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호목차 지난호보기 독자마당 기사에대한의견

한겨레21 구독신청 sitemap

e-Book
표지이야기 특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문화/과학 인터뷰 스포츠/건강 사진/만평 칼럼 독자마당
Home > 정치 > 통일로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5년01월18일 제544호
통합검색  검색
연탄 ‘북송’의 험난한 여정

에너지난 겪는 북한 주민들 위해 연탄나눔운동 전개…수송과 저장 문제로 정부 지원 취소되기도

▣ 임을출 기자 chul@hani.co.kr

탈북자들이 전하는 북한 주민들의 겨울나기는 참으로 혹독하다. 극심한 에너지 부족에 허덕이는 탓이다. 이런 이유로 주민들은 땔감이나 무연탄을 구해 겨울을 무사히 넘기기 위해 또 다른 생존 전쟁을 치르고 있다.

남북 경협에까지 영향 끼쳐

지난해 연말 개성공단에서 북쪽 관계자가 한국토지공사(토공) 직원에게 2만t의 무연탄을 보내달라고 넌지시 도움을 구했다. 토공은 이를 즉각 통일부에 알렸고, 정부는 흔쾌히 연탄을 보내기로 뜻을 모았다. 2만t의 무연탄은 일반 연탄 540만장을 만들 수 있는 적지 않은 양이다. 토공 직원들은 연말연시를 쉬지 않고 약속한 연탄 물량을 확보하고, 이를 개성공단까지 실어나를 차량까지 서둘러 준비했다. 그리고 부랴부랴 북쪽에 이를 알렸다. 그리고 차량 운송 경로와 연탄을 운반할 인력 동원 문제 등을 함께 협의하자는 내용도 띄워보냈다.

하지만 며칠을 미루다가 돌아온 북쪽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토공 관계자는 “연탄 운송과 배달 시간이 많이 걸리므로 어차피 올겨울에는 필요 없겠다는 통보를 (북쪽으로부터) 받았다”고 전했다. 분초를 다퉈가며 연탄 북송을 준비했던 관계자들은 다소 허탈하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우선 북이 먼저 달라고 요청했고, 이 추운 겨울을 일부 북한 주민이나마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물심양면으로 준비해왔던 탓이리라.


△ 2004년 9월20일 연탄 5만장과 연탄난로 200대를 트럭에 싣고 북한 강원도 고성군 온정리를 방문한 엠파스의 광고모델 문근영양(왼쪽)과 한국 적십자사 회원들. 오른쪽은 북한 조선 적십자회 리영국 연탄 인수 단장.

북쪽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일단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연탄 수송과 저장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비포장 도로가 많아 연탄이 운반 도중 깨질 우려가 있고, 개성공단에서 다시 개성 시내나 다른 곳으로 연탄을 옮겨 나를 차량을 갑작스레 구하기가 만만치 않는 것도 사실인 듯하다. “540만장의 연탄을 실어 나르려면 10t 트럭 2천대가 필요하다”고 토공 관계자는 설명한다. 북한 내의 열악한 인프라 시설이 많은 인도적 지원을 수용하기 어려울 정도가 돼버린 셈이다.

석탄 공급의 중단은 북한 내 산업생산 활동뿐 아니라 남북 경협에까지 영향을 끼쳐왔다. 지금 금강산에는 남북 합작으로 온실농장과 양돈장, 육묘장 등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 동물과 작물도 사람 못지않게 겨울나기가 큰 당면 과제다. 난방 지원이 제때 안 되면 큰 타격을 입기 십상이다. 그래서 남쪽의 북한 지원 단체들이 처음 고안해낸 게 연탄 제공이었다. 남쪽에서는 이미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한 연탄이 북한에는 주민들의 월동뿐 아니라 경제활동에도 매우 요긴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다고 연탄만 달랑 넘겨주어서는 곤란하다. 연탄을 땔 수 있는 난로가 한 묶음으로 전해져야 난방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강산길 통해 북으로

2003년 처음 금강산 관광길을 통해 고성읍에 연탄 5만장이, 지난해에는 36만장이 난로와 함께 북에 전달됐다.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나눔운동’(이사장 변형윤)이 지난해 9월 정식으로 발족되어 연탄을 통해 남과 북이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 단체는 지난 한해 북한에 이미 30만장을 보냈다. 540만장에 이르는 연탄이 개성에 전달되는 길은 막혔지만, 금강산길을 통한 연탄은 꾸준히 북으로 올라갈 계획이다. 연탄나눔운동 관계자는 “추운 한반도를 따뜻하게 데우기 위하여 1월17부터 연탄 5만장을 시작으로 3월31일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30만장이 북고성군 온정리 마을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원래 이 추가 전달분은 개성 지역에 전달할 몫이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개성에 가지 못하고 온정리 마을로 다시 들어가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고성 주민들은 한겨울을 난방 없이 그냥 보내온 것으로 전해진다. 땔감이 바닥난 지도 오래됐기 때문이다. 연탄보일러를 놓아주기 위해 직접 북한 가정을 다녀온 한 단체 관계자는 “원래 땔감을 써도 방바닥이 아랫목, 윗목 구별이 생기는데 직접 주민의 방을 들여다 보니 이 추운 겨울에 냉기만 가득하더라”고 귀띔했다. 하지만 이제 남쪽의 연탄 지원으로 적잖은 북한 주민들이 따뜻한 겨울을 지내게 됐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속내의와 윗옷을 벗고 자봤더랬습니다.” 북한 주민이 남쪽 지원단체 관계자에게 털어놓은 감사의 표현이다.

“이 추운 겨울 누군가에게 뜨거운 연탄 한장이 되어본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을 일이 아니냐.” 변형윤 연탄나눔운동 이사장은 사랑의 연탄나눔운동에의 동참을 이렇게 호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