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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뿌리통신 ] 2000년10월31일 제332호 

[풀뿌리통신] 천년의 흐느낌 ‘미륵 석탑’

붕괴 위험에 처해 해체·복원 들어가… 석탑 참맛 훼손 우려의 목소리도



무너진 석탑! 그 속에 미처 다 헤아리지 못한 아름다움이 살아 있다. ‘서동요’의 주인공 백제 무왕이 지었다는 미륵사는 이미 오래 전 폐사지가 되었지만, 이 석탑만은 6층까지 간신히 남아 그 형상만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엉성한 시멘트덩이에 의지해 있는 탑의 뒷면을 바라보는 마음은 안타까움뿐이다.

문화재를 둘러보는 일도 더러 적절한 시기가 필요한 모양이다. 소중한 유산들이 10여년 전 금산사 대적광전처럼 잿더미가 되거나 외규장각 문서처럼 약탈당하기도 하고 오랜 풍상에 다시 손을 보느라 설명문만 보고와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2차 보수공사 들어간 국내 최고의 탑

지난해 봄, 국내 최대 규모이자 가장 오래된 탑인 전북 익산시 금마면의 미륵사지석탑(국보 제11호)이 해체·복원된다는 보도가 있었다. 1915년 붕괴 직전에 있던 탑의 보존을 위해 조선총독부 지시로 남·서쪽 면 전체에 콘크리트로 덧씌우기와 탑석 사이를 메우는 보수작업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뒤 수십년이 지나면서 탑을 지탱해 주고 있는 콘크리트의 수명이 다해 군데군데 떨어져 나가고 심한 부식으로 틈이 생기면서 빗물이 스며들어 붕괴될 위험성이 높다는 진단을 받아왔다. 해체·보수에는 80억원의 사업비(국비 56억원, 도비 24억원)가 투입될 계획이며 짧으면 5년, 길게 10년이 걸린다고 한다. 공사계획표에 맞춰보면 올해 9월부터 해체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고층누각을 연상케 하는 미륵석탑의 해체작업과 천년세월의 편린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는 설렘에 길을 재촉했다.

그곳은 모양 좋은 미륵산이 아늑하게 끌어안은 7만여평의 넓은 공간에 국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석탑을 비롯해 백제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유물전시관이 있어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미 그곳은 소풍나온 유치원생들과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로 붐비고 있었고 탑 주변은 공사중이었다. 발굴조사가 있기 전까지 그곳은 논밭과 집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세월의 업겁에 백제의 자취들이 땅밑으로 조용히 내려앉아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한꺼번에 쏟아져나온 엄청난 양의 유물들은 박물관에 잘 보관되어 있었다.

예정대로라면 이미 지난달 해체 작업 전 단계인 유구조사와 가설 건물 공사를 마치고 석탑 해체작업이 진행중이어야 했지만, 아직까지 가설물 공사가 계속되고 있었다.

“지금 한참 철골 세우고 있는디요. 바닥에 쐬(쇠)도 웬만허면 못박게 허고, 이 위로다가 붕 띄워서 크게 쌓아야 해요.… 탑에는 손도 못 대게 히요. 겁나게 조심허라고 헌게….”

공사현장에 있던 한 인부의 말이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해체작업을 수작업으로 하나씩 들어내야 하듯이 가설물 공사에서도 문화재 훼손 방지를 위해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고 한다. 때문에 공사도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붕괴위험 때문에 시작된 작업이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지금껏 십수년간 여러 공사로 인해 먼지를 뒤집어써온 탑이었기에 늦어지고 있는 공사에 대해 원망이 들기도 한다. 미륵사지탑은 중요성이 일찍부터 많은 삶들에 인식되어지고 있었다. 서기 600년에서 641년 사이에 축조돼, 목탑에서 석탑으로 바뀌는 탑 건축 양식의 변화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문화재이기에 아직도 미륵사 복원에 대한 찬반론은 계속되고 있다. 대학원에서 사학을 전공하고 있는 윤성준(29)씨는 “해체·복원은 석탑이 지닌 참맛을 훼손할 위험이 높다”며 “붕괴 위험을 막는 선에서 지금처럼 허물어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아직도 끊이지 않는 복원 둘러싼 논쟁

역사에서 의외성은 없다. 하나의 사건에는 당위성과 더불어 필요성이 내재해 있는 것이다. 미륵사지 박물관의 한 관계자는 “해체작업은 내년 3월 정도부터 시작될 것 같다”며 “이 공사는 훼손이 아니라 붕괴위험을 미리 방지하기 위한 사업이며 모든 공사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탑이 가지고 있는 본기능을 생각할 때, 해체작업도중 사리나 부장품들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어쨌든 이제 원형을 볼 수 있는 기회도 몇달 남지 않았다. 공사현장 틈새로나마 슬며시 천년의 세월을 들여다보는 것도 아렴풋한 여운일 것이다.

폐사지에서 갖는 쓸쓸함이랄까? 공사로 인해 고즈넉한 느낌이 깨지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얼마 전 한 인터넷매체에 실린 금마(종평)저수지에 관한 기사를 떠올리며 미륵산에 올랐다. 과연 백제 천년고도에 한반도가 있었다. 정상에서 보이는 저수지의 모양이 한반도를 빼닮았다. 미륵신앙이 미래의 일에 대한 유토피아적 이상을 제시하는 것처럼 “농업 용수를 쓰려고 만수를 했더니 저절로 그런 모양이 나타났다”는 금마저수지가 온화한 기운으로 통일, 이상을 향한 설렘으로 다가오길 바란다. 지나친 기대일까?

전주=글 ·사진 최기우/소설가 torogiwoo@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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