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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역깨기 ] 2002년07월24일 제419호 

중기협은 현대판 노예상인가

‘이주노동자 합법화’ 노동허가제 결사반대… 현 산업연수생 제도에 막대한 이권 걸려


사진/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는 외국인 산업연수생을 볼모로 삼아 큰돈을 챙기고 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중기협 사옥. (박승화 기자)


정부는 최근 외국인 산업연수생을 7만9천명에서 12만9천명으로 늘리는 ‘외국인력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국내 노동·인권단체가 끊임없이 요구해왔고, 노동부까지 나서서 추진해온 고용허가제 도입은 또다시 좌절되고 말았다. 오히려 산업연수생제도가 크게 확대됐다. 이번 대책이 나오자 살판난 듯 쌍수를 들고 나온 곳은, 그동안 필사적으로 고용허가제 도입을 무산시켜온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회장 김영수·이하 중기협)다. 고용허가제는 ‘교육생’인 산업연수생과 달리 이주노동자를 합법적인 ‘노동자’ 신분으로 일하도록 허가하는 제도다. 산업연수생제도를 폐지하고, 고용허가제를 도입하라는 요구는 중기협의 거센 반발에 부닥쳐 번번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일선 중소기업에선 고용허가제 선호

연수생 인력을 중소기업에게 공급하는 일을 전담한 곳이 중기협이다. 국내 연수업체들이 연수생을 신청하면 중기협이 해외 송출기관(44개 업체)을 통해 연수생을 데려온 뒤, 연수생을 달라고 “아우성치는” 중소기업체별로 배정해 넘겨준다. 그런데 흥미로운, 아니 역설적인 사실은 일선 중소기업에서는 고용허가제를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중소 제조업체 68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4.2%가 고용허가제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연구원 유길상 박사는 “인력난 때문에 불법적으로 외국인력을 쓸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으로서는 단속을 걱정하느니 차라리 합법적으로 떳떳하게 쓰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중기협은 고용허가제를 결사반대하면서 되레 산업연수생제도를 확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회원사의 절반 이상이 고용허가제를 찬성하는 데도 중기협은 반대한다? 중기협은 회원사인 중소기업체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곳이 아닌가.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민주노총 이상학 정책국장은 “중소기업 가운데서도 연수생을 배정받는 업체는 돈 있고 빽 있는 소수업체이고 대부분의 영세업체들은 합법적인 노동자를 고용하기를 원한다. 중기협이 고용허가제 도입을 거부하는 건 자신들의 막대한 이권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권이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 물론 ‘돈’이다. 중기협은 연수생을 보내주는 대가로 연수업체로부터 한 사람당 28만6천원씩 받아왔다. ‘연수관리비’ 명목이다. 올 들어 연수기간이 2년에서 1년으로 준 탓에 지난 4월부터는 사람당 19만6천원씩 받는다. 연수생 도입 초기에는 한 사람당 35만원을 받기도 했다. 물론 연수생 도입규모가 늘어날수록 챙길 수 있는 연수관리비도 그만큼 많아진다. 이른바 ‘사람장사’이기 때문이다. 중기협이 연수생 도입쿼터를 늘려달라고 끊임없이 정부에 요구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명분으로는 늘 “중소기업마다 인력부족으로 고충을 겪고 있다”고 내세웠다. 연수생 정원은 7만9천명으로 묶여 있다. 이 쿼터 안에서 귀국하는 연수생이 생기면 그 수만큼 새로 들여오고, 그때마다 연수관리비를 다시 받는다. 지난해 중기협이 거둬들인 연수관리비 수입은 36억원에 이른다.

중기협이 챙기는 더 큰 돈줄은 다른 데 있다. 바로 ‘귀속수입’이다. 중기협은 연수생을 데려올 때 해외 송출기관으로부터 이행보증금이라는 일종의 공탁금으로 1인당 300달러씩 받는다. 연수생이 사업장을 이탈하면 보증금은 고스란히 중기협의 돈이 된다. 달아나는 연수생이 많을수록 중기협의 수입은 늘어나는 셈이다. 이탈자가 곧 수익원이 되는 구조를 감안하면, 이탈 및 불법체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용허가제 도입에 중기협이 한사코 저항하는 이유가 금방 드러난다. 이탈뿐만 아니라 여러 사정으로 연수가 끝나기 전에 연수생이 고국으로 되돌아갈 때도 보증금을 중기협이 챙긴다. 중기협은 이런 귀속수입을 회계상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이란 이름으로 적립한다. 준비금은 지난해 42억7천만원, 2000년에 39억8천만원이 들어왔다. 귀속수입은 중기협이 산업연수생을 볼모로 삼아 큰돈을 챙기는 구조를 그대로 보여준다.

막대한 예산은 어디에 쓰는가


사진/ 지난 5월1일 노동절 때 시위에 나선 이주노동자들. 그들의 노동 합법화를 위해 노동부까지 나서서 추진해온 노동허가제가 또다시 중기협 등의 반대에 부딪쳐 좌절됐다. (박승화 기자)


그런데 막대한 연수관리비와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 걸까? 연수생제도를 둘러싼 중기협의 이권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은 바로 이 부분이다. 중기협 안에서 산업연수생제도를 맡고 있는 곳은 독립사업부로 운영되는 외국인연수협력단(이하 연수협력단)이다. 연수협력단의 지출비용을 들여다보자. 지난해 산업연수생사업으로 지출된 비용은 총 72억8천만원으로, 이 가운데 사업비 37억8천만원, 관리비 35억원이 집행됐다. 사업비 항목은 교육운영비, 연수지원비, 제도계획비, 전산운영비, 사업지원비, 협력단지회(전국 각 시·도 11개) 운영비로 짜여 있다.

눈길을 끄는 건 △교육운영비 △제도계획비 △사업지원비 △연수지원비다. 교육운영비(10억원)는 연수생 건강검진과 교육에 쏟아붓는 돈이다. 산업연수생은 입국한 뒤 안양·용인에 있는 연수원에서 2박3일간 우리나라의 문화와 산업보건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그런데 현지 송출기관에서도 똑같은 내용의 연수생 교육을 10일 이상 시킨다. 현지에서 이미 한 교육을 왜 다시 하는 걸까. 연수협력단은 “현지 송출기관이 제대로 교육시켰는지 정확히 판명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러나 이는 연수관리비를 받기 위한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름만 봐서는 다소 모호한 제도계획비(3억7천만원)는 연수생제도에 대한 연구 및 각종 활동에 쏟아붓는 돈이다. 연수협력단은 외국 산업연수생제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목적인 고용허가제 도입의 저지논리를 개발하는 데 있다. 연수협력단은 “연수사업을 하면서 생기는 잉여재원은 ‘제도개선비’로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수생제도의 유지뿐 아니라 연수생 쿼터를 늘리기 위한 활동비로도 쓴다는 얘기다. 이는 논란을 빚고 있는 중기협의 정치단체화와 무관하지 않다. 중기협은 역대 중기협 회장 가운데 박상규 의원(민주당)을 중기협 명예회장에, 박상희 의원(민주당)과 황승민 의원(한나라당)은 고문으로 위촉하고 있다. 그래서 중기협이 이들을 등에 업고 고용허가제 도입을 무산시킨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는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인건비 지출

사업지원비(12억원)는 대부분 연수협력단 소속 계약직원 인건비로 쓴다. 연수협력단 직원은 101명으로, 일반직 45명, 계약직 56명이다. 이렇듯 인건비를 비롯한 연수협력단의 인력문제는 연수지원비와 다시 맞물린다. 분쟁조정비 등으로 짜인 연수지원비(9억6천만원)는 교육운영비와 마찬가지로 중복논란을 빚는 항목이다. 분쟁조정은 중기협이 지정하는 국내 연수생위탁관리업체(20개)에서 이미 하고 있는 일이다. 위탁관리업체는 연수생 권익보호 명분으로 연수생한테서 1인당 매달 2만4천원씩 받아가며 사업장에서 일어나는 분쟁을 조정한다. 한 위탁관리업체는 “사업장에서 산재 등 일이 터지면 우리가 끼어들어 화해시키는 등 하소연할 데 없는 연수생을 보호하는 게 역할”이라고 말했다. 중기협이 일을 다른 데 위탁시켜놓고도 여전히 같은 일을 하고 있다? 자체 인력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편으로 중기협이 연수생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려운 대목이다.

인력문제는 관리비 지출내역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연수협력단 직원 가운데 상대적으로 간부급인 일반직(45명)의 인건비로 지난해 쓴 돈은 19억원. 일반직은 계약직과 달리 중기협 정식 직원으로, 연수생제도가 폐지되면 중기협으로 복귀하게 된다. 인사권은 중기협이 행사하고, 인건비는 연수생사업에서 대는 꼴이다. 인건비란 구실을 통해 연수생사업 수입이 중기협으로 흘러들어가는 셈이다. 중소기업청 쪽은 “산업연수생 업무를 맡은 직원의 인건비는 연수협력단에서 주는 게 맞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산업연수생제도가 중기협의 잉여인력을 흡수하고 인건비 부담도 덜어주는 노릇을 하고 있는 건 분명하다. 지난해 산업연수생 사업비 가운데 연수생을 위한 ‘직접적인’ 사업으로 칠 수 있는 교육운영비와 연수지원비는 총 19억6천만원에 지나지 않은 반면 연수협력단 직원 인건비로 31억원이 들어갔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다.

그렇다면 산업연수생사업 회계는 어떻게 처리되고 있을까. 중기협은 연수협력단의 성격을 “따로 분리된 일종의 사업본부로서, 회계도 중기협과 독립적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연수생 운영에 관한 지침(8조3항)도 “업무, 회계 및 재산은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다른 업무와 구분하여 관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산업연수생관련 회계는 중기협 회계부가 함께 처리하고 있다. 여기에는 “우리(중기협)가 맡더라도 회계를 따로 처리하면 된다”는 궁색한 해명이 덧붙는다.

고유목적에 안 쓰이는 고유목적사업준비금


사진/ 불법체류 자진신고를 위해 장사진을 이룬 외국인들. 산업연수제도가 확대되면 이주노동자들의 처우문제는 더욱 열악해진다. (한겨레 윤운식 기자)


시설임대료 역시 연수생사업비가 중기협으로 ‘편법적으로’ 빠져나가는 통로로 활용된 한 사례다. 중기협 건물 안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연수협력단은 한해 3억6천만원의 사무실 임대료를 중기협에 꼬박꼬박 내고 있다. 따로 분리된 사업본부이기 때문이다. 물론 임대료의 출처는 연수생 연수관리비와 귀속수입이다. 중기협이, 인력은 필요에 따라 연수협력단으로 발령내고, 그 직원들이 사용하는 사무실 임대료는 받아 챙기는 이중 플레이를 하면서 연수협력단을 돈벌이 창구로 이용하는 것이다.

귀속수입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무엇이고, 과연 어디에 쓰이고 있을까? 중소기업청은 “귀속수입은 사업운영비로 집행하면 안 되고, 연수생을 위한 복지사업에 쓰도록 그 용도를 고유목적사업으로 제한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산업연수생사업으로 지출한 비용은 73억원. 애초 예산을 63억원으로 잡았으나 실제로 걷힌 연수관리비는 36억원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37억원의 적자가 나야 정상이다. 그러나 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비밀은 고유목적사업준비금에 있다. 부족분을 귀속수입으로 메웠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산업연수생 도입 이래 적자를 낸 건 99년(-4억4천만원) 한해뿐이다. 이마저도 연수생 입국자가 적거나 이탈자가 줄어들어서가 아니라 연수협력단 직원들의 퇴직금 중간정산 때문에 생긴 적자다.

지금까지 적립된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은 73억원. 그러나 최근 2년치 고유목적사업준비금만 합쳐도 82억5천만원에 이른다. 연수관리비에서 부족분이 생길 때마다 귀속수입에서 끌어다 메워왔기 때문이다.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이 고유목적인 산업연수생들을 위한 복지사업이 아니라 구멍난 연수관리비를 벌충하는 데 쓰인 셈이다. 중기협 관계자는 “연수생 정원이 쿼터로 묶인 탓에 연수관리비가 예상보다 적으면 부족분을 귀속수입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손실을 국가에서 보조해주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연수협력단은 연수생 쿼터를 늘려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고 연수관리비를 책정한 뒤, ‘예상대로’(?) 나중에 부족분이 발생하면 귀속수입으로 보전하곤 했다.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을 편법으로 동원한 것인데, 귀속수입이 인건비와 임대료 명목으로 중기협으로 빠져나간 것이다. 법적으로는 비영리단체이지만, ‘이익집단’으로서의 중기협 실상을 뚜렷이 보여준다.

“고용허가제 반대한다고 답변하라”

산업연수생을 쓰고 있는 한 중소기업체는 “우리도 인권유린이란 비난을 받고 싶지 않다. 인력난을 겪는 마당에 고용허가제를 도입해 당당하게 쓰고 싶다. 중기협에 내는 연수관리비를 연수생한테 떠넘기는 업체도 많다”고 말했다. 중기협이 받는 연수관리비가 산업연수생 임금을 최저임금(월 47만4600원)에 묶는 한 원인이 된다는 얘기다. 중소기업 현장의 고용허가제 찬성 움직임을 미리 단속하려고 한 것일까. 노동연구원 유길상 박사는 “중기협은 지지난해에 각 회원사에 공문을 내려보내 설문조사가 오면 고용허가제에 반대한다고 답변하라는 지침까지 내려보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이상학 정책국장은 “산업연수생사업이 사용자단체인 중기협의 손 안에서 운영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연수’는 명목일 뿐 실제로 ‘노동자’로 부려먹으면서도 중기협이 고용허가제에 대해 인건비 부담 운운하는 건 단지 이권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대판 노예제도’로 불리는 산업연수생제를 유지·확대하려는 의도는 뻔하다는 얘기다. 산업연수생제도가 저임금 매력이 아니라 인력 부족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란 점에서도 중기협이 인건비 부담을 내세우는 건 이치에 닿지 않는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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