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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정치 > 정치21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8년05월01일 제7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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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안정국의 시작인가

비례대표 검찰 조사 끝나면 BBK 관련 수사, 지난 정권 핵심부 수사 진행될 것이라는 시나리오

▣ 이태희 기자hermes@hani.co.kr

‘신공안정국’의 시작인가.

검찰의 대선·총선 관련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범야권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검찰의 칼끝이 어디까지 겨누게 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비례대표에 대한 검찰 조사가 끝나면 지난 대선 최대 쟁점이던 BBK 관련 수사가 이어지고, 이와 동시다발적으로 지난 정권의 권력 핵심부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


△ 검찰에 출두하는 통합민주당의 정국교, 창조한국당의 이한정, 그리고 친박연대의 양정례 비례대표 당선자(왼쪽부터/사진 한겨레 박종식·김명진 기자·뉴시스). 이들이 비례대표에 출마하지 않았다면, 과연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을까.

적극적 방어 나서는 박근혜·손학규

시나리오대로 라면 현재 1단계가 진행 중이다. 4월25일 현재 총선 2주 만에 통합민주당 정국교, 창조한국당 이한정 등 비례대표 당선자 2명과 친박연대에서 제명된 김일윤 당선자(경북 경주)가 구속됐다. 비례대표 수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검찰 수사는 친박연대의 서청원 대표와 비례대표 1번인 양정례 당선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15억원에 이르는 특별당비를 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같은 당의 김노식 당선자도 예외는 아니다. 18대 국회가 문을 열기도 전에 당선자 6~7명 이상이 우르르 구속 또는 입건되는 상황이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도 ‘강 건너 불 구경’만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니다. 검찰이 정국교 당선자의 주가조작 혐의를 확인한 이후 강도 높은 계좌추적을 계속하고 있다. 정국교 당선자를 비례대표로 추천한 손학규 대표와의 연관성에 대해 조사를 집중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미 검찰은 양정례·김노식 당선자 조사를 거쳐 친박연대의 서청원 대표를 조사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태도를 밝히고 있다. 민주당에 대해서도 같은 과정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참여정부 최대의 실세였던 이광재 의원의 부인이 4월24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의 조사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나리오는 2단계와 3단계로 동시에 진입하는 분위기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해운업체 ㅅ사가 국세청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정·관계에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데, 이광재 의원의 부인이 이와 관련해 1천만원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오는 6월 제18대 국회가 개원하면 정치인들에 대한 수사가 힘들 것으로 보고, 5월 말까지 정치인 관련 수사는 모두 매듭지을 방침이다. 따라서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여야 간 물밑 대화가 검찰의 수사 폭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친박연대가 집중적인 표적이 되고 있는 데 대해서는 박근혜 대표가 방어선을 구축하고 나섰다. 박근혜 대표는 4월25일 기자회견에서 “지금 검찰의 수사는 ‘과잉수사’ ‘표적수사’ ‘야당 탄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친박연대뿐 아니라 어느 야당에 대해서도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 이런 비판하는 내용들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이건 매우 중대한 문제”라고 말했다. 검찰에 대한 정면 경고에 가까웠다.

민주당은 일단 지난해 대선 최대의 쟁점이었던 BBK를 전면에 부각시킬 예정이다. 민주당에서는 그간 비례대표 정국교 당선자 수사 문제나 BBK 관련 수사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4월23일을 전후로 태도를 확 바꿨다. 민주당은 손학규 대표가 4월23일 BBK 사건으로 기소된 박영선·정봉주·서혜석 의원과 오찬을 함께하는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여 공세에 나섰다. 손 대표는 “이런 표현을 쓰기 싫지만 공안정치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냐”며 “명백한 정치 보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여야 지도부 청와대 만찬에서는 박상천 민주당 대표가 “BBK 문제로 야당 의원들이 소환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 수사가 야당 탄압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편파적인 듯하다”며 “여야가 함께 고발을 취소해서 털고 가자”고 제의했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청와대 오찬이 끝난 뒤에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정봉주 의원의 BBK 관련 3차 공판에 참석했다. 김효석 원내대표와 정세균·송영길·우상호·김영주·임종률·강기정·우윤근·신명 의원 등이 함께했다. 손 대표는 이날 방문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시위하러 왔다”고 잘라 말했다. 시위 대상은 물론 청와대와 법원이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은 무엇인가

정치권의 관심은 이명박 대통령의 의중에 쏠려 있다. 이 대통령은 오찬 당시 박상천 대표의 제안에 대해 “BBK 문제를 계획적으로 음해할 목적으로 거론한 사람은 여야를 막론하고 처벌받아야 한다”면서도 “검찰에서 공정하게 할 것이니 안심하라”고 밝혔다고 한다. 차영 민주당 대변인은 처벌이 아닌 정치적 해결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고 해석했다. 차 대변인은 “대통령이 ‘본인이 이제 대통령이 됐는데, 야당 탄압을 해야 한다거나 이런 일은 없을 것이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당 대표들이 협의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윤선 한나라당 대변인은 “전반적인 취지는 BBK 문제를 털고 가자는 것이지만, 계획적인 음해는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다만, 당에서 고발한 사건이니 당에서 해결하기를 바란다는 것으로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전했다. 처벌에 방점이 찍혀 있는 해석이다.

박재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에 대해 “둘 다 이야기했다”며 “원내대표들끼리 논의해서 취하할 건 취하하고, 또 거기서 합의 안 된 건 검찰에서 수사하고 그런 것 아닌가”라고 풀이했다. 넘어갈 것은 넘어가고, 처벌할 것은 처벌하겠다는 뜻이다. 강경과 온건이 뒤섞인 상태인 셈이다. 외부적으로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정치적 해결책도 모색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김효석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4월22일 비공개 접촉에서 BBK 관련 고소·고발 문제를 대승적으로 해결하자는 뜻을 나눈 것이 확인됐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안상수 대표가 그 자리에서 BBK 관련 고소·고발을 취하할 의사가 있음을 김효석 원내대표에게 먼저 말을 꺼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안상수 대표가 4월24일의 청와대 오찬에서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논의해보자는 말까지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에서 먼저 화합의 손길을 내밀었다는 주장이다.

청와대 오찬장에서도 비슷한 분위기는 감지됐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청와대 오찬 도중 이명박 대통령이 ‘처벌해야 한다’고 말을 하자, 한나라당의 강재섭 대표와 안상수 원내대표가 순간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며 “이후 강 대표와 안 원내대표가 나서 ‘고소·고발 문제는 당에서 알아서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검찰의 태도는 아직 ‘원칙론’이다. 4월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BBK 관련 공판에서 검찰은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당직자 2명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을 구형했다. 이들은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의 BBK 관련성을 정리한 소책자 1천여 권을 만들어 배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박영선 최고위원, 서혜석 의원 등에 대한 출두 요구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