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표지이야기

특집

특집2

기획

이슈추적

성역깨기

마이너리티

기자가뛰어든세상

정치

통일로

경제

2%경제학

특별기고

특별대담

인터뷰

움직이는세계

아시아네트워크

사람이야기

사람과사회

학교!

문화

여행

패션

과학

건강

스포츠

캠페인

보도그뒤




[ 성역깨기 ] 2003년09월18일 제476호 

노조 있으면 삼성은 없다?

무노조 경영 신화 깨뜨리는 삼성플라자 노조… 설립신고서 교부되자 회사쪽 와해 공작 노골화

‘무노조 왕국’의 몰락 조짐인가. 무노조 경영을 표방하는 삼성그룹 계열사에 노조가 설립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삼성플라자(경기도 분당점) 노동조합은 지난 9월5일 성남시청에 노동조합설립을 신고했다. 삼성그룹 계열사에 노조가 설립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 사건은 노동계와 재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삼성 계열사의 기존 노조들이 노조의 구실을 제대로 못하는 ‘유령노조’에 가까운 반면, 삼성플라자 노조는 한국노총 산하의 정식 노조로 출범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산하 정식 노조로 출범

삼성플라자 노조의 설립 과정은 한편의 첩보 영화를 방불케 했다. 한동혁(45) 위원장 등 노조 간부 3명은 9월1일 성남시청에 노동조합설립신고서를 제출한 뒤 잠적했다.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한 회사쪽의 회유와 협박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한 위원장은 성남시청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노조설립신고서를 반려하자 3일 한국노총 간부들과 함께 성남시청을 전격 방문했다. 그리고는 이틀간의 밤샘농성 끝에 노조설립 신고를 성공리에 마쳤다. 회사쪽은 인사팀 직원들을 성남시청 주변에 배치해 ‘무력시위’를 벌였지만,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된 한 위원장과 한국노총의 ‘작전’을 막지 못했다.


사진/ “더 이상 무노조 삼성은 없다.” 지난 9월4일 한동혁 위원장이 성남시청이 교부한 노조설립신고필증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삼성플라자 노조의 앞길이 그리 밝은 것만은 아니다. 삼성그룹 경영진의 무노조 의지가 워낙 확고한데다 그룹 차원의 노조 와해 공작이 매우 전문적이고 집요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999년 삼성생명서비스 노조는 신고필증을 교부받은 뒤 일주일 만에 스스로 해산했고, 삼성전자 협력업체인 아르네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노조 설립에 성공했으나 노조원들의 잇단 탈퇴로 올 초 사실상 와해돼버렸다. 에스원 등 몇몇 계열사는 노조 설립을 막기 위해 만든 유령노조 때문에 노조 설립이 번번이 실패했다. 노동법의 복수노조금지 규정 때문이다. 이 규정은 2002년부터 풀리기로 돼 있었으나 2001년 노사정위원회에서 노동계가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을 대가로 2006년 말까지 그대로 두기로 합의해주는 바람에 지금까지 노조 설립을 막는 데 악용되고 있다.

삼성플라자 노조가 출범한 뒤 회사쪽은 대대적인 노조 와해 공작을 벌였다. 9월5일 노조설립신고서가 교부되자 삼성플라자 직원 20여명이 성남시청에 몰려가 항의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한동혁 위원장이 제출한 신고서가 교부되기 직전인 5일 오전 10시 성남시청에 노조설립신고서를 접수했다. 성남시청 관계자는 “이들은 ‘한 위원장은 애사심도 없고 능력도 없는 인물인데 왜 노조설립신고필증을 교부해줬느냐’며 강하게 항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은 노조 설립을 방해하기 위해 회사쪽이 동원한 직원들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성남시청 관계자는 “이들이 접수시킨 신고서를 검토한 결과 이들이 회사쪽의 이익을 대변하는 직원들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며 “사측의 이익을 대변하는 노조는 법적으로 인가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의 신고서를 반려했다”고 밝혔다.

회사쪽 직원과 임원의 이상한 동행

성남시청이 이렇게 판단한 근거는 뭘까. 성남시청 관계자는 “항의를 하러 온 직원들에게 ‘근무시간에 어떻게 20여명이나 되는 직원들이 몰려왔나’라고 물었더니, 직원 중 한명이 ‘회사쪽 허락을 맡고 왔다’고 대답했다”며 “또 회사 노무 담당자가 농성장에 찾아와 ‘나는 여러분을 도와주러 왔으니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얘기하라’며 농성 직원들을 독려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밖에도 이들이 설립하고자 하는 노조가 회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이라는 증거를 많이 확보하고 있지만, 삼성플라자쪽의 소송에 대비해 미리 공개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사진/ 삼성플라자 노조는 우여곡절 끝에 출범했다. 한국노총 간부들이 9월4일 성남시청을 방문해 노조설립신고서 반려를 항의하고 있다.


성남시청의 또 다른 관계자는 더욱 결정적인 증거를 댔다. 삼성플라자의 인사 담당 상무가 농성이 벌어진 날 성남시청에 모습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5일 밤에도 삼성플라자 직원들이 성남시청에 몰려왔는데 그때 박아무개 상무가 본관 앞마당에 차를 세워놓고 직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를 만들겠다는 직원들이 회사 임원과 함께 행동한 이유가 뭔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한겨레21>은 삼성플라자에 확인을 요청했으나 회사 관계자는 “이번 일과 관련해 (언론에) 할 얘기가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삼성플라자 모기업인 삼성물산 관계자도 “회사 차원에서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 이번 일에 대해서는 취재에 협조할 게 없다”고 말했다. 삼성플라자의 박 상무에게도 여러 차례 확인을 요청했으나 그는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한동혁 위원장 등 노조 간부들은 지난 9월13일 노조 홈페이지를 통해 삼성플라자 간부들한테서 집중적인 회유와 협박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노조가 활동을 개시한 이후 회사는 노조 간부에 대한 대대적이고 조직적인 회유, 협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회사쪽 관리자들은 조직적으로 개별면담을 빙자한 접촉을 통해 노조 포기를 강요하고 있으며, 입에 담기조차 힘든 욕설과 협박은 물론이고 온갖 작업을 통해 노조 포기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 삼성플라자 노조는 노조깃발을 휘날릴 수 있을 것인가. 삼성그룹 계열사로 노조가 설립돼 노동계와 재계의 이목을 끌고 있는 분당 삼성플라자.


한 위원장 등 노조 간부들은 14일 현재 연락이 끊긴 상태다. 이들이 회사에 정상 출근을 하는지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한 위원장은 연락이 끊기기 전,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회사 임원들이 내 가족들한테까지 찾아가 노조를 탈퇴하도록 협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삼성은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서라면 노조 간부를 납치하거나 돈으로 매수하는 짓도 서슴지 않는다”며 “회사쪽의 집요한 공작으로 어렵게 설립된 노조가 많이 와해됐다”고 말했다.

‘유령노조’ 전철을 밟을 것인가

삼성그룹 관계자들은 노조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삼성에는 노조가 필요 없을 정도로 노사 관계가 완벽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른 곳은 몰라도 삼성플라자는 사정이 달랐다. 한 위원장은 “지난 1997년 삼성플라자 개점을 앞두고 약 두달 동안 전 직원이 매일 새벽 3∼4시까지 근무했다. 지하실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은 비염과 기관지염에 걸리고 매장 직원들은 잦은 야근으로 두통에 시달렸다. 그러나 회사는 외환위기 이후 300명의 직원을 일방적으로 해고하는 등 구조조정이라는 무기로 직원들을 늘 위협했다. 노사협의회라는 게 있었지만 직원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연봉제를 실시하면서 직원들의 복지 혜택도 크게 줄었고 임금도 다른 업체와 비슷하게 돼버렸다. 그때부터 직원들은 노조의 필요성을 크게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쪽의 집요한 공작이 예상되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노조를 지킬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삼성플라자 노조가 노조다운 노조로 성장할지, 아니면 다른 계열사처럼 유령노조로 전락할지는 밤안개처럼 불투명하기만 하다.

글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orgio.net

  • [삼성의 노조 와해 공작] 인신공격에 소가 웃는다






  • .









    Back to the top  


    Home| 표지이야기| 특집| 특집2| 이슈추적| 정치| 경제| 문화| 사람과사회| 움직이는세계|

    copyright(c) 2003 The Hankyoreh Plus mail to 편집장, webma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