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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정치 > 정치21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8년03월20일 제7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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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초덕분에 ‘소수자’ 알았죠”

‘대마초 비범죄화’ 외치다 진보신당 홍보대사로 돌아온 배우 김부선 인터뷰

▣ 최성진 기자csj@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t@hani.co.kr

배우 김부선(46)씨가 진보신당 홍보대사를 맡았다. 사람들은 ‘김부선’에 대한 기억을 영화 <애마부인>과 대마초에서 끄집어낸다. 김씨가 <애마부인3>에 출연한 것이 1985년의 일이니, 20년이 더 됐다. 대마초 흡연 혐의로 구속된 것도 2004년이 마지막이었다.

시간이 흘렀고 세상은 변했다. <애마부인>의 노출 수위는 숱한 케이블TV 드라마에 비하면 ‘양반’이고, 대마초의 경우 금지할 근거가 많지 않다는 사실도 어느 정도 알려졌다.

그렇지만 김씨는 여전히 일탈의 코드 속에 갇혀 있다. ‘대마초 비범죄화’를 외치는 그의 목소리는 충분한 울림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오해와 무관심, 편견의 벽 때문이었다. 진보신당 홍보대사로 ‘컴백’한 김씨는 얼마나 단단해졌을까.

“이은하·유인촌의 대운하 지지 코미디”


△ 김부선씨.

대운하에 대한 논란부터 대마초 비범죄화 문제, 진보신당 홍보대사 활동 계획에 이르기까지, 김씨는 마치 마개를 열어놓은 물병처럼 세상을 향해 거침없이 말을 쏟아냈다.

노래로 대운하를 예찬한 ‘가수 이은하’와 대운하 반대 집회에 앞장선 ‘배우 김부선’을 비교한 글이 인터넷에 있던데요. 두 사람은 다릅니까.

“코미디죠. 이은하씨가 평소에도 정치적 소신을 보여왔고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했다면 모르겠어요. 가수든 배우든 정치적 의사 표현은 할 수 있지만, 본인 스스로 ‘정치적 의도보다는 곡이 좋아서 노래를 불렀을 뿐’이라고 말한다면 이건 코미디죠. 이씨가 한반도 환경과 생태에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운하 건설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줬으면 좋겠어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대운하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던데요.

“환경운동을 했다는 사람이 대운하를 지지한다는 걸 보고 저는 너무 놀랐어요. 수줍은 소년의 이미지로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변신하는 모습을 보면 정치 9단이더만요. 노무현 정부에서 일하던 문화예술계 기관장들에게 물러나라고도 했던데, 사람들이 어쩌면 그렇게 잔인해요. 아니, 그보다 문화에 이념이 어디 있고, 코드가 무슨 필요 있습니까. 그건 문화예술을 담당하는 장관으로서 적절하지 않아요.”

대운하 반대 집회 참여나 진보신당 홍보대사 같은 정치적 활동이 영화배우로서의 삶을 불편하게 만들지는 않습니까.

“사실 이미지로 밥 먹고 사는데 부담이 되죠. 그런데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사회적 주제에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또 하나는 정말 연기가 하고 싶은데 어느 순간 일이 안 들어오는 거예요. 그때부터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언제부터요.

“2004년 제가 대마초 관련 처벌 조항에 대해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내고, 그게 2005년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이 내려지면서 실패했거든요. 그 뒤 ‘대마초 비범죄화’ 운동을 해왔는데, 방송사 높은 분들이 보기에는 헌법소원이다 대마초 운동이다 하니까 시끄럽다는 거죠. 2006년 <환상의 커플>이나 2007년 <달자의 봄>에 캐스팅됐다가 막판에 잘렸어요. 한국방송 담당 국장에게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항의했더니 ‘다른 방송에서 한 프로만 하고 오면 써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총대를 안 메겠다는 거죠.”

대마초 비범죄화 운동 경력이 문제가 됐나 보군요.

“게다가 여성이기 때문에 차별받은 거라고 봐요. 대마초 했던 남성 연예인들은 모두 잘 활동하고 있잖아요. 하지만 우리나라 방송사가 여성에 대해서는 아직도 완고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요. 또 방송이 거대 소속사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데, 저처럼 혼자 활동하는 사람이 목소리를 내기는 더 어렵죠. 그러다 보니 어떤 드라마를 보면 정말 한글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 학예회 하는 수준이잖아요.”

방송 안 하기로 마음먹고 하는 말

이렇게 말하면 연기생활에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은데요.

“괜찮아요. 방송 안 하기로 마음먹고 말하는 거예요. 이런 식이라면 안 하겠어요. 예술을 한다는 사람들이 정말 노력하고 실력 있는 배우를 인정해주지 않고 로비나 편견으로 사람을 캐스팅한다면 방송, 그거 과감하게 떠나겠어요.”

정말요.

“네. 물론 저도 잘하고 싶죠. 열심히 해서 잘하고 싶지만 연예계에 미련은 없어요. 화려하게 주연배우도 했고, 대마초 때문에 지옥까지 가봤어요. 불명예는 나름대로 회복도 했고요. 뭐, 영화를 하든, 아니면 고향인 제주에 내려가서 소극장을 만들어도 되죠. 괜찮아요.”

대마초 비범죄화 운동에 그렇게 매달려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대마초 때문에 다섯 번의 처벌을 받으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대마초 사건만큼 정치적인 게 없어요. 저도 매번 다른 사람의 제보를 통해 처벌받은 건데요. 대마초가 정말 위험한 범죄라면 수사기관이 제게 ‘유명 연예인 몇 명을 더 불면 풀어주겠다’는 제안을 왜 합니까. 2004년 구속됐을 때도 그랬어요. 제가 너무 힘들어서 대마를 재배한 트럭 운전기사를 말했어요. 하지만 그 사람에 대해서는 묻지도 않아요. 유명 연예인이 있느냐 없느냐에만 관심을 갖는 거예요. 정말 위험한 거라면 재배한 사람, 판매한 사람, 유통시킨 사람을 잡아야 한다는 거죠. 경찰과 검찰은 단순 투약자, 특히 유명 인사들에게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대마초 때문에 힘들었던 경험이 소수자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입니까.

“그게 결정적이었죠. 처음 구속된 이후에 저처럼 소외된 사람들에게 관심이 자연스럽게 쏠리더라고요. 사실 양심적 병역거부자나 동성애자 등 소수자 인권에 대한 이슈가 제기될 때 저도 보통 ‘아줌마’들의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무슨 소리야, 군대는 가야지’, ‘저런 변태들’, 제가 그랬어요. 하지만 직접 그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그들을 오해한 제가 가해자더라고요. 양심적 병역거부든 동성애든 대마초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이상 비난받아야 할 이유가 없잖아요.”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지만 뭐든 해봐야죠”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아직까지는 대마초 흡연 전력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은 별로 없는데요. 진보신당을 이용해 개인적 약점을 ‘세탁’하려는 건 아닙니까.

“세탁은 아니지만 이용한다는 건 일정 부분은 맞는 이야기죠. 저는 분명 ‘대마초 비범죄화’ 어젠다를 정치권에도 제기했고, 대한민국 사법부에도 문제 제기를 했어요. 하지만 아무도, 어떤 기관도 대마초가 왜 나쁜지 근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거든요. 저는 국가기관이 대마초에 대한 명확한 처벌 근거를 제시할 때까지 꾸준히 제 소리를 낼 겁니다. 지난해 대선 때 각 후보의 공약을 봤는데, 당시 민주노동당만 대마초 비범죄화 관련 공약을 내놨어요.”

진보신당 내부에서도 김부선씨의 홍보대사 활동에 대해 다양한 견해가 있는 모양이던데요.

“<애마부인>에 출연한 걸 가지고 일각에서 윤리적이지 않다고 하던데요. 요즘 드라마로 치면 <부부클리닉-사랑과 전쟁> 수준이에요. 그런 걸 아직도 문제 삼는 인식이 암울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죠. 1980년대에는 많은 여배우들이 에로영화를 찍었어요. 김부선도 찍고 장미희도 찍고 최명길도 찍었어요. 살인을 소재로 다룬 영화를 찍었다고 평생 살인자로 남아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연기와 현실은 구분해야죠.”

진보신당 홍보대사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습니까.

“정당 참여는 사실 처음인데요. 부담이 되죠. 노회찬·심상정 의원을 평소 존경해왔습니다. 총선 때 따라다니면서 얼굴이나 팔까 했는데, 덜컥 정당의 홍보대사를 맡겨서 걱정이 많아요. 우리 사회에서 ‘돌아이’처럼 된 내가 진보신당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지만, 돈 드는 일만 아니라면 시간이 되는 대로 뭐든 해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