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표지이야기

특집

특집2

기획

이슈추적

성역깨기

마이너리티

기자가뛰어든세상

정치

통일로

경제

2%경제학

특별기고

특별대담

인터뷰

움직이는세계

아시아네트워크

사람이야기

사람과사회

학교!

문화

여행

패션

과학

건강

스포츠

캠페인

보도그뒤




[ 성역깨기 ] 2003년11월19일 제485호 

“은혜와 사랑이 처절하게 그립다”

수용자들이 ‘교도소보다 더 고통스러운 생활’을 호소하는 충남 연기군 ‘은혜 사랑의 집’을 가다

‘끼이익’

남자 숙소로 들어가는 육중한 철문을 열자 또 다른 철문이 나타난다. 수용자들이 이 문으로 나와봤자 식당이나 예배당밖에 갈 수 없지만, 그나마 바깥에서 굳게 잠겨 있다. 철문을 여니 처음 눈에 들어오는 것은 숙소 옥상에 설치된 커다란 감시등과 카메라였다. 취재진이 들어서자 구석에서 햇볕을 쬐던 몇몇 원생들은 하나둘 방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온갖 흉흉한 소문이 나돌던 충남 연기군 ‘은혜 사랑의 집’은 이렇게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 바깥에서 잠긴 방문을 열자 한 여성 수용자가 갇혀 있다. 관리인은 동료와 싸워 ‘벌’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치료 방법은 ‘기도’와 ‘예배’뿐…

지난 11월13일 오후 인권운동사랑방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한나라당 인권위원회 관계자, 취재진 등 10여명이 ‘은혜 사랑의 집’ 방문조사 및 취재에 나섰다.

20여개의 방 가운데 한곳을 조심스레 열었다. 땀냄새와 오물냄새가 뒤범벅이 된 악취가 코를 찔렀다. 햇빛과 바람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세평 남짓한 이 방에 5명의 남성이 벽에 몸을 기대거나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누워 있었다.

방문 옆에는 ‘살림’을 담아둔 라면박스가 층층이 쌓여 있고, 벽에는 빨아넌 수건과 옷가지가 같이 걸려 있었다. 때에 전 수건을 가리키며 “걸레냐”고 무심코 물었더니 “수건이요” 하는 무덤덤한 대답이 돌아왔다. 43개월 전에 들어올 때 가져온 수건을 그대로 쓴다고 했다. 새 수건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진/ 여성 수용자들이 조사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여성 수용자 30여명 대부분은 중증 정신장애인이지만, 약물치료나 상담치료 프로그램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은혜 사랑의 집’은 알콜중독자와 정신장애인 등 130여명이 수용된 정신요양 및 알콜중독자 시설이다. 원장인 전아무개(66)씨가 ‘하나님의 은혜’ 덕에 병이 나은 뒤 ‘은혜’를 여러 사람에게 베풀기 위해 지난 1982년 설립했다. 지난해까지는 ‘은혜기도원’이라는 이름의 무허가시설이었던 이곳은 지난해 9월 미신고시설 양성화 정책에 따라 조건부 신고시설로 전환하면서 ‘은혜 사랑의 집’으로 이름도 바꾸었다. 하지만 ‘은혜’와 ‘사랑’의 흔적은 여전히 찾아보기 어려웠다.

술을 마시면 부인을 상습적으로 구타해 가족들에 의해 지난해 4월 끌려들어왔다는 ㅂ씨의 곁에는 소변통이 놓여 있었다. 다리를 전혀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혈관장애가 있어서 수술한 적이 있는데,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요. 이제는 손도 마비되고 있어요.” ㅂ씨는 대변을 볼 때만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아 화장실에 가지만, 무릎을 접을 수 없기 때문에 계속 변기에 주저앉는다고 했다. 상태는 점점 악화되고 있지만, 큰 병원에서 진료받은 적은 없다.

이곳의 하루는 새벽 4시 아침예배로 시작된다. 식사 이외의 시간은 모두 예배와 기도로 채워졌고, 저녁 8시에는 모두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 길이 없다. 종교 관련 서적이 아니면 반입되지 않고, 신문이나 텔레비전은커녕 전화도 없다. 보호자가 아니면 ‘바깥 세상’에서 온 사람을 만날 일도 없다. 심지어 전등마저 사무실에서 한꺼번에 관리하기 때문에 방에서 마음대로 전등을 껐다켰다 할 수도 없다.

이곳의 치료방법은 ‘기도’와 ‘예배’뿐이다. 체계적인 약물치료나 상담치료는 꿈도 꿀 수 없다. 원장이 원생들에게 정기적으로 시행해준다는 ‘눈 안수기도’는 ‘치료’라기보다는 ‘고통’에 가깝다는 게 수용자들의 호소였다. 오직 기도로써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믿는’ 원장이 가끔 상태가 심해지는 원생들을 데려다가 ‘안수기도’라며 양쪽 눈을 두 엄지손가락으로 꽉 눌러대기 때문이다. 원생 ㅇ씨는 “눈 안수기도를 한번 받고 나면 너무 아파서 잠도 오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사진/ 숙소로 들어가려면 두개의 철문을 거쳐야 한다. 수용자들이 철문으로 나와봤자 예배당이나 식당밖에 갈 수 없지만, 이 문은 바깥에서 굳게 잠겨 있다.


이곳에서 정해진 규율을 지키지 않으면 ‘관리인’들에게 구타를 당하고 ‘보호실’에 감금된다. 한평 남짓한 ‘보호실’은 원생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일단 보호실에 들어가면 바깥에서 문을 열어주지 않는 이상 나갈 수 없다.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1주일까지 굶기고 대·소변은 안에 마련된 플라스틱 통을 이용한다. 교도소나 구치소에서 운용하는, 일종의 ‘징벌방’인 셈이다.

탈주 · 방화 등 사건 · 사고 끊이지 않아

ㄴ씨는 며칠 전 관리인들에게 집단구타를 당하고 보호실에 갇혔다. 기도실에서 예배를 마치고 나오다 앞문으로 나오라는 관리인들의 지시를 못 듣고 뒷문으로 나온 것이 사단이었다. 관리인이 심하게 욕설을 퍼붓자 화가 난 ㄴ씨가 거세게 항의했지만, 결국 돌아오는 것은 모진 주먹질이었다. 왼쪽 눈밑이 심하게 부은 채 기자와 만난 ㄴ씨는 “눈알 안 빠진 것도 다행”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알콜중독으로 들어온 남성들의 경우에는 술을 마시지 않으면 ‘멀쩡’하다. 이들은 중증 정신장애인들과 함께 수용되다 보니 더 답답해하고 적개심만 키우게 된다. 오히려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는 셈이다.

여성 수용자 30여명은 대부분 중증 정신장애인이었다. 여성 숙소 역시 남성 숙소와 마찬가지로 10여개의 방이 공터를 빙 둘러싸고 ㅁ자로 배치돼 있었으며, 예배당과 식당으로 나가는 길에 육중한 철문이 버티고 있어 통행이 철저히 차단되었다.

밖에서 잠겨 있는 방 두곳이 있어 열라고 요구했다. 한곳의 문을 열자 한 여성이 담요를 뒤집어쓴 채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햇볕은 전혀 들어오지 않았고 창문이 없어 환기도 되지 않았다. 관리인은 “동료 수용자와 싸워 벌을 주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방에도 역시 ‘벌’을 받는 여성 수용자가 있었다.


사진/ 수용자들의 숙소는 공터를 가운데 두고 배치돼 있다. 식사와 예배 시간을 제외하고 수용자들이 자유롭게 갈 수 있는 곳은 방과 화장실뿐이다.


수용자들은 대부분 가족에게 버림받았다. 알콜중독자들의 경우 술에 취해 가족에게 행패를 부리다 이곳에 수용된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가족에 대한 수용자의 복수심도 맹렬하고, 보호자들도 두려운 나머지 전화번호와 주소를 옮기는 등 연락을 끊어버리는 일이 많다고 한다. 정신장애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정신병원 등 정규 의료기관의 진료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저소득층들은 이런 미신고 시설이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퇴소가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해 이곳에 ‘환자’를 밀어넣고 외면해버린다.

심지어 ‘현대판 고려장’도 이뤄지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82살의 할머니는 “어쩌다가 들어오셨냐”는 기자의 질문에 “며느리가 보내서 들어왔다”며 눈물부터 지어보였다. “며느리가 하도 무서워서 자살하려고 했었거든. 그랬더니 병원에서 퇴원하자마자 여기로 보냈어. 죽어서나 나갈 수 있으려나….” 할머니는 연방 옷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은혜 사랑의 집’ 관계자는 “우리는 빚을 8억원이나 져가면서도, 가족한테 버림받은 아픈 사람들을 돌보고 있다”고 항변한다. 이 관계자는 “여기에서 열심히 기도해 여러 사람의 병이 나았고, 알콜중독자들은 술을 입에 대지 않으면서 상태가 훨씬 좋아지고 있다”며 “다만, 많은 사람을 관리하다보니 본의 아니게 물리적인 제재를 가하지만, 심한 편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은혜 사랑의 집’은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2001년에는 “기도하기 싫다”며 원생이 기도실에 불을 지른 사건이 있었고, ‘탈주 사건’도 해마다 심심찮게 일어난다. 방화사건 당시 보호실에 갇혀 있었다는 ㅇ씨는 “하마터면 타 죽을 뻔했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대부분의 미신고 시설은 치료가 필요한 정신장애인들과 알콜중독자 등을 사회로부터 철저하게 ‘격리’ 수용한다. 그러나 과학적인 의료 서비스와 프로그램이 거의 없어 정신분열증이나 조울증 환자가 치료 시기를 놓치고 황폐화되는 일이 잦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게다가 병약한 노인이나 가정불화로 들어온 이들이 기약없이 갇혀 있다는 점도 심각성을 더한다.

단속도 계도도 할 수 없는 복지부

그러나 미신고 시설을 대하는 보건복지부의 태도는 그야말로 ‘복지부동’이다.


사진/ 한평 남짓한 보호실은 수용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규율을 어기면 짧게는 사흘에서 일주일까지 갇히게 되고, 이 기간에는 ‘금식’을 강요당한다. 대소변도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미신고 수용시설에서 인권침해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자, 복지부는 지난해 7월 ‘미신고 복지시설 관리지원대책’을 마련하고, 미신고 시설에 대한 대대적인 양성화 작업에 들어갔다. 복지부는 당시 자격이 되지 않는 시설이 자진해서 신고할 수 있도록 ‘조건부 신고제도’를 새로 도입했다. “2005년까지 복지시설의 신고 기준에 맞추겠다”는 것을 조건으로 이들 시설의 신고를 받아 ‘양성화’를 꾀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인권침해 논란이 있는 시설들이 너도나도 조건부 신고를 하는 바람에 단속도 계도도 할 수 없는 어정쩡한 상태가 되어버렸다. ‘은혜 사랑의 집’의 경우도 지난해 조건부 신고를 한 상황이어서 2005년까지는 ‘면죄부’가 주어진 셈이다.

실태조사 역시 형식적이다. 복지부는 시설의 규모와 수용인 수 등만 파악할 뿐, 방문조사와 수용자 면담 등을 통한 구체적인 조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다만 지난 2001년 복지부 차원에서 기도원 실태조사를 벌여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이곳을 찾은 적이 있지만, 시정 조처는커녕 그 흔한 공문 한장 내려보내지 않았다.

원장과 관리인의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물던 원생들은, 일대일 면접조사가 시작되자 저마다 호소와 한탄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부인과 크게 다툰 뒤 들어왔다는 사람, 술을 좋아할 뿐 알콜중독은 아닌데 동네 목사한테 끌려왔다는 사람 등 들어온 사연은 구구했고 나이와 환경도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설문지 마지막 부분에 “집에 가고 싶다” “사회생활을 하고 싶다” “나가면 새사람이 되겠다”고 적는 등 간절한 바람은 한결같았다.

교도소는 형기라도 있지만, 이곳은 나갈 수 있다는 기약조차 없다. 교도소는 텔레비전을 통해 세상이 변하는 것이라도 알지만, 이곳은 날짜 가는 것도 모른다. ‘형기 없는 사설감옥’에 유배돼 “지금 내 권리는 거저 숨쉬는 권리뿐”이라며 한숨을 내쉬는 이들도 우리의 가족이자 이웃이다.

글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 그들을 ‘사회’로 불러내라






  • .









    Back to the top  


    Home| 표지이야기| 특집| 특집2| 이슈추적| 정치| 경제| 문화| 사람과사회| 움직이는세계|

    copyright(c) 2003 The Hankyoreh Plus mail to 편집장, webma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