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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역깨기 ] 2003년12월03일 제487호 

임시이사, 까마득한 사학 정상화!

교육부 전 · 현직 관료 중심 구성… 옛 비리재단의 흔들기와 복지부동으로 분규확대 부추기기도

“학교 정상화요? 10년은 넘게 걸리죠.”

사학분규가 일어난 학교가 정상화될 때까지 얼마나 걸리냐는 물음에 한 전교조 활동가는 ‘10년’이라는 말도 모자라 ‘넘게’라는 단어를 붙여서 답한다. 정상화를 눈앞에 둔 사학비리의 ‘상징’, 서울 상문고등학교와 강원도 원주시의 상지대학교가 10년을 돌아온 것을 보면, 그리 과장된 얘기는 아닌 듯하다.

사학분규를 일으키는 불씨는 대부분 재단 관계자의 비리 문제다. 하지만 분규를 10년 넘게 지속시키며 해결의 ‘걸림돌’로 지목되는 것은, 다름 아닌 교육부가 분규해결을 위해 파견하는 임시이사들이다.


사진/ 사학분규의 직접적인 원인은 비리재단이지만 분규 해결의 ‘걸림돌’로는 교육부가 파견하는 임시이사가 지목된다. 지난 10월13일 임시 이사가 파견된 한 대학의 학생들이 민주적인 정이사 체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한겨레 김경호)

임시이사는 보통 ‘관선이사’로 불려오던 제도다. 이사장의 횡령이나 착복 등 사학재단의 비리가 드러난 경우, 교육부는 ‘제재’의 의미로 이들을 퇴진시키고 ‘임시이사’를 파견한다. 말 그대로 학교가 정상화돼 정이사가 정해지기 전까지 ‘임시’로 이사직을 수행하면서 학교 정상화에 기여하라는 의미다.

중 · 고교로 내려가면 더욱 딱해

현재 전국 18개 대학 법인과 12개 중·고등학교 법인에 임시이사가 파견된 상태다. 하지만 2년 임기라는 한계와 옛 재단의 흔들기, 임시이사들의 ‘복지부동’한 행태로 인해 임시이사들이 학교 정상화에 기여하기보다는 오히려 분규를 확대한다는 불신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다.

지난 1997년 이사장이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되면서 임시이사가 파견된 나주대학은 임시이사진의 파견으로 구성원간의 불신과 학내 분규가 더욱 거세진 사례로 꼽힌다. 1998년 파견된 2기 임시이사장은 직원 구조조정을 강행해 전체 직원의 50%를 감원했고, ‘교수 정예화’를 내세우며 20여명의 교수를 퇴출시켰다. 이와 함께 교수·학생들의 의견 수렴 없이 학과 통폐합을 단행해 학교 구성원들이 거리로 나서 관선이사 퇴진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신정여상과 한광고 등 5개 학교를 거느린 ‘학원재벌’ 서울 인권학원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001년 재단의 회계부정과 설립자의 학교경영 문제 등이 불거지자 교육부는 교육부 관료들로 구성된 임시이사 5명을 파견했다. 하지만 이들 임시이사는 임명 뒤 전교조 교사 19명을 파면해 ‘물의’를 일으키는 등 학내 분규의 원인을 제공했다.

임시이사진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구성 문제를 첫손에 꼽고 있다.

교육부는 임시이사를 파견할 때 “교육·법조·언론·종교·여성계·시민단체 등 각계 인사를 개별 대학의 ‘사정’을 고려해 균형 있게 선임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어찌된 ‘사정’인지 많은 학교의 임시이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각계 인사’보다는 교육부 전·현직 관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현재 임시이사가 파견된 7개 전문대학 가운데, 5개 법인의 이사장이 교육부 관료 출신이다. 올해 2월 새로 임명된 세방학원(서일대학)의 이사진은 7명의 이사 가운데 5명이 퇴직한 교육부 관료 출신이다. 올 들어 임시이사가 파견된 극동정보대학과 나주대, 강원관광대 등 전문대학의 학장과 이사장 자리 6곳은 모두 교육부 출신이 차지하고 있다. 중·고등학교로 내려가면 사정은 더 딱하다. 12개 법인 가운데 11개 법인의 이사장이 교육청 간부 출신이다.

임시이사는 교육부 노후보장처?

이화영 전국전문대학교수협의회 회장은 “임시이사와 이사장 자리는 교육부나 교육청 퇴직 관료들의 ‘노후 보장처’”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임시이사 자리를 잠시 들렀다가 더 좋은 ‘자리’가 나면 옮겨가는 ‘대기 장소’로만 여길 뿐, 학교 정상화를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인여대의 임시이사장 금승호씨(전 교육부 대학교육지원국장)는 지난해 옛 재단의 복귀 움직임이 나타나고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이 심해지는 등 분규가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중재 노력은커녕, 시립인천전문대학 학장 모집에 응모해 학교 안팎의 눈총을 받았다. 경기도 오산대학의 학장을 지내다 지난 2월 서일대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연수 전 교원징계심의위원장은 극동정보대학의 학장까지 겸임하고 있어 ‘임시이사 전문’이라는 빈축을 샀다.


사진/ 교육 당국의 전 · 현직 관료가 대부분인 임시이사들은 구재단과 교육부의 눈치를 보며 분규 해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한겨레 강창광 기자)


비리 문제로 임원 승인이 취소된 재단 관계자들이 학교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우려 속에 교육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임시이사에 대해서는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을 벌이는 등 사립학교법의 독소조항을 이용해 ‘임시이사 흔들기’를 계속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퇴출된 재단 관계자들이 “임원취임 승인이 취소된 자로서 2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임원이 될 수 없다”는 사립학교법상의 임원 ‘결격사유’ 규정을, 2년 뒤에 복귀가 가능하다는 것으로 해석해 ‘법적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임시이사들은 재임 기간 내내 옛 재단과 교육부의 눈치를 보며 민감한 사안은 다루지 않거나 형식적인 결정을 내리는 등 분규 해결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분규 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은 “학교는 결국 ‘주인’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교육부의 인식이라고 지적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개인적인 영달을 위한 착복이나 횡령이 아니고 학교 운영을 위해 불가피하게 물의를 일으킨 경우라면 ‘개전의 정’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지 않느냐”며 “책임 있게 운영할 수 있는 이에게 학교 운영을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육부가 임시이사진을 구성할 때 문제를 일으킨 사학 관계자를 임시이사진에 일정 부분 포함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이사진 구성에서 학생과 교직원의 의견은 거의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양진승 전교조 사립조직국장은 “비리 문제로 퇴출된 재단 관계자들이 학교에 발을 붙일 수 없도록 사립학교법을 개정하고, 개혁적이고 공정한 임시이사를 선임해야 정상화로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시민단체 등 민간에서 파견되는 ‘공익이사’의 비중을 높이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분규해결의 모범사례, 상지대

실제로 최근 임시이사 체제를 마치고 정이사 체제 전환을 준비 중인 상지대학교는 분규 해결의 ‘모범사례’로 꼽힌다. 상지대의 임시이사진은 학내 구성원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옛 재단과 지난한 ‘투쟁’을 벌여, 10여년의 분규를 끝내고 정상화 궤도에 올려놓았다.

사립대 운영자들은 “사학을 위해 제공된 재산은 국가사회에 바쳐진 공공재산이므로 어떤 경우에도 사유물같이 다뤄선 안 된다”는 ‘사학윤리강령’도 스스로 채택했다. 하지만 학교를 사유재산으로 판단하는 교육 당국과 밥그릇에 집착하는 일부 퇴직관료들, 임시이사제도의 자체적인 문제까지 어우러져,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동안 이들 학교는 ‘전쟁터’로 병들고 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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