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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국제 > 아시아 네트워크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6년09월27일 제6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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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시나리오, 탁신의 ‘파멸’

‘공갈-협박-사기’의 순서대로 흐르던 제1막의 4장은 ‘법정’이 아니었네…시민들의 심판 거치지 않은 채 군인들이 등장, 수상한 2막이 오른다

▣ 방콕=정문태 국제분쟁 전문기자·아시아 네트워크 팀장 asianetwork@news.hani.co.kr

“누가 그 따위 소릴 해. 난 이미 신 회사(Shin Corp·탁신이 설립한 타이 최대 재벌)완 아무 상관도 없어.”

지난 5년간 ‘무적불패’를 자랑하며 제왕적 권력을 휘둘렀던 타이 최대 갑부 탁신 친나왓 총리는 지난해 11월 싱가포르 국영투자회사 테마섹과 거래 소문을 묻는 기자에게 짜증스레 대꾸했다. 그로부터 제1막 1장 ‘공갈편’, 그 불길한 막이 올랐다.

슬그머니 정치판 복귀로 혼돈 최고조

이어 올 1월23일 733억바트(약 2조원)짜리 신 회사 주식을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테마섹에 팔아넘기면서 그 소문은 현실로 드러났고, 탁신 총리는 “내가 세금을 내지 않는 건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제2장 ‘협박편’을 이어갔다. 그리고 1월29일, 탁신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앰플 리치라는 유령회사가 등장하면서 제3장 ‘사기편’이 벌어졌다.


△ 9월20일 런던 개트윅 공항에 도착한 탁신 친나왓 총리가 차에 오르며 손을 흔들고 있다. ‘궁궐을 짓기 위해 한 삽씩 자신의 무덤을 파던 사나이’의 최후는 지금까지의 어떤 시나리오보다 최악이었다. (사진/ REUTERS/ NEWSIS/ JOHNNY GREEN)

그렇게 해서 제1막 3장까지를 지켜본 시민사회는 “옥빠이 탁신”(탁신 물러가라)을 외쳤다. 결국 제2기 탁신 정부는 1년 만에 의회를 해산하고 4월 임시선거를 치렀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이 불참한 그 선거에서 탁신이 이끄는 타이락타이당은 57% 득표율을 기록하며 다시 한 번 불패 신화를 이어갔다. 그러나 비밀선거에 흠집을 낸 투표함 결함이 문제로 불거지면서 선거가 무효 처리되는 극단적인 상황이 벌어졌고, 탁신 과도정부 총리는 ‘정치 휴식’을 선언하고 외국으로 떠났다. 그러나 욕망에 찬 탁신은 한 달 만에 슬그머니 다시 정치판으로 돌아왔고, 타이 사회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거듭했다.

그 과정에서 타이 사회는 방콕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 ‘반탁신’과 탁신의 출신지인 북부와 동북부 지역을 요새로 삼은 ‘친탁신’으로 갈려 또렷한 양분 현상을 드러냈다. 군부도 이때부터 혼란에 빠져들며 양분됐다. 탁신이 자신과 동기인 예비사관학교 제10기를 요직에 심으면서 인사에 불만을 품어왔던 군 장성들이 노골적인 불만을 터트렸다. 그리고 야당 없는 정치판은 총선 일정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혼란상을 노출했다. 그렇게 양분된 타이 사회는 저마다 국왕에게 충성을 맹세함으로써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주도권 다툼을 벌였다. 그러면서, 제1막 3장이 혼란으로 막을 내렸다.

지난 1월 <한겨레21> 기사에서 나는 ‘대궐을 짓는다며 뜻밖에도 자기 무덤을 한삽 한삽 파온 한 사나이의 최후가 얼핏 스쳐간다’며 만약 제1막 4장 ‘법정편’이 순조롭게 열려 탁신의 불법사업과 부정부패가 처리되지 않는다면 제2막이 올라가기도 전에 단기간에 ‘파멸편’이 올 수도 있다고 예고했다. 그리고 4월 <한겨레21> 기사에서 나는 불길한 제2막을 예감하면서 ‘분명한 건 제1막을 통해 국왕의 권위는 신성(神性)을 더했지만 아직 그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다’고 고백했다.

제2의 탁신이 등장할 수도

그러면서 ‘시민들 앞에는 더 고단한 제2막이 기다리고 있다’는 예고편을 내보냈다. 결국 그 ‘파멸편’은 오고야 말았다. 다만 시민의 힘에 의한 심판을 거치지 않은 채 군인들의 등장으로 ‘파멸편’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타고 말았지만. 이제 그 수상한 제2막이 본격적으로 올랐다. 탁신이 쫓겨난 자리에 다시 얼굴만 다른 제2의 탁신이 등장할 수도 있는, 매우 난감한 상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