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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정치 > 정치21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8년05월26일 제7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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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이 정도 선에서 넘어가자”

한나라당 원내대표에 선출된 홍준표 의원 “당이 청와대 인적 쇄신 요구하는 건 본말전도”

▣ 글 최성진 기자csj@hani.co.kr
▣ 사진 이종찬 기자rhee@hani.co.kr

홍준표 의원이 5월22일 한나라당 새 원내대표에 선출됐다. 당내 서열로 따지면 원내대표는 당 대표 바로 다음이다.

홍 의원은 2006년 5월 서울시장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서 떨어졌고, 지난해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높은 대중성에 비해 당내 세력이 빈약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막강 여당의 ‘2인자’ 자리를 차지한 것은 그에게 좋은 기회다.

당 안팎의 환경은 별로 좋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바닥이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한반도 대운하 등 만만치 않은 현안이 홍 의원을 기다리고 있다.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당선인 총회 직후 <한겨레21>이 그를 만났다.


정치인 홍준표와 원내대표 홍준표의 차이는 뭔가.

=나는 소신이 강한 사람이다. 하지만 여당 원내대표는 야당과 달리, 국정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다. 국익과 개인의 소신이 충돌한다면 나는 국익을 선택하겠다. 개인의 소신을 버리는 대신, 국익을 우선해서 원내대표 역할을 수행하겠다.

국익이 아니라 당론과 소신이 충돌한다면.

=당론의 대부분은 원내대표가 만든다. 내 소신이 관철되도록 한번 만들어보겠다.

이를테면 한-미 FTA의 경우, 홍 의원은 지난해 5월까지만 해도 FTA 협상 과정과 결과에 대해 대단히 비판적이었다. 특히 ‘투자자-국가 소송제’에 대해서는 “한국의 사법주권을 미국에 바친 것”이라고까지 했다.

=팔아넘겼다는 식으로 표현하지는 않았고, ‘사법주권에 문제가 있다’는 정도였다. 그래서 내가 위원장으로 있었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관련 논의를 했는데, 검토 과정에서 보니 제도적 보완장치가 있더라.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고 나중에 다 걸러졌다.

한-미 FTA 비준안의 국회 통과 시기에 대해서도 홍 의원은 지난해 “여유를 가지고 하는 게 좋다”고 했다. 미국 의회에서도 FTA 비준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굳이 우리만 비준을 서두른 이유는 뭔가.

=지금 FTA 문제가 국민적 갈등을 계속 증폭시키고 있는데, 지난해 9월 이미 국회에 상정이 돼서 청문회를 했고 미국산 쇠고기 협상도 이만큼 보완을 했으니까 이 정도 선에서 처리하고 넘어가는 게 옳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다. 앞으로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쌓여 있는데, 발생한 현안을 마냥 미루면 안 된다.

비준 동의안이 언제쯤 처리될 것으로 보나.

=그건 상대(야당)가 있기 때문에 섣불리 말할 수 없다. 다만 야당의 존재와 입장을 분명히 인식하고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는 과정 속에서 한-미 FTA 문제를 해결하겠다.

이명박 대통령은 여전히 17대 국회에서 통과시켜달라는 입장이다.

=그거 마무리가 됐으면 참 좋겠다. 18대로 넘어오면 또 논쟁거리가 될 테니 상당히 부담스럽다. 노무현 정부에서 체결한 FTA를 왜 이명박 정부로 넘겨야 하는지도 아이러니다.

한반도 대운하 문제는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정부 정책이라는 것이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수행할 수가 없다. 대운하에 대해 내가 이야기한 건 두 가지다. 우선 환경파괴가 없어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환경복원적 운하를 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이 낙동강과 금강, 영산강의 문제다. 한강과 달리 이들 강의 수량은 매우 부족하다. 당연히 식수가 부족해지고 물이 오염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치수 차원에서 우선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운하를 그런 식으로 추진한다는 건가.

=아니 운하가 아니고, 우선 4대강에 대한 치수계획을 세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4대강 오염방지 비용이 매년 1조원씩 들어가니까 치수 차원에서 일단 시작을 하고, 그 다음에 운하를 개통할지 여부는 국민적 공감대가 서지 않으면 우리가 하기 어렵다. 그건 강요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결국 4대강 정비 사업이 대운하 건설을 위한 사전작업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오해에서 비롯된 건가.

=나는 이명박 정부가 국민의 저항을 불러오는 국책사업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하상을 정비하고 습지를 조성해서 하천의 수량을 풍부하게 만들겠다고 하는 4대강 정비사업은 국민이 좀 양해해줬으면 한다.

대운하 추진 여부에 대한 정부 입장이 계속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서 4대강 정비사업이 툭 던져진 것이라 정부의 이야기를 믿고 싶어도 믿을 수 없다는 여론이 있다. 4대강 정비사업이 대운하 건설과 상관없이 정말 그 자체로 필요한 것이라면, ‘대운하와 관계없다’는 약속이 있어야 할 것 같다.

=그것은 정부 당국과 한번 협의해보겠다.

한국방송에 대한 감사원 특별감사가 결정됐다. 정부의 언론정책을 어떻게 보나.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은 모든 국민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코드 인사 대상이었다고 한다. 방송에 전문성이 있는 사람도 아니다. 그렇다면 대통령 퇴임과 함께 물러나는 것이 도리 아닌가. 물러설 때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그게 사내다. 본인이 스스로 결정하는 게 맞다.

그 말처럼 본인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순리일 텐데, 그렇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않나. 뉴라이트 등 일부 보수단체가 감사원 감사를 청구해서 그게 며칠 만에 전격 수용되는 일이 벌어졌다. 정부 차원의 압박은 정당한가.

=정부 차원에서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감사원에서는 정당한 감사 청구가 들어왔으니까 감사하는 것이겠지. 거기에 대해 내가 왈가왈부하는 것도 옳지 않다. 다만 홍준표라면 구차하게 자리에 연연해서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

원내대표 임기가 2010년 지방선거 시점과 얼추 비슷하다. 차기 서울시장 선거에….

=(말을 자르며) 나가지 않겠다.

이유는.

=이유가 아니라 오세훈 현 시장이 내 7년 대학 후배인데, 지금 잘하고 있다. 오 시장이 고집은 다소 세지만 일을 합리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오 시장이 한 번 더 하는 게 낫다는 것인가.

=그건 당내 경선이 있으니까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당원들이 결정할 문제다. 하지만 나는 나가지 않겠다.

마침 오늘 이명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는데 인적 쇄신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청와대 인적 쇄신은 필요 없다고 보나.

=4월9일 총선이 끝난 뒤 당 지도부가 사실상 와해돼 있었는데, 당이 제대로 기능했다면 (여론이) 이처럼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당의 문제가 더 컸는데, 거꾸로 당이 청와대 특정 인사에 대해 쇄신을 주장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모든 면에서 퍼펙트한 내각이나 수석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당을 중심으로 일을 해보고 그래도 정 곤란하다면 교체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