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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뿌리통신 ] 2000년12월05일 제337호 

[풀뿌리통신] 언론의 힘으로 혈세를 삼킨다?

전북지역 시민단체들 계도지 거부운동 돌입… 자치단체 예산 집행 막고 자율경쟁 촉구


(사진/전북지역 신문사 내부에서도 계도지를 거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한달 전, 전북 남원에서는 계도지와 관련한 고발사건이 있었다. 한 일간지 남원지사가 계도지를 제대로 보급하지 않아서 발생한 일이다. 고발장에는 ‘남원 전역에 걸쳐 장○○ 외 66명의 통·리·반장에게, 시민생활정보지용으로 동신문을 보급해주는 조건으로 남원시청으로부터 가구당 월 8천원씩 482만4천원을 받고도 32명에게 해당신문을 보급하지 않았다. 신문대금 230만4천원을 착복한 것은 시민의 혈세를 횡령한 것이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결국 이 사건은 11월 중순, 전라북도의 중재로 지급된 금액을 회수하는 선에서 해결됐다.

2개시는 구입비 없애… 관·언 유착의 고리

전북지역의 경우 전주, 군산을 제외한 12개 시·군이 계도지 구입비로 지난해보다 13.2%가 늘어난 6억8225만원을 책정했다. 물론 이러한 문제가 전북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다. 올해 상반기 대전·충남 민언련의 계도지 구입예산 정보공개신청 결과에 따르면 대전시 5개 구청에서도 계도지 구입비로 연간 4억2천만원의 예산을 쓰고 있다고 한다. 경남도 마찬가지다. 그곳 역시 전체 계도지 예산은 5억7360만원에 이른다.

<전북일요시사>에 따르면 전주시와 군산시의 경우 지난 92년과 95년부터 계도지 예산을 편성하고 있지 않지만, 일반운영비로 각 실과에서 최소한 1∼5부의 지방일간지를 구입하고 있어 사실상 계도지 예산을 집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계도지는 군사독재 시절 정부시책을 전하고 여론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한 대국민 홍보용으로 시작되었다. 하지만 지방자치시대에도 지자체와 지역신문간 관·언 유착의 고리로 지속되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시민이 낸 세금을 신문사에 빼앗길 수만은 없는 일이다. 관행적으로 집행돼온 불필요한 예산을 줄여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전북지역에서도 계도지를 폐지하기 위한 시민운동이 시작되었다.

전북민언련, 경실련 전북지회 등 14개 시민단체는 최근 성명을 통해 “시민이 낸 혈세를 관언유착과 왜곡된 언론소유구조를 온존시키는 도구로 사용하는 데 대해 우리는 반대한다”며 “언론과 지방자치단체간의 유착 고리를 끊고 언론 본연의 사명을 다하도록 하기 위하여 계도지 예산은 반드시 철폐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리고 2001년 예산안 반영시, 시·도의원들을 중심으로 계도지 예산 책정을 줄여 나가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오숙영 전북민언련 사무국장은 “언론의 본래 기능에 충실하기 위해서도 계도지 철폐는 당연히 이루어져야 한다”며 “요즘 다른 시·도 자치단체와 시민단체의 모범 사례처럼 전북지역에서도 활발한 활동으로 계도지를 줄여나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주시민회 염경형 사무국장은 “계도지를 철폐하는 것만으로 관언유착의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또다른 형태인 자치단체의 홍보비 예산 배정과 각 단체마다 발행하고 있는 시보(군보) 제작비 등에 대한 검토도 있어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들 단체는 지난 11월27일 전북 도청에서 각 지방자치단체가 구입해 배포하고 있는 계도지 예산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 계도지 예산 배정을 즉각 철폐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역신문에서 이들의 성명서와 기자회견에 관한 기사가 나온 곳은 단 한곳에 불과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전북지역 언론에 대해 한숨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신문사 내부에서도 계도지 거부운동이 시작됐다. 시민단체의 성명이 발표된 다음날, 이제 창간 한달을 넘긴 <새전북신문>은 1면에 ‘본지는 계도지를 거부합니다’라는 헤드라인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은 “계도지에 대한 예산 배정을 받을 경우 도민의 소중한 혈세가 낭비되고 관으로부터 계도지 구입을 내세워 기사 압력을 받아 언론의 기본 정신이 훼손되는 것을 우려해서다”라고 계도지 거부 이유를 밝혔다.

“좋은 신문 만들어 아름다운 경쟁을…”

그 기사를 쓴 최동근 기자는 재정이 열악한 지역조건에서 어떻게 신문사 재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힘들겠지만, 상품을 좋게 만들어 팔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 기자의 독립성이 살아 있는 좋은 신문을 만들고 난 뒤, 독자에게 독자의 역할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고 싶다”고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전북지역에서 계도지와 관행이라는 단어가 사라질 수 있도록 하는 아름다운 고집과 공개적인 경쟁을 기대해본다.

전주=최기우/ 소설가torogiwoo@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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