본 중의원 480명 가운데 지난해 12월 선거에서 여성 당선자는 44명이었다. 10% 약간 안 되는 비율이다. 오사카, 홋카이도, 지바 같은 곳에서는 여성이 지방자치단체장을 맡고 있다. 그런데 이 숫자에도 한계가 있다. 일본에서는 국회의원들 가운데 정치인의 2·3세 비율이 너무 많다. 여성도 마찬가지다. 자민당은 30~40% 정도, 민주당도 15% 정도가 2·3세다. 그래도 한국에서는 자기가 노력해서 하는 여성 정치인들임을 평가해야 한다.


△ 호리야마 아키코: 지역주의가 정당정치를 지배해왔는데 이제는 정책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탄핵 문제가 너무 강해서 당의 정책은 별로 안 보이고 그런 주장도 큰 이슈가 돼 있지 않은 점이 문제다. 정책 논쟁이라는 게 별로 없다.

히라이= 그런 면에서 열린우리당이 정대철씨 아들을 후보로 내세운 것은 반개혁적이다. 말도 안 된다. 아버지가 부정부패로 구속됐는데 개혁을 주장하는 당에서 후보로 그 아들을 세울 수 있나. 자민당 방식이다.

호리야마= 나쁜 일본 습관을 배우면 안 된다. (웃음) 이번에 여성이 진출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본다. 그러나 일시적인 선거용인지 지속적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계속해서 여성의 힘이 정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일본에서는 대변인이라는 제도가 없다. 그래서 비교가 어렵지만, 텔레비전에 나오는 대변인만 여자로 뽑는데 그것도 정치적인 경험이 많지 않은 이들 아닌가. 좀 그렇다. 일본에서도 여성의 지역구 당선율은 25% 정도다.

히라이= 아직 ‘가호마담’이다. (웃음)

사회= 이번 총선이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나.

히라이= 이번 선거로서 3김시대가 완전히 끝난다. 인맥 중심주의가 아닌 정책이나 이념으로 움직이는 정당이 형성돼야 한다고 보는데 탄핵 때문에 그것도 좀 애매하다. 민주노동당이 등장했지만 앞으로 ‘기능정당’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 복지당, 노인당, 여성당이라든지. 치맛바람당도 좋고, 어르신당도 좋다. (웃음) 여러 계층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담을 수 있는 의회민주주의가 되어야 한다.

야마모토= 민주노동당에 주목한다. 1990년대 한국에 있으면서 든 의문 가운데 하나가 ‘노조단체가 저렇게 강력한 투쟁력이 있으면서 왜 정치활동을 하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물론 그 이유를 잘 생각하면 독재개발주의, 냉전 구조가 있을 것이다. 민주노동당 간부들을 만나봤는데 한국 사회가 민주노동당이 주장하는 정책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로 변했다는 데 상당한 자신감을 가진 듯했다.

호리야마= 민주노동당 진출로 정책 중심의 정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운동권 사람들이 국회라는 제도 안으로 들어간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국회는 타협이 필요한 곳이다. 거리정치를 부정하지는 않지만, 직접민주주의와 간접민주주의가 어느 한쪽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운동권 단체가 제도권에 들어가서 국회 안에서 토론하는 모습이 새롭게 보일 수 있다.

사회= 지역주의가 사라진다는 의미도 있지 않나.

히라이= 그렇게 갑자기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호남표와 진보표가 DJ 정권과 노 정권을 지지해왔다고 볼 수 있는데, 이 구조가 정말 바뀌는지 안 바뀌는지는 이번 선거 결과만 봐서는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다. 구심력을 가진 정치인이 지역의 맹주가 되면 새로운 형태의 지역주의가 나올 수도 있지 않나.

대담 뒤 이틀 만에 출간? 다이내믹!

사회= 한국에서는 노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것 같다. 일본에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히라이= 일본의 보통 사람들은 노 대통령을 잘 모른다. 인지도가 높지 않다. 그나마 지난해 6월에 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 뒤 좀 알게 된 것이다. 보수쪽에서는 불안정하다는 평가가 있다. 다만 제 개인적으로는 권위주의와 싸우는 것에 대해서 평가한다.

야마모토= 노 대통령은 말을 좀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웃음) 개인적으로 취재 때문에 두번 만났다. 1992년 총선 치를 때 처음 만났는데 외신기자들 앞에서 부산에 출마한 이유를 자세히 설명한 뒤 이번 선거는 정말 어려워서 떨어질지도 모른다고 얘기하는 걸 듣고 진짜 정치인 같지 않은 정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호리야마= 개인적으로는 기존 조직이나 문화를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도 자민당이 개혁한다고 하지만 별 성과가 없다. 개인적인 면은 잘 모르지만, 그런 것을 하려고 한다는 점에는 관심이 많다.

히라이=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묘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 (웃음) 지는 것이 결과적으로 이기는 길을 만들고 있지 않나.

호리야마= 그런 정치가는 일본에서는 거의 없다.

히라이= 그렇게 많이 지역선거(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진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이번에도 ‘악수’로 많이 실수했는데 선거 구도는 본인이 원하는 대로 돼 있지 않나. 그렇게 실수하고 그렇게 지고도 지금 이기고 있으니 놀라운 기술인지, 우연인지 모르겠다. (웃음) 아주 재미있다.

좌담회가 끝나고 참석자들은 “대담 내용이 <한겨레21>에 언제 나오느냐”고 물었다. 기자가 “내일 모레 화요일에 나온다”고 했더니 그들은 한목소리를 냈다. “오, 역시 투 다이내믹 코리아입니다. 일본 시사주간지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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