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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뿌리통신 ] 2000년10월04일 제328호 

[풀뿌리통신] 대구 경제, 날개 없는 추락

“더이상 갈 곳이 없다” 섬유, 건설 업계 연이은 부도에 금융기관 퇴출로 자금 사정 악화


(사진/대구경제가 섬유와 건설 등 주력산업의 위기로 총체적 어려움에 빠져들면서 시민들이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고 있다. 사진은 경영정상화를 요구하는 (주)우방 노조원들)


“대구경제요? 죽을 날 받아놓은 것이나 진배없습니다. 너나 없이 어렵겠지만 유독 대구가 더 심한 것 같으니 참 갑갑합니다.”

대구경제가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몰리면서 한탄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허약한 산업기반의 문제점 때문에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것으로 진작 예견하긴 했지만 최근의 상황은 정도가 심각하다. 특히 국가경제가 위기를 극복했다는 이야기가 들릴수록 대구시민의 상대적 박탈감은 더하다.

건설업계를 떠도는 ‘10월 위기설’

IMF 위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는 올 들어서도 금강화섬, 대하합섬, 새한 등 섬유도시 대구를 대표하던 기업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여기에다 그나마 지역경제를 근근이 떠받치고 있던 건설업계마저 최근 우방의 부도로 완전히 기력을 잃어버렸다. 특히 우방의 부도는 이 회사가 지역 건설경기를 선도해왔다는 점에서 엄청난 충격과 함께 허탈감을 안겨주고 있다.

섬유와 건설로 토대를 삼고 있는 대구경제가 이들의 몰락 뒤에 겪을 일은 불을 보듯 뻔하다. “더이상 절망할 힘도 없다”는 경제계 한 인사의 말은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린 대구경제의 현주소다.

“한 10년간 뼈 빠지게 일한 결과가 감당할 수 없는 빚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아마 저와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이 부지기수일 걸로 생각합니다.” 최근까지 대형 건설업체의 협력업체로 일했던 정아무개(39)씨. 그는 본의 아니게 회사 문을 닫았다. “원청업체가 무너지는 데야 속수무책이었다”는 그의 말처럼 일부 대기업의 몰락은 연쇄도산의 파장을 일으키며 제2의 IMF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실제 섬유업계에서는 앞으로 중견업체들의 연쇄도산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건설업계의 경우엔 정도가 더욱 심하다. ‘10월 위기설’이 난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극심한 수주난으로 무더기 도산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는 절망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관급공사 물량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데다 우방 부도로 아파트 청약시장마저 꽁꽁 얼어붙어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당분간 돌파구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대구경기를 판가름하는 이들 양대 업종이 불황에 허덕이면서 대구경제는 IMF체제 직후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불황을 만회할 만한 업종이 없다는 데 더 큰 문제점이 있다.

한은 발표, 지난 3/4분기가 최악

한때 번창했던 금융산업은 대동은행, 대구종금 등 6개 금융기관이 퇴출하면서 대구은행만이 겨우 명맥을 유지, 지역 업계의 자금경색을 부채질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유통산업 역시 역외 쇼핑몰, 할인점 등이 잇따라 개점해 대구가 전국 대형 유통업체들의 격전장으로 바뀌면서 중소업체들은 일찌감치 문을 닫은 상태다. 그나마 동아, 대구 등 양대 백화점이 근근이 시장을 지켜가고 있지만 이 또한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근 한국은행 대구지점은 대구경제의 처지를 짐작케 하는 중요한 조사결과 한 가지를 발표했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3/4분기 지역 기업들의 자금사정은 지난 1년중 가장 나빴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업황, 매출, 생산, 신규수주 등도 지난해 2분기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마디로 금융과 실물경기 모두 최악의 상태인 것이다.

이에 따라 대구시에서는 긴급한 산업구조 개편을 위해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유치에 온 힘을 쏟고 있다. 당장의 어려움은 피할 수 없다 하더라도 이번 기회에 산업구조를 첨단화하겠다는 것이다.

대구시 배광식 경제산업국장은 “대구산업구조를 섬유, 건설 일변도에서 탈피, 첨단화시키기 위해 성서산업단지에 첨단업종을 유치하고 있으며, 현재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발등에 떨어진 문제의 해결책은 어느 곳에서도 내놓지 못하고 있어 대구경제계, 시민들은 불안하고 암울한 2000년을 보내야 할 형편이다.

대구=김용락/ 시인oneway@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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