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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역깨기 ] 2002년07월03일 제416호 

미군에 눈감고, 기자에 화풀이?


사진/ 미군부대 앞에서 열린 시위현장에서 미군에 연행돼 상처를 입은 인터넷방송 ‘민중의 소리’ 한유진 기자. (이용호 기자)


“현장에 오니 다시 가슴이 울렁거린다. 정말 끔찍하고 섬뜩한 경험이었다.”

지난 6월29일 오후, 경기 의정부 미2사단 정문 앞에서 만난 한유진(32)씨는 몸서리를 쳤다. 인터넷매체 <민중의 소리>(www.voiceofpeople.org) 소속 기자인 한씨는 동료 이정미(31)씨와 함께 6월26일 오후 같은 장소에서 열린 ‘미군 장갑차 여중생 고 신효순·심미선양 살인사건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 범국민대회’를 취재하고 있었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항의서한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벌어졌어요. 밀고 밀리는 공방이 이어졌는데, 갑자기 정문 옆 철조망 쪽에서 왁자지껄한 함성소리가 들리더군요.” 몰려 있는 시위대 사이로 미군기지 철조망에 커다란 구멍이 난 것이 보였다. 흥분한 시위 참가자 한두명은 이미 부대 안으로 들어간 상태였다. 뚫린 철조망 앞으로 달려간 한씨는 몰려드는 시위대와 뒤섞여 엉겁결에 기지 5∼6m 안까지 밀려들어갔다.

“상황을 살피고 있는데 미군이 달려왔어요. 빠져나오려고 하는데 앞에서 취재 중인 동료가 얼어붙은 듯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다가 달려든 미군에게 붙들리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신분을 밝히기 위해 이씨를 연행하는 미군에게 다가간 한씨는 순식간에 양팔을 꺾였다. “취재 중인 기자”라고 여러 차례 밝혔으나 소용이 없었다. 허리와 몸통으로 미군의 억센 주먹질과 발길질이 이어졌다. 거칠게 저항하는 과정에서 포승이 풀리자 이번에는 아스팔트 바닥에 얼굴을 짓이겼다.

“이어 미군 1명이 합세해 이번에는 목을 누르기 시작했어요. 목에 워낙 강한 힘이 가해져 숨조차 쉴 수 없을 정도였어요. ‘이들이 나를 죽이려는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죠.” 끽끽거리며 고통스러워하는 한씨의 손을 이중으로 묶은 미군은 정문에서 약 50m 떨어진 헌병 막사로 한씨를 끌고 갔다. 긴 나무의자 하나가 덩그렇게 놓인 좁은 철창이었다.

미군 쪽은 한씨와 이씨를 직접 체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 “시위에 참가했던 등록되지 않은 기자들이 있었으며, 이 ‘침입자’들을 한국 경찰에 요청해 체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씨와 이씨가 미군 기지 안 철창에 1시간30여분 구금돼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 경찰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미군이 오후 6시10분께 기자들을 헌병대 막사로 데려가 일시 유치했으며, 오후 7시45분께 기지 안에서 이들의 신병을 넘겨받았다”고 말했다.

“잡혀가는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기자임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미군은 왜, 어디로 끌고 가는지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았습니다.” 철창에 갇힌 한씨는 움직일수록 조이는 포승 때문에 고통을 겪어야 했다. 여러 차례 포승을 풀어줄 것을 요구했으나 미군은 막무가내였다. 화장실에 가야겠다는 말에는 카투사를 통해 “바지에 그냥 싸라”며 폭언을 퍼붓기도 했다. 그 사이 미군 의무병이 세 차례 한씨의 상태를 살폈다. 세 번째 한씨에게 다가온 의무병은 부어오른 한씨의 손목을 본 뒤 포승을 풀어주라고 말하고 돌아갔으나, 미 헌병은 끝내 포승을 풀어주지 않았다.

한씨와 이씨의 신병을 넘겨받은 경찰은 군사시설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6월28일 이들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목 부위 고통을 호소하는 한씨가 병원에서 검진받는 과정에서도 수갑과 포승을 풀어주지 않아 논란을 빚기도 했다. <민중의 소리> 쪽은 6월27일 폭행과 불법구금 등의 혐의로 미군을, 조사과정에서 불필요한 포박 등으로 인권을 침해한 혐의로 의정부경찰서를 각각 국가인권위에 진정했다.

영장실질심사 끝에 6월29일 서울지법 의정부지원은 이들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두 사람이 “주도적·계획적으로 미군 기지 안으로 진입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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