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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10월24일 제331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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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신자유주의 돌격대?

각종 교육개혁조처에 전교조 “학교의 계급화 정책”… 2학기부터 전면 철폐운동


△ 지난 10월13일 서울역 앞에서 열린 전교조의 ‘공교육 파탄정책 철회’ 집회. 경찰의 저지 과정에서 여교사 알몸수색 사건까지 터졌다

최근 경찰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 알몸수색 사건은 전교조의 ‘공교육 파탄정책 철회’투쟁을 막는 과정에서 빚어졌다. 전교조는 교육부가 추진해온 각종 교육개혁조처들을 공교육을 파탄시키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으로 규정짓고 올 2학기부터 전면적인 철폐운동에 나섰다. 이는 전교조 교사들의 집단 조퇴와 대규모 집회로 이어졌고 지난 10월13일 서울역 앞에서 열린 공교육 파탄정책 저지집회 도중 경찰의 전교조 교사연행과 알몸수색 사건이 터진 것이다.

“신자유주의 프로그램 쏟아진다”

교육계를 휩쓸고 있는 신자유주의 논쟁은 두뇌한국21(BK21)사업이 추진되면서 간간이 불거지기 시작한 뒤 조기유학 자유화를 거쳐 자립형 사립고와 제7차 교육과정 도입 등으로 본격화됐다. 게다가 최근 내국인에 대한 외국인학교 개방조처까지 이뤄지면서 교육부가 쏟아내놓고 있는 일련의 교육개혁프로그램에 대한 전교조의 반발은 더욱 거세졌다.

투쟁에 나선 전교조의 논리는 간단하다. 국민의 정부 들어 나온 각종 교육정책의 본질은 ‘개혁’이 아니라, 학생들을 더욱 치열한 입시경쟁으로 내몰아 교육을 황폐화시킬 뿐이며 소수의 가진 자들만을 위한 정책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정책의 뿌리에는 교육에도 시장경쟁논리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는 신자유주의 교육철학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나온 계간(새 길을 여는)<교육비평>(2000년 가을·창간호)은 ‘부러진 화살, 빗나간 과녁-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을 해부한다’는 특집을 싣고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전면 비판했다. <교육비평>은 이 특집에서 김동춘·박거용 교수 및 이수일·정은교 교사 등이 참석한 ‘교육계에 새 담론이 필요하다’는 좌담을 실은뒤 ‘신자유주의와 공교육의 파국’(김학한 교사),‘한국의 신자유주의,신자유주의자들’(김천기 교수)등의 글을 덧붙였다.

이번 특집에서 서울 구로고 김학한 교사는 “신지식인 육성이란 구호 아래 추진되고 있는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편은 교육의 시장화와 상품화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그는 이어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서곡은 ‘선택과 집중’으로 대표되는 대학쪽의 BK21사업이며 곧이어 교육을 ‘시장’에 떠맡기는 자립형사립고 도입 및 ‘잘할 줄 아는’ 수월성(秀越性)에 초점을 맞춘 7차 교육과정 시행 등 초중등교육쪽으로 신자유주의가 파죽지세로 몰려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북대 김천기 교수(교육학)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철학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는 인물로 박세일 교수(한국개발연구원 국제대학원), 공병호(전 자유기업센터 소장)씨, 김기수 교수(캐나다 메모리얼대·교육철학) 등을 꼽았다. 김 교수에 따르면, 박세일 교수는 교육도 ‘상품’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를 일찍이 주창하며 교육소비자(학생과 학부모)의 선호에 따라 교육의 방향이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공병호씨는 교육문제 해결의 지름길은 경쟁논리 확대에 있으며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소수인재를 위한 시스템으로 교육을 바꾸자고 주장해왔다. 김기수 교수는 한국에서 가장 체계적으로 신자유주의적 교육개혁론을 내건 학자로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지원을 줄이자는 논리를 펴오고 있다.

교육당국도 그동안의 교육개혁안들이 신자유주의‘적’이라는 데는 어느 정도 동의한다. 교육부 정봉근 교육정책기획관은 “(교육개혁안이) 부분적으로 신자유주의적이지 전체적으로 다 그런 것은 아니며 신자유주의 논리가 약간 스며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전교조가 지난 10년간의 투쟁과 흥분체질을 아직 못 벗은 채 ‘정치적으로’ 교육정책 반대투쟁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교육부는 지난 95년 교육개혁위원회가 결정판으로 내놓은 5·31 교육개혁안의 ‘수요자 중심교육’ 이데올로기를 발전적으로 계승한 것일 뿐 지금의 교육개혁안이 딱히 신자유주의 교육철학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과거 국가주도의 획일적 교육에서 벗어나 수요자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하는 쪽으로 정책이 마련되고 있다는 얘기다.

‘교육평등’을 어떻게 볼 것인가


△ 현장 교사들이 주축을 이룬 진보적 교육 전문지 계간 <교육비평>은 80년대 중반의 <민중교육>지와 91년 잠깐 선보였던 무크 <교육비평>의 맥을 잇고 있다.

전교조와 일부 교육학자들은 그러나 이 수요자 중심 이데올로기 자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다. 지금의 교육수요는 입시위주의 비뚤어진 교육체제 속에서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려는 학부모들의 ‘길들여진’ 속물적 욕구일 뿐이라는 것이다. 또 교육부는 뚜렷한 신자유주의 철학이 없다고 하지만 전교조는 ‘철학의 빈곤’이 아니라 오히려 공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버리고 교육을 시장에 맡기려는, 철저한 신자유주의 철학과 의도에 따라 교육정책들이 세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공교육과 관련해 2001년 교육예산은 20조600억원(교육부안)으로 전체 정부예산의 19.9%를 차지한다. 이를 GNP 대비로 따지면 4.51%다. 문민정부 시절에는 GNP 대비 5%대를 유지했지만 97년 경제위기를 겪은 뒤부터 4%대로 떨어졌다. 이를 두고 부산교대 심성보 교수는 “김대중 정부는 기능적인 신지식인 육성을 내세우면서 국가의 교육 책임을 버리고 경쟁체제를 유도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교육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면서 한편으로는 학부모들의 비뚤어진 욕구를 앞세워 교육복지의 후퇴를 우회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교조가 보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본질은 학교의 계급화다. 신자유주의가 몰고 오는 부익부 빈익빈의 모습이 교육에서는 학교의 계급화로 나타나고 이는 교육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전교조 김대유 정책연구국장은 “조기유학과 외국인학교 내국인 입학 허용은 부유층의 입맛을 위해, 자립형 사립고는 부유층과 신중산층을 위해 학교를 계급화하고 차등화하는 것이며 이는 학교의 상품화”라고 분석했다. 학교의 계급화는 부모의 경제력이 아이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것이며, 모두 교육붕괴라는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와중에서 가진 자들의 아이만 건지자는 것이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라는 게 전교조의 논리다.

김 국장은 “적어도 교육에서는 페어플레이가 이뤄져야 한다”며 “학교는 평등과 공존이 숨쉬는 최후의 그린벨트로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심성보 교수도 교육에서 개인의 선택권을 강화하는 것은 반대하지 않지만 선택권이 국민 대다수에게 주어지는 공정한 게임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신자유주의 교육철학의 전도사로 알려진 김기수 교수는 “교육도 신자유주의라는 세계적인 흐름에 적응하기 위해 공교육 안에도 시장요인을 투입해야 한다”며 “사교육이 커질수록 국가교육재정 지출도 줄일 수 있는 만큼 사교육을 최대한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자립형 사립고에 대해서도 “재벌의 아들이 특수한 교육을 받고 싶어한다면 사립학교를 만들어 그에게 사교육을 시켜줘야 한다”면서 “누구나 똑같은 인간이므로 같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교육평등’은 잘못된 생각”이라는 논리를 폈다.

신자유주의 논쟁 자체에 대한 비판도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각종 교육정책의 바탕에도 김 교수의 주장처럼, 교육평등을 지나치게 강조한 데서 교육문제가 비롯됐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교육부 정봉근 국장은 “우리 교육은 톱도 막아놓아서 문제다. 그러니까 유학이다 뭐다 해외로 튀는 것이다. 상위권은 오픈해야 한다”며 “문제는 중간 덩어리를 어디로 어떻게 끌고가느냐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자립형 사립고가 전체 중등교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이며 자립형 사립고가 거대한 평준화의 근간을 망치지 않도록 국가가 ‘안전관리’를 해나간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와 달리 이돈희 교육부 장관은 최근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립고교에는 평준화정책을 애초 적용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사립학교가 준비만 돼 있다면 평준화로부터 벗어나게 해줄 것이다. 자립형 사립고는 계속 늘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2년 이상 학교를 다닌 국내 학생의 경우 국내 외국인학교 입학을 허용하기로 한 방침에 대해서도 교육부는, 자립형 사립고와 마찬가지로, 이 정책이 전체 교육에 파열구를 내는 것은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 제도로 현재 외국인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학생은 4600여명으로 전체 초중고생의 0.06%에 불과하다”며 “이들이 대학에 특례입학할 경우 대학별로 정원의 2% 안에서 정원외로 선발하기 때문에 특혜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김정금 부회장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논리를 동원해 외국인학교를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자국민이 외국인학교에서 교육받도록 국가가 허용 혹은 유도하는 정책을 쓰는 것은 교육에 대한 책무를 저버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국내서 운영되고 있는 외국인학교는 60개교(재학생 4700여명)로 한달 순수한 수업료만 100여만원을 웃돈다.

물론 신자유주의 논쟁 자체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교육개혁시민운동연대 이인규 정책실장은 교육부와 전교조 사이의 중간에 있는 시민사회 입장에서 논쟁을 바라보자며 이렇게 말했다. “한쪽은 교육부문에서 과대성장한 국가의 규제를 완화하는 차원에서 신자유주의를 정책적으로 활용하자고 하는 반면 다른쪽은 교육에 시장성을 확대하는 것이 교육정의에 안 맞는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교육에서 국가주도의 획일화를 탈피하고 동시에 시장확대도 견제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것이다. 신자유주의라는 거대 담론부터 제기하면 이념투쟁만 반복될 뿐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조계완 기자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