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표지이야기

특집

특집2

기획

이슈추적

성역깨기

마이너리티

기자가뛰어든세상

정치

통일로

경제

2%경제학

특별기고

특별대담

인터뷰

움직이는세계

아시아네트워크

사람이야기

사람과사회

학교!

문화

여행

패션

과학

건강

스포츠

캠페인

보도그뒤




[ 성역깨기 ] 2002년11월07일 제433호 

“YMCA를 훔쳐가지 말라”

흔들리는 시민운동의 100년 거목… 표용은 이사장 축출운동으로 발전한 서울YMCA 내분사태


사진/ 창립 100주년을 앞둔 YMCA가 흔들리고 있다. 표용은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대형 플래카드가 서울 YMCA 건물에 내걸려 있다.


지난 10월28일 서울YMCA 99주년 기념식장. 표용은 서울YMCA 이사장의 행사장 진입을 막으려는 회원과 실무자들, 이에 맞선 총무과 직원들 사이에 몸싸움과 고성이 오가는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표용은 이사장은 회원들이 한눈을 파는 사이 기념식장으로 겨우 ‘잠입’하는 데 성공했지만, ‘민족의 자산 YMCA를 사유화한 표용은 이사장은 퇴진하라’는 대형 현수막이 나붙고, 퇴진 구호가 장내에 울려퍼지며 분위기는 더욱 어수선해졌다. 급기야 흥분한 표 이사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호통을 치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즐거워야 할 100년 역사의 시민단체 생일잔치가 이렇게 아수라장이 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역사상 처음이라는 서울YMCA 내분사태의 진실을 파헤쳐본다.

무리한 인사, 그리고 이어지는 보복

이번 사태의 직접적 발단은, 최근 사퇴한 김수규 전 서울YMCA 회장의 퇴진을 표 이사장이 배후조정했다는 사실을 NGO 전문지인 <시민의 신문>이 폭로하면서 비롯됐다. 마침 간사와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서무주임 출신의 김 회장이 YMCA를 통제 일변도의 관리·행정 조직으로 전락시키고, 회원들의 주체성은 온데간데없이 상실됐다는 불만이 커지는 상황이었다. 의혹 내용은 표 이사장이 이런 실무자들의 개혁 열망을 교묘히 활용해 새로운 후계구도를 확립하려 했으며, 자신의 해외출장 기간에 거사를 하도록 치밀하게 각본을 짰다는 것이다.

애초 표 이사장은 자신의 고향친구 조카인 김 전 회장을 전적으로 신임했으며, 주위에서 반대했음에도 그를 회장으로 앉힌 장본인이다. 하지만 김 전 회장이 자신에게 반기를 들며 저항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그를 먼저 제거한 것이다. <시민의 신문>은 이와 함께 서울YMCA 지도부가 비자금을 만들어 관리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도덕성이 생명인 시민운동에 치명적인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일부 회원들은 표 이사장을 공금횡령 및 비자금 조성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표 이사장은 이런 의혹과 퇴진 주장에 대해 아무 대꾸를 하지 않아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표 이사장은 김 전 회장의 후임에 김윤식 기획행정국장을 내정하고, 그를 회장으로 선출하기 위해 무리수를 거듭했다. 지난 10월21일 회장 선임을 위한 이사회를 개최하며 장소를 두번이나 옮기고, 시간도 갑작스레 앞당기는 바람에 24명의 이사 가운데 상당수가 참여하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표 이사장쪽은 정족수인 13명이 참여했다고 주장하나, 회의록을 공개하라는 요구에는 응하지 않는다. 특히 김 국장은 김 전 회장의 오른팔 격으로, 현재의 비민주적이고 관료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핵심적 구실을 한 것으로 지탄받는 인물이어서, 실무자들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한편 김 국장은 파행적인 이사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된 지 열흘 만에 표 이사장 퇴진운동에 참여한 시민사회영역 핵심 간부 2명을 전문성과 무관한 스포츠센터 관장으로 좌천하는 보복인사를 강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평생을 해먹을 수 있는 담합구조


사진/ 10월29일 YMCA 99주년 기념식에서 표용은 이사장이 호위하는 직원에 둘러싸여 행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표 이사장이 이처럼 전횡을 휘두를 수 있는 것은 그가 14년째 이사장으로 재직하며 서울YMCA 이사회를 완전히 장악했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사장의 임기는 1년이지만 연임에 제한이 없고 정년이 없어 종신제나 마찬가지다.

좀 복잡하지만 그 비결을 알아보자. YMCA의 최고의결기구는 회원들의 총회고, 회원들은 선거를 통해 이사회를 구성한다. 그러나 실질적 권한은 이사회에 있다. 실무자들의 대표인 회장(옛 총무)을 임명하는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회원의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자의적으로 제한해 특정 세력의 독점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사는 모두 24명이고, 임기는 3년인데, 해마다 3분의 1에 해당하는 8명을 교체한다. 이사나 감사에 출마하려면 공천위원회의 추천을 받아야 하는데, 공천위원회(총 6명)는 이사회가 임명하는 3명과 총회에서 임명하는 3명으로 구성되므로 사실상 기존 이사회의 입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또 이사가 되려면 기독교 세례 증명서가 있어야 하고, 회원이 된 지 3년 이상의 남자여야 한다. 기독교 단체이므로 비기독교 회원을 배제한 것은 그렇다치더라도, 회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선거권을 박탈한 것은 문제가 심각하다. 이는 선거권에 제한을 두지 않는 YMCA 헌장에 위배된다. 이에 따라 4만5천명의 회원 가운데 투표권이 주어지는 것은 1200명에 지나지 않는다. 서울YMCA의 한 관계자는 “표 이사장을 비롯한 몇몇 이사진들은 각각 관리하는 회원들이 있어, 이들의 담합투표로 평생을 해먹을 수 있는 구조다. 개혁적 인사가 이사 선거에 출마해도 이런 담합구조에서 소외돼 있기 때문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YMCA가 사실상 ‘회원 없는 회원운동’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표 이사장 퇴진운동은 서울YMCA를 회원들에게 돌려주자는 개혁운동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서울YMCA 회원들과 실무자들은 ‘서울YMCA 개혁과 재건을 위한 회원 비상대책회의’라는 비상기구를 만들었다.


사진/ 지난 10월25일 회원과 실무자들이 YMCA 개혁을 기원하는 촛불의식을 하고 있다.


이 기구에는 전택부 서울YMCA 명예총무를 비롯해, 강문규 전 한국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 박영신 녹색연합 공동대표(연세대 교수), 김용복 전 한일장신대 총장 등 원로들과 중도적 인사들도 동참하고 있어, 표 이사장은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렸다. 이들은 날마다 1인시위와 기도회를 열고 있다. 또 날치기 이사회에 대한 법률대응을 하기로 하고, 신임회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과 이사회 의결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국 YMCA 실무자 200여명도 서울YMCA 개혁운동에 대해 지지를 선언했다. 참여연대·환경운동연합·여성연합을 비롯한 시민단체들도 연대의사를 표명하는 등 범시민사회의 여론도 결집되고 있다.

표 이사장은 또 지난해 9개월 동안의 장기파업에 이어 최근 또다시 불거진 이른바 기독교방송 사태의 핵심배후로 지목된다. 표 이사장은 기독교방송 이사장을 10년 넘게 해오다 지난 10월 물러났다. 표 이사장은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 권호경 사장의 3연임을 관철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으며, 지난 10월7일에는 사장 선임을 위한 이사회 서면투표 과정에서 개표조작을 시도했다 들통나기도 했다. 당시 투표는 18명의 이사 가운데 찬성 12표, 반대 5표, 기권 1표로 유효 통과표수인 14표(전체의 4분의 3)를 넘지 못해 최종 부결처리됐다. 기독교방송 이사진은 각 교파를 대표하는 이사들로 구성되는데, 예수교장로회(통합)쪽 이사들이 감리교쪽인 표 이사장의 전횡에 반기를 든 것이다. 이 과정에서 표 이사장은 참석하지 않은 이사 한명의 투표용지를 찬성표로 조작했다가 그래도 승인요건을 채우지 못하자 없던 일로 하기로 한 사실이 예장통합쪽과 갈등을 빚는 와중에 흘러나왔다.

표용은, CBS 사태의 핵심배후


사진/ 10월18일 열린 서울 YMCA 회원확장 중간보고회의 도중 젊은 간사들이 최근 사태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자 표용은 이사장이 이를 막고 있다.


지난 10월 말에는 임택진·김지길·문대골 목사 등 교계 원로들이 대거 참여한 ‘기독교방송 사태 해결을 위한 기독교범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신학교수 등 교계 지도자 150여명은 최근 “기독교방송 파행은 표용은·권호경씨의 도의적 책임”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고, 800여명의 목회자들도 성명을 통해 “표 이사는 작금의 파행사태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지금까지의 행적으로 보아 기독교방송을 개인 영달의 왕국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목회자의 양심을 되찾아 명예롭게 퇴진할 것”을 요구했다.

우리나라 기독교사회운동의 두축으로 혁혁한 활동을 해온 서울YMCA와 기독교방송 문제를 한몸에 안고 있는 표 이사장. 그의 선택에 교계와 시민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재성 기자 firib@hani.co.kr







.









Back to the top  


Home| 표지이야기| 특집| 특집2| 이슈추적| 정치| 경제| 문화| 사람과사회| 움직이는세계|

copyright(c) 2003 The Hankyoreh Plus mail to 편집장, webmas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