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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국제 > 아시아 네트워크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6년03월17일 제6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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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코리아 스캔들!

한국주재 대사관 재건축 관련한 살라라히 정무장관의 편지 2통 논란
“한국계 기업 선후 지원하라”는 내용 두고 “대통령까지 연루” 시끌시끌

▣ 자카르타=아흐마드 타우픽(Ahmad Taufik)/ 시사주간지 <템포>기자

예비역 중장 출신인 수디 실라라히 인도네시아 정무장관이 곤혹스런 처지에 빠졌다. 그가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 재건축과 관련해 한국계 업체 ‘피티 선후엔지니어링’(PT Sun Hoo Engineering·이하 선후)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2통의 편지를 보낸 사실이 최근 드러난 탓이다.


△ “내 가장 충직한 친구!”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 재건축 문제와 관련해 최근 논란에 휩싸인 실라라히 정무장관(왼쪽)은 유도요노 대통령(오른쪽)의 ‘오른팔’로 불린다.(사진/ TEMPO/ Haryanto)

직권 남용에 해당하는 부적절한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라라히 장관을 바라보는 여론의 눈길이 따갑다. 한 시민단체는 그를 부패추방위원회(KPK)에 고발하기도 했다. 공직 사퇴 압력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그는 “대통령이 사퇴를 원하면, 그때 물러나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면담하려 했다?

문제의 편지는 지난해 1월20일과 2월21일 각각 작성됐다. 편지는 정무장관의 휘장이 박힌 공문서 양식의 용지에 작성됐으며, 실라라히 장관이 직접 서명했다. 두 편지의 내용은 대동소이한데,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이 이른 시일 안에 선후 쪽과 접촉해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 재건축 관련 제안을 듣도록 (외교장관에게) 지시했다는 것이다.

실라라히 장관은 선후 쪽이 여러 차례 자신을 방문했지만, 처음에는 그들을 접견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로비가 계속되면서 결국 선후 쪽 인사들을 만나게 됐으며, 이 자리에서 선후 쪽이 대사관 재건축 사업 제안서를 내놨다는 것이다. 당시 선후 쪽은 현 대사관 부지에 건물 3개 동을 지어, 이 가운데 1개 동(15층 규모)은 대사관 용도로 쓰고 나머지 2개 동(25층과 40층 규모)은 자신들이 사용하다가 10~15년 뒤 인도네시아 쪽에 반환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예산을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대사관을 재건축하는 건 분명 국가에 이득이 된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런 내용은 유도요노 대통령에게도 보고됐고, 대통령은 이 문제를 외교부로 넘기도록 지시했다는 게 실라라히 장관의 주장이다. 선후 쪽이 계속해서 자신에게 접근해왔고, 결국 부하직원들에게 지시해 외교장관에게 소개 편지를 써준 게 전부라는 것이다. 그는 “지시를 내릴 때는 중립적으로 했는데, 부하직원들이 편지를 쓰는 과정에서 문구가 조금 강하게 바뀐 것 같다”고 말했다.

실라라히가 외교부로 보낸 편지는 선후 쪽이 로비를 했다는 증거일 뿐 아니라, 그 로비 대상에 대통령도 포함됐음을 보여준다. 최근 입수한 정무장관실 직원이 작성한 내무 문건에는 유도요노 대통령이 직접 선후 쪽 중역을 면담하려 했다는 정황까지 나와 있다. 이 메모는 대통령 비서설 직원인 포폰 세티아완이 작성한 것으로 2004년 11월12일 오후 4시에 선후 경영진과 대통령 면담이 잡혀 있으며, 외교장관이 배석할 것이라고 돼 있다.

세티아완은 문제의 메모를 작성한 것은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예정대로 면담이 성사됐는지 여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께서 해외 방문 중이어서 면담이 취소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시 유도요노 대통령은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한 상태였다.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55번지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 전경. 선후엔지니어링은 이 부지에 고층건물 3개 동을 짓겠다고 제안했다.(사진/ 박승화 기자)

이와 관련해 아지즈 아흐마디 정무장관실 비서관은 2004년 12월20일 선후 쪽에 보낸 편지에서 실라라히 장관이 대통령에게 대사관 재건축 사업에 대한 보고를 했다고 썼다. 그는 당시 편지에서 “대통령께서 원칙적으로 (선후 쪽의 제안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고 했다. 아흐마디 비서관은 이어 유도요노 대통령이 실라라히 장관에게 대사관 재건축 사업을 “건물 보존과 수리”를 통해 추진하도록 지시했다고 편지에서 설명했다. 또 선후 쪽에 대통령의 지시사항에 맞도록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도록 요청했다. 새로운 디자인이 만들어지면 정무장관 등을 상대로 2004년 12월28~30일 사이에 제안 설명회를 열기로 잠정 결정했다. 그러나 사업 제안 설명회는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아흐마디 비서관은 최근 공직에서 물러났고 사법당국의 조사를 기다리고 있다.

메가와티 때에도 ‘2조루피아’사업 제안

선후 쪽이 인도네시아 대통령궁을 겨냥해 로비 시도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메가와티 정부 시절에도 이 업체는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 부지 재개발 사업이 2조 루피아(약 1970억원) 규모의 거대 개발사업이 될 것이라는 추정치를 내놓으며 사업 제안을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이 업체는 인도네시아의 현지 협력업체인 누산타라가스의 대표인 웰리 마닝카스를 통해 인도네시아 외교부와 접촉하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마닝카스는 “당시 외교부 쪽은 우리의 제안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업체는 곧바로 함자 하즈 당시 부통령 쪽으로 접촉 창구를 바꿨고, 누산타라가스의 중역들은 2004년 6월14일 당시 하즈 부통령의 집무실에서 그를 만나는 등 적지않은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2004년 대통령 선거에서 메가와티를 누르고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후보가 당선되면서 이런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누산타라가스 쪽의 로비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여의도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 부지에 3개 동의 고층건물을 짓겠다는 선후 쪽의 야심찬 계획은 물건너간 모양새다. 그러나 실라라히 정무장관을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쓴 적도 만난 적도 없다”

유도요노 대통령의 최측근 실라라히 정무장관 인터뷰

“내 가장 충직한 친구.”

수디 실라라히 정무장관은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34년 지기다. 그는 1949년 7월13일 북수마트라 페마탕 시안타르에서 태어났고, 유도요노 정부에서 서열 3위이자 ‘대통령의 오른팔’로 통한다. 인도네시아 정치권에선 그를 ‘올해의 인물’이라고 부르는데, 여러 가지 부패 의혹이 그의 주변에서 끊이지 않고 있는 탓이다. 다음은 그와의 전화 인터뷰 내용이다.


언론에 공개된 편지 2통이 가짜라고 주장했다는데.

=처음 보도를 봤을 때는 내가 쓴 편지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오류투성이다.

오류라니?

=정무장관실 휘장이 2통의 편지에서 제각각이다. 문양도 진본과 다르다. 또 대통령은 한 번도 주한 대사관 재건축에 대한 기본 지침을 내린 바 없다. 그저 이 문제를 외교부가 처리하도록 했을 뿐이다.

편지가 작성된 지 1년여가 지난 뒤에야 공개된 이유가 뭘까?

=누군가 자기 이익이 위협받고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주한 대사관 개발사업이나 이전계획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다.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

=그들이 누구인지 말하는 것은 내 권한을 벗어나는 일이어서 밝힐 수 없다.

당신이 많은 로비 대상 가운데 한 명이고, 최종 목표는 대통령이라던데?

=추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를 겨냥해 인신 공격을 하려는 이들이 있다는 점은 느끼고 있다.

당신이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는 이들이 많기 때문 아닐까?

=그런 말은 지나치다. 나는 그저 대통령을 보좌할 뿐이다.

대통령 비서실의 내부 메모를 입수했다. 대통령이 선후 쪽 경영진을 만나기로 했다던데?

=사실이 아니다. 만난 적도, 면담이 예정됐던 일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