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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01월14일 제493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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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국방예산 19,128,800,000,000원!

지난해보다 8.45% 늘어난 2004년 국방예산, 어디에 쓰는지 꼼꼼히 따져보니…

19,128,800,000,000원. 19조1288억원, 2004년 국방비총액이다.
올 국방비는 정부 재정의 16.1%, 국내총생산(GDP) 대비 2.8% 수준이다. 기획예산처가 짠 예산편성안에 따르면 국방예산은 지난해보다 8.45% 늘어났다. 정부 재정 증가율이 2.1%인 것을 감안하면 국방비가 이례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 국방부는 첨단정보기술군을 이야기하지만 지상군 위주의 재래식 대병력 군 구조를 고집하고 있다. 국군의 날 시가 행진 장면.(류우종 기자)

사회적 논란 없이 원안 그대로 국회 통과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이 꺼낸 자주국방의 분위기 속에 ‘쓸 돈은 써야 한다’는 공감대가 퍼진 탓일까. 더 이례적인 것은 다른 예산이 늘어나면 사회적 논란이 벌어지고 국회에서 대폭 삭감되는데 국방예산은 사회적 논란도 삭감도 없이 거의 원안 그대로 국회를 통과한 현실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군 당국은 주변 위협 정도와 한국 경제력으로 볼 때, 국방비가 GDP 대비 5.4%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군 당국도 경제발전과 사회복지, 국가의 균형발전 등을 고려할 때 지나치게 높은 국방비 부담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인정한다.

국방부는 앞으로 국방예산을 세계 평균인 GDP 3.5%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단계적 국방비 증액은 노무현 정부의 방침이기도 하다. 기획예산처는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을 2005년에는 2.9%로 높이고, 2006년부터는 3%대로 단계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 차기전투기(F-X) 기종으로 선정된 F-15.

국방비 증액을 하려면 국방예산에 대한 신뢰성과 투명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납세자들이 자신들의 세금인 국방비를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알기 어렵다.

지난해 가을 참여연대는 감사원에 차기전투기(F-X) 사업 감사결과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를 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F-15로 기종 선정도 끝나서 진행 중인 국책사업에 영향을 미칠 것도 없고 이미 감사결과도 나왔지만, 국가안보 등의 이유로 감사결과는 공개할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 감사 내용이 어려우면 감사결과 보고서 목차라도 공개하라고 요구했으나 거부됐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올 국방비 증액의 명분으로 △장병들의 최소한의 기본생활 보장과 △자위적 방위역량 조기 확충을 주장했다. 과연 올해 국방비는 이런 목적에 맞게 짜여 집행될 수 있을지, 지난해 12월 국회 국방위 국방예산 검토보고서를 통해 살펴보자.

지난해 국방부는 내부반에서 칼잠 자는 병사들의 열악한 현실을 되풀이해서 강조했다. 국방비 증액을 노린 속보이는 논리였지만, 우리 군의 병영 기본시설이 형편없는 게 엄연한 사실이다. 군 막사 등 병사들이 생활하는 병영기본시설의 38%가 1980년 이전에 지은 건물이다. 국방부는 낡고 비좁은 병영시설 개선을 위해 병영 기본시설 예산을 지난해보다 47.5%가량 늘어난 7782억원을 책정했다. 장병들의 사기 진작과 전투태세 강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그런데 ‘2004년 시설건설 예산안’를 보면 가장 근무 여건이 나쁜 비무장지대 인근 최전방 초소(GOP) 지역의 내무반 개선 비용이 한푼도 들어 있지 않다. GOP 근무 군인들은 냉·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는 낡은 막사에서 수돗물 대신 지하수를 마시고 화장실도 재래식이다. 그런데 지난해 700억원이 투입됐던 GOP 지역 내무반 개선 비용이 2004년에는 전혀 배정되지 않았다. 군 당국이 매긴 병영시설 개선 우선순위가 적절한지 의문이다.


△ 올 국방예산에서 가장 시설이 열악한 최전방 초소(GOP) 막사 개선 비용을 전혀 책정하지 않았다. 사진은 좁은 내무반에서 병사들이 생활하는 모습.(한겨레 이정용 기자)

전력투자비 거품의 역설

올 국방예산 전력투자비는 지난해보다 9.8% 늘어난 6조3천억원이다. 전력투자비는 전체 국방예산의 33.3%를 차지한다. 국방부는 전력투자비 예산이 증가한 것은 자주국방을 위해 핵심전력의 우선 확보, 전투 긴요전력의 현대화 추진, 연구개발 투자의 확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전력투자비 내역을 보면 전력투자비의 성격에 맞지 않는 모호한 경비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지원전력의 군수지원 중 장비유지 예산(1조1508억원)은 획득된 장비의 정비나 수리부속 경비로서 운영비 성격이 강하고, 방위비 분담금 중 군사건설 예산(1801억원)은 주한미군의 비전투 군사시설에 대한 건설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다. 또 한국군 부대이전 사업은 경상운영비로 분류하면서 미군기지 이전에 따른 부대 용지를 확보하는 사업인 주한미군이전사업(1천억원)은 전력투자비로 분류하고 있다. 대외군사판매(FMS) 차관 상환 예산(115억원)은 20여년 전 미국에서 차관으로 도입한 장비의 원리금을 갚은 것으로 실제 군 전력증강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전력투자비의 성격에 맞지 않는 사업예산 1조4424억원을 빼면 실제 무기·장비 도입이나 연구개발 등 전력증강에 투자되는 돈은 4조8576억원이다. 국방예산에서 전력투자비 비율은 33.3%에서 25.6%로 떨어진다. 이같은 한국군의 실제 전력투자비는 선진 외국군대의 전력투자비 비율이 국방비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것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국방부는 ‘일단 예산부터 확보하고 보자’는 속셈으로 모호한 성격의 경비를 전력투자 예산에 구겨넣고 있지만, 이런 전력투자비의 거품은 결과적으로 적정한 전력투자비 확보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된다. 국회는 전력투자비의 성격을 명확히 하고 이에 따른 예산 과목의 재조정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늘어난 전력투자비의 대부분이 기존에 진행하던 계속사업비에 쓰이고 새 사업 착수분은 2.5%에 불과하다. 자주국방을 위해 핵심전력의 확보나 전투 긴요전력의 현대화 추진에 노력했다는 국방부 설명이 무색하다.

전력투자비 세부 내역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코소보전과 이라크전에서 입증된 것처럼 현대전에서는 정보능력과 전자전 능력이 승패를 결정한다. 국방예산에서 전력투자비 세부 예산 내역을 들여다보면 지휘·통신·통신·컴퓨터·정보(C4I)/전자전 예산이 지난해보다 32.1%나 감소했다. 자주국방을 하려면 미군에 90% 이상을 의지하는 정보·감시 능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군 내부 지적에도 불구하고 국방예산에서는 3년 연속 C4I/전자전 예산이 줄어들고 있다. 국방부는 말로는 작지만 강한 첨단정보기술군을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지상군 위주의 재래식 대병력 군 구조를 고집하고 있는 셈이다.

△ 첨단무기를 사재기하는 물량주의로 자주국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자주국방을 강조했다.(청와대사진기자단)

1974년부터 지난해까지 30년 동안 한국군 전력투자 사업에 투자된 비용은 모두 68조4448억원이다. 전문가들의 연구결과 전체 국방비 규모는 78년 무렵 한국이 북한을 능가했고, 전력증강을 위한 투자비 누계액도 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을 추월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책임연구원은 2000년 현재 한국군의 전력은 북한군의 78%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전력 격차에 대해 국방부는 북한이 우리보다 12년 먼저 전력증강을 시작했고, 북한이 국민총생산(GNP)의 24% 수준을 군사비로 사용하고 군사비의 50% 가량을 전력증강에 집중 투자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물량주의로 자주국방이 이뤄질까

하지만 90년대 들어 매년 북한의 전체 국방비보다 많은 전력사업비를 사용하는 한국군이 대북 전력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는 원인은 전력투자 사업의 비효율성에서 찾아야 한다. 한국국방연구원은 2002년 11월 보고서에서 우리 군 전력투자 사업의 문제점으로 △전략 수준의 전력은 주로 미국에 의존하면서 전술적 전력증강 위주의 투자를 해온 점 △북한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단기적 필요 때문에 완성품 위주의 무기 국외 도입에 치중한 것을 지적했다. 이 결과 국내 연구개발과 방위산업 기반이 튼튼하지 못해 첨단 무기체계의 개발을 미흡하다. 무기체계 획득 때 기술확보 성과가 미약했다는 것이다.

함택영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무기구입비를 늘리는 물량주의로 자주국방이 이뤄질지 근본적 물음을 내놓는다. 함 교수는 신예 무기를 사는 것은 비교적 쉽지만, 우수한 인적자원을 확보하고 끊임없이 교육·훈련을 통해 정예군으로 육성하는 게 더 길고 어려운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함 교수는 국방부의 국방비 증액 논리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봤다. “국방비는 가상 적국의 능력과 위협, 국방 소요제기 및 우리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결정해야지 남들을 따라갈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세계 평균 군비 부담이 GDP 3.5%인데 안보 위협이 높은 우리가 세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이 주장은 2001년 기준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자료만 인용하고 있다. 같은 해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 통계는 세계 평균 군비 부담이 GDP 2.6%이며, 미 국무부 보고서를 보면 1999년 세계 평균 국방비는 GDP의 2.4%이다.”

국회도 2004년 국방예산검토 보고서에서 자주국방을 하려면 첨단군사력 건설에 필요한 추가재원 확보도 중요하지만, 기존 전력투자 사업의 낭비적 요인을 없애고 사업 효율화를 위해 무기 획득체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