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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너리티 ] 2003년03월20일 제451호 

군대 간 놈 선생 자격 없다?

교육부에 흥분하며 군복 입고 시위하는 사람들… ‘군미추’의 아픔을 아십니까

3월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군복무 피해 미발령교사 원상회복추진위원회’(군미추)가 집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정동식(36·학원강사)씨는 예비역 육군 중위다. 정씨는 어릴 때부터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 1986년 충북대 사범대 체육교육학과에 입학했다. 정씨가 입학할 때는 국·공립 사범대를 졸업하면 국가에서 우선적으로 교사로 임용해, ‘국·공립대 사범대 입학=교사 발령 보장’으로 통하던 시절이었다.

“헌법 39조 2항은 폼이냐”


사진/ 군복 차림에 쇠사슬을 몸에 두른 군미추 회원들이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시국관련자 교사발령을 환영하지만 자신들도 억울한 피해자이므로 구제해달라고 주장했다. (김종수 기자)


90년 2월 대학을 졸업한 정씨는 다른 국·공립 사범대 졸업생과 마찬가지로 임용 후보자 명부에 올랐다. 이제 교사로 임용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던 것이다. 정씨는 군대 가기 전까지 중학교에서 5달 동안 임시교사를 하다 90년 7월 학사장교로 입대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씨는 제대 뒤 교사로 발령받아 아이들과 지낼 꿈에 부풀어 있었다.

그런데 입대한 지 3달 뒤인 90년 10월 그의 운명을 바꿀 일이 벌어졌다. 헌법재판소가 ‘국·공립 사범대 우선 임용’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 뒤 국·공립 사범대 출신이라 하더라도 사립 사범대 졸업생과 마찬가지로 교원임용고시를 통과해야 했고, 기존 임용 후보자 명부는 폐기됐다. 당시 정부는 국·공립 사범대 출신자들에 대한 경과조처로 93년까지 임시적으로 전체 임용교원 중 70%를 이들에게 할당했다.

하지만 최전방에서 소대장으로 근무하던 정씨는 이런 일을 까맣게 몰랐다. “부대에 적응하느라 바빠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 사실을 한참 뒤에 알았어요. 뒤늦게 이 사실을 알았어도 어쩔 도리가 없었습니다. 군대에 묶인 몸이니 제대하는 날까지 기다리는 수밖에요. 게다가 군복무가 93년 12월에 끝났기 때문에 정부의 경과조처 혜택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정씨가 제대하고 보니 모든 상황이 끝난 뒤였다. 이미 3년이나 지난 일이라 관심을 가져주는 단체나 사람이 없었고, 교육당국도 ‘경과조처로 국·공립 사범대 졸업생을 구제해줬는데 그때는 뭐하고 지금 와서 문제삼느냐’는 태도를 보였다. 아버지가 병으로 눕게 되자 장남인 정씨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 “회사에 들어가려고 면접을 볼 때마다 ‘국립 사범대 출신이 교사를 하지 왜 회사에 취직하려고 하느냐’고 물어요. 더구나 일반 회사에서는 ‘사범대 출신은 교사 발령받으면 언제라도 회사를 떠날 사람’이라 보고 잘 뽑지도 않더군요.”

학원강사를 하는 정씨는 학교 근처를 지날 때마다 ‘원래 내가 있을 곳은 저긴데…’ 하는 생각에 울적해진다.

경남 진주에서 택시운전을 하는 서유원씨는 경상대 사범대 미술교육과 83학번이다. 대학에 늦게 들어갔기 때문에 입영연기가 되지 않아 입학하고 바로 군대에 갔다. 86년 4월 제대한 서씨는 복학해 미술교사의 꿈을 키우고 있었다. 90년에 졸업해 임용을 기다리던 그는 ‘국·공립 사범대 우선 임용 위헌’ 결정에 묶여 교사 발령을 받지 못했다.


사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군미추 회원들이 집회 도중 지난 13년 동안의 아픔을 상징하듯 ‘원산폭격’을 하며 항의하고 있다. (류우종 기자)


서씨는 “정부는 국·공립 사범대 출신자들에 대한 경과조처로 93년까지 임시적으로 전체 임용교원 중 70%를 이들에게 할당했다고 하지만 국어·영어·수학 같은 몇 과목에 편중된 조처였고 미술교과의 경우 아예 뽑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서씨는 93년까지 3년 동안 경남의 한 중학교 임시교사를 했다. 하지만 때가 되면 아이들과 헤어져야 하는 게 싫어 그 뒤로는 임시교사를 하지 않고 있다.

할 줄 아는 게 그림 그리는 것과 아이들 가르치는 것밖에 없다는 그는 24시간 맞교대로 택시 운전을 한다. 군미추 홍보부장을 맡은 그는 택시 한쪽에 명함 등을 놓고 손님들에게 군미추 문제를 알리고 있다. 그는 “국가가 우선 임용을 약속해놓고 이럴 수가 있는가. 군대에 갔다온 게 죄가 될지 몰랐다. 이럴 거라면 차라리 징집제를 없애고 모병제를 하라”고 말했다. 서씨는 93년 이후 붓을 잡을 마음이 일지 않아 그림을 그리지 않고 있다.

김아무개씨는 국립대 사범대 83학번이다. 그의 입학 동기 60여명 가운데 여학생 10여명과 방위로 군복무를 마친 20여명은 모두 교사 발령을 받았다. 김씨처럼 현역으로 군대에 갔다온 7명은 교사로 임용되지 못했다. 김씨는 “과 동기 가운데 군대를 가지 않았거나 방위로 군대 간 사람들은 우선 임용이 되어 13~15년 동안 교사 경력을 쌓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 나이에 몸에 맞지도 않는 군복을 입고 항의 집회를 해야 하는가”고 항변했다.

이들처럼 군복무를 하느라 발령을 받지 못한 군미추 회원은 150여명이다. 군미추 회원들은 집회를 할 때 “헌법 39조 2항은 폼이냐”는 구호판을 들고 나온다. 헌법 39조 2항은 “누구든지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다. 이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국방부는 지난해 10월31일 “병역의무의 이행으로 교원 임용에 있어서 피해를 당하였으며 국가가 이를 구제함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는 공문을 교육부에 보냈다.

하지만 교육부는 군미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헌법소원을 내거나 의원 발의를 통해 특별법을 제정하라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강달호(36·강원대 역사교육과 86학번) 군미추 회장은 “특혜를 달라는 것도 아니고 우리 권리도 늦었지만 다른 사람과 형평성에 맞게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국가로부터 의무만 강요당한 채 권리는 침해당하는 군미추 문제의 본질은 인권문제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구제해달라” 요청

최근 군미추 회원들이 교육부에 대해 흥분하는 일이 생겼다.

교육부가 올해 2월과 지난해 11월 두 차례 전국 대학에 ‘병역거부 관련 학생지도협조’ 공문을 보낸 것이다. 교육부는 공문에서 “최근 일부 단체에서 병역거부 서명 운동 등 소위 양심적 병역거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병역제도의 근간인 징병제를 부정, 군 존립 자체를 어렵게 해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일로 어떤 이유로도 허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동식씨는 ““군미추 회원들이 이 소식을 듣고 지난 13년 동안 ‘군대 간 놈 선생 자격 없다’고 우리를 방치하던 교육부가 한입으로 두말을 할 수 있느냐. 구제하라는 국방부와 위헌이라 어쩔 수 없다는 교육부는 다른 나라 정부인가”라고 말했다.

군미추는 정부 당국이 헌법상의 권리를 보장할 의무가 있음에도 그 책임과 대책을 피해자 개개인에게 전가하는 무책임한 관료주의를 보이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에 14일 조사를 의뢰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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