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표지이야기

특집

특집2

기획

이슈추적

성역깨기

마이너리티

기자가뛰어든세상

정치

통일로

경제

2%경제학

특별기고

특별대담

인터뷰

움직이는세계

아시아네트워크

사람이야기

사람과사회

학교!

문화

여행

패션

과학

건강

스포츠

캠페인

보도그뒤




[ 마이너리티 ] 2002년09월18일 제427호 

월급제 주장하다 집마저 잃다

연거푸 해고당한 택시노동자 한승수씨, 그가 회사쪽과 벌이는 명예훼손싸움의 진실


사진/ 한승수씨가 경부교통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승수(51)씨는 지난 9월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집을 비웠다. “시가로 1억8천만원쯤 하는 27평짜리 아파트였다”고 한씨는 말했다. 그가 가족들과 함께 옮긴 곳은 경기도 파주시의 6천만원짜리 전세 아파트. 이삿짐을 부리는 8t 트럭을 한씨의 부인은 망연히 지켜봤다. 그런 아내를 지켜보는 한씨의 가슴속에선 미안함과 씁쓸함, 분노가 한꺼번에 솟구쳐올랐다. 한씨는 “가족들에게 뭐라 말도 못하고 가슴앓이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쉰이 넘어 집을 빼앗긴 가장의 처참한 심경도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을 넘어서진 못하는 듯했다.

400만원 때문에…

한씨 가족은 모두 네 식구다. 부인과 대학생 아들, 재수 중인 딸과 함께 산다. 일산 아파트는 지난 94년 한씨 가족이 처음으로 마련한 ‘내 집’이었다. “10년 만에 분양받은 집에 들어설 때 집사람과 아이들의 기뻐하던 모습이 선하다”고 한씨는 말했다. 그 집을 한씨 가족은 8년 만에 비워줘야 했다. 400만원 때문이었다.

한씨는 택시 노동자다. 정확히는 해고된 택시 노동자다. 99년 해고된 지 어느덧 3년째다. 그는 지난해 그를 해고한 택시회사 경부교통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렸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경부교통과 경부교통 당시 노조위원장 ㄱ씨에게 한씨가 각각 100만원과 300만원의 위자료를 물어줘야 한다고 확정판결했다. 한씨가 경부교통과 ㄱ씨의 명예를 훼손한 점이 인정된다는 이유였다. 경부교통은 이미 한씨의 집에 대해 1천만원의 가압류 조처를 해놓은 상태였다. 이후 일사천리로 강제경매 절차가 진행됐다. 한씨는 결국 9월7일 경락자에게 집을 내주고 말았다.

집을 내주고도 아직 한씨의 법정 출입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경부교통은 올해 5월께 다시 한씨를 상대로 명예훼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현재 1심에 계류 중인 이 건에 대해서도 경부교통은 1천만원의 가압류를 걸어놓은 상태다. 한씨를 상대로 한 경부교통의 소송 목록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경부교통은 또 다른 명예훼손을 이유로 역시 올해 초 한씨를 형사고발했다. 한씨는 서울 서부경찰서를 거쳐 서울지검 서부지청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검·경은 구속영장까지 신청했지만, 영장실질심사에서 불구속 결정을 받았다.

줄줄이 이어지는 명예훼손 관련 소송은 한씨가 경부교통 앞에서 벌여온 부당해고 철회 시위를 겨냥해 제기된 것이다. 한씨는 99년 10월21일 해고됐다. 98년 1차 해고됐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복직 명령으로 99년 5월 회사에 복귀한 지 5달 만이었다. 그의 삶에선 세 번째로 겪은 해고였다. 그는 이에 앞서 96년 영업직 간부로 일하던 중견기업에서 정리해고된 경험이 있다. 그리고 택시운전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두번씩이나 억지로 운전대를 놓아야 했다.

해고 사유는 두번 다 무단결근 등 근무태만이었다. 그러나 한씨는 “98년 첫 해고는 회사 사업주의 일방적인 사납금 인상에 반대했기 때문에 당한 것이고, 99년 해고도 사업주에게 전액관리 월급제를 하라고 촉구하다 보복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사쪽 비장의 카드, 명예훼손


사진/ 경부교통은 벌금 처분을 여러 차례 받고도 계속 전액관리제 시행을 미루고 있다.


전액관리 월급제는 택시기사가 번 돈을 모두 회사에 납부하는 대신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아가는 임금제도다. 택시 노동자들은 하루 6만∼7만원씩 사납금을 내고 남은 운송수입금을 6 대 4의 비율로 회사쪽과 나눠갖는 사납금제 대신 전액관리 월급제의 시행을 요구해왔다. 최근 인천시에선 66일 파업 만에 전액관리 월급제를 도입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한씨는 “99년에도 경부교통 등 24개 택시회사에서 전액관리제를 요구하는 쟁의가 벌어졌고, 결국 서울시가 전액관리제를 실시하라는 중재안을 회사쪽에 냈다”고 돌이켰다. 그는 “그러나 경부교통은 번번이 전액관리제를 미뤘고, 나는 이것을 보다못해 관계당국에 진정했다. 회사쪽이 벌금을 받자 보복해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회사쪽이 무단결근을 해고사유로 든 데 대해서도 한씨는 “의도적인 꼼수에 걸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씨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매주 빠짐없이 복지시설을 찾아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해고된 뒤로도 매주 한 차례 충북 음성꽃동네나 지체장애인 보호시설인 경기 가평의 현리 작은예수회 등을 찾아 빨래나 청소 등을 도와주고 있다. 99년 해고 직전에도 그는 회사에 이런 사정을 알리고 매주 금요일과 일요일 봉사활동을 다녔다고 한다. 이틀을 빠지는 대신 자신의 비번날 대체근무로 이를 메웠다. “그러나 회사는 처음엔 ‘그러라’고 하다가 나중엔 갑작스레 결근처리하더니 해고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경부교통쪽은 이에 대해 “회사가 일하라고 있는 곳인데, 매번 봉사다닌다고 해 26일이 근무기준일인데 16∼17일밖에 나오지 않으니 해고할 수밖에 더 있느냐”고 해명했다.

해고 뒤 그는 또 한번 지난한 복직투쟁에 들어갔다. 회사 앞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해고철회와 복직, 전액관리제 실시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동료 택시기사들의 출차 시간에 맞춰 해고의 부당성을 알리는 전단을 돌리고, 민주노총 해고자복직투쟁특위의 도움을 받아 방송차량을 동원해 자신의 처지를 호소하기도 했다. 명예훼손은 그 과정에서 회사쪽이 들고나온 비장의 카드였다.

회사쪽은 그가 전단 등에 사용한 표현을 문제삼았다. 경부교통 임재순 업무부장은 “전액관리제 요구를 철회한 당시 노조위원장 ㄱ씨가 ‘사업주의 강아지’ 노릇을 한다고 하고, 사장도 ‘악덕 사업주’라고 공공연히 주장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상복 입고 장송곡을 틀며 분위기를 흐려놓곤 했다”고 지적했다. 먼저 노조위원장 ㄱ씨가 명예훼손 혐의로 한씨를 고발했다. 재판부는 “비록 사실일지라도 공공연하게 명예훼손적인 표현을 유포한 것은 잘못”이라며 100만원 벌금형을 선고했다. 벌금형이 확정되자 회사와 ㄱ씨는 형사판결에 근거해 다시 민사상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한씨는 “이게 4번째 되풀이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 부장은 “1년 내내 집요하게 해대는 걸 두고만 보느냐. 건건이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인시위 밖에 방법은 없다

한씨는 잇단 소송을 거치며 법과 법을 다루는 전문가들에 대한 신뢰마저 무너졌다. 그는 “손해배상 소송을 맡아 가압류와 경매를 이끈 변호사가 알고 보니 내가 해고당했을 때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으로 있으면서 내가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한 당사자였다”고 털어놓았다. 한씨는 “얼마 전에야 그 사실을 알고 배신감에 떨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그 말을 하는 그의 입술이 부르르 떨렸다. 담당 변호사는 그러나 “공익위원으로 해고 구제신청을 기각한 것은 맞지만, 손해배상 소송을 낼 때는 이미 공익위원이 아니었다. 또 해고를 다투는 관련 사건도 아니고 명예훼손과 관련된 별건의 사건이니만큼 문제 없다”고 해명했다.

한씨는 지난 9월11일에도 회사 앞으로 나갔다. 부당해고 철회와 전액관리제 실시를 요구하는 선전판을 몸에 두르고 1인시위를 벌였다. 이제 방송차량을 동원하거나 동료 해고 노동자들의 연대 집회를 기대하는 일은 가능하지 않다. 회사쪽은 지난 8월부터 2004년 7월31일까지 회사 앞에 미리 집회신고를 내놓았다. 한씨로선 이제 2년 동안 1인시위밖엔 자신의 주장을 알릴 길이 없다.

1인시위를 바라보는 회사쪽의 입장은 여전히 단호했다. 임 부장은 “해고무효 소송도 대법원에서 기각판결이 났는데, 왜 자꾸 저러는지 모르겠다. 저대로 나오면 우리는 지금 밟고 있는 법적 절차를 계속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형사소송과 그에 따른 민사소송을 계속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후 5시50분께 한씨는 이날의 1인시위를 접었다. 가톨릭 서울대교구 경기 서부지구 기도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가 동료 신도들을 만나기로 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는 “왜 3년 넘게 이렇게 고생하고 있느냐, 그만 손 떼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내가 물러서면 회사는 나를 시범 케이스 삼아 앞으로도 그 짓을 계속할 텐데, 그럴 순 없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









Back to the top  


Home| 표지이야기| 특집| 특집2| 이슈추적| 정치| 경제| 문화| 사람과사회| 움직이는세계|

copyright(c) 2003 The Hankyoreh Plus mail to 편집장, webma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