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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너리티 ] 2003년10월01일 제478호 

제2의 ‘미발령 교사사태’ 나는가

낙동강 오리알 된 ‘경기도 교육감 추천 교대 특별편입생’ 1300명… 졸속행정이 부른 또 하나의 파행

교육인적자원부의 졸속행정으로 또다시 ‘교단의 미아’가 대량 발생할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2002년 도입한 교육감 추천 특별편입생제도에 따라 교대에 편입한 학생들이 교육부의 잘못된 정원 예측으로 임용을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사진/ “우리는 교단에 서고 싶다.” 초등교사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특별편입생제도가 파행 위기에 처했다. 한 특별편입생이 국회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김진수 기자)


교육부 “전원 임용 보장한 적 없다”

교육부는 지난 1999년 교원정년 단축에 따른 교사들의 대량 명예퇴직 사태와 2001년 교육여건 개선사업(학급당 학생 수를 35명 이하로 감축)으로 전국의 초등학교에 교사가 크게 부족하자 중등교사 자격을 딴 대학 졸업생 2500명을 선발해 이들을 초등교사로 임용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들을 한국교원대 등에서 2년 동안 교육시킨 뒤 2004년 3월부터 전국 각지의 초등학교에 발령낼 계획이었다. 교육부는 특별편입생을 선발하면서 이들에게 사실상 전원 임용을 약속했다. 하지만 가장 많은 1300명을 선발한 경기도교육청이 최근 이들의 전원 임용을 보장할 수 없다고 말을 바꾸었다. 이에 따라 지난 1990년 교육공무원법 위헌 결정으로 국·공립 사범대 졸업자 7800여명이 교사로 임용되지 못한 ‘미발령 교사’ 사태가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교육부와 경기, 강원, 충북, 충남, 전남, 경북도 교육청은 2001년 11월 특별편입생제도를 발표하면서 이들에게 응시지역 제한(3년간)과 의무복무 기간(〃)의 조건을 부과하는 대신 사실상 전원 임용을 약속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7월 경기도교육청이 보낸 질의에 대해 “교육감 추천 편입생은 응시지역 제한 및 의무복무 기간을 부과하고 있으므로 일반 교대 졸업자와 분리하여 임용시험을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변했다. 특별편입생들은 “이는 임용시험에서 과락만 하지 않으면 편입생들을 모두 임용시키겠다는 것으로 당시 경기도교육청도 그렇게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사진/ 주먹구구식 교육 행정의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의 몫으로 남는다. 전국 교대생들이 지난 2001년 11월 특별편입생제도를 반대하는 집회에 참가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한겨레)

그러나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은 특별편입생들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당시 전원 임용을 보장한 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도 “전원 임용을 문서로 보장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은 편입생들에게 여러 차례 전원 임용을 보장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5월 경기도교육청 관계자가 한국교원대로 찾아가서 편입생들에게 전원 임용을 보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편입생들은 “교육청 관계자가 ‘여러분들은 국가에서 필요해 뽑은 사람들이니 걱정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라. 왜 걱정을 사서 하느냐’고 말하며 전원 임용을 보장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그때 편입생들에게 그런 얘기를 한 사람은 지금 현직에 근무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이 말을 바꾼 이유는 뭘까.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이 정원 예측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경기도교육청은 2004년에 1300여명의 교사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 예측이 빗나갈 위기에 처했다.

지난 9월 초 대법원이 임용고사 응시자격 제한조항(현직 교사는 퇴직 뒤 2년이 지나야 다른 지역 임용시험에 응시할 수 있음)을 위법한 것으로 판결함에 따라 비수도권 교사들이 수도권으로 대거 몰릴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경기도의 임용 경쟁률은 대거 올라가 예상 부족분 1300명을 일반 교대 졸업생과 현직 교사들로 채울 수 있게 된다. 편입생들은 그동안 미달 사태를 보였던 경기도 초등교사 임용시험 경쟁률이 최악의 경우 2∼3 대 1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다른 지역은 현직 교사가 대거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돼 초등교사 부족 사태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경기도의 편입생들은 응시지역 제한 조건에 묶여 다른 지역으로 갈 수도 없다.

‘하루 10시간 이상’ 교육받았는데…

경기도교육청이 1300여명을 산출한 근거도 명확하지 않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1300명의 편입생을 뽑은 근거를 찾기 위해 옛 서류를 찾아봤지만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2000년에 이 작업을 수행한 전임자들에게 물어봤으나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은 뚜렷한 근거도 없이 1300명을 뽑기로 결정했고, 교육부는 이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준비된 특별편입생제도를 덜컥 승인해준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정책에 따라 목표치를 정하고 그에 따른 교사 정원을 결정하지만 교원수급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해명했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교사수급 대책에 사사건건 간섭하는 기획예산처와 행정자치부도 부실 행정에 한몫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원수급 대책에 따라 정원을 신청하면 행자부와 기획예산처에서 절반으로 삭감하는 경우가 많다”며 “교사 정원에 대한 권한은 실질적으로 예산을 장악한 이들 부처에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사진/ 전국 8개 교대 총학생회장들이 교육부의 졸속행정을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한겨레)


경기도교육청은 일반 교대생들과 특별편입생간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내년에 경기도의 임용시험 경쟁률이 높아질 경우 임용고사를 봐야 하는 일반 교대생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특별편입생은 그 신분이 일반 교대생과 다르다는 점에서 이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편입생들은 교육부가 교사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임용을 전제로 선발한 학생들이지만 일반 교대생들은 그렇지 않다. 또 일반 교대생에게는 없는 응시지역 제한과 의무복무 기간의 제약까지 받고 있다. 편입생들은 4년의 정규 과정을 2년 안에 마치기 위해 혹독한 교육을 받았다. 일반 학생들의 수업이 없는 금요일과 토요일에 수업을 몰아서 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 10시간 이상 강의를 들었다. 편입생들은 대부분 여성인데, 이 중에는 임산부들도 많았다. 이들 가운데는 만삭에 가까운 몸으로 뜀틀과 축구 등 체육수업을 받느라 고생한 사람이 많았다. 몇몇 임산부들은 유산을 하기도 했다. 이런 혹독한 시련을 겪은 학생들이 교단에 서지 못한다면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은 이들에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 뜀틀 · 구르기까지 해야 했던 임신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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