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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뿌리통신 ] 2000년10월04일 제328호 

[풀뿌리통신] 전북의 가을은 축제의 계절

‘전주세계소리축제’ 예비공연이 주목거리… 지역 전통정서와 부합하지 못하는 등 문제점도


(사진/명창 안숙선)


가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계획한다. 기약없이 훌쩍 떠나도 좋고, 누군가를 동무삼아 떠나는 여행이어도 상관없다. 낮선 땅에 발을 딛고 선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한국 소리문화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는 전라북도는 10월에 세계소리축제 프레대회가 열리는 것을 비롯해 지역축제 등 공연과 전시가 135건에 이른다. 그렇다면 올해는 이곳으로 발길을 향하는 것은 어떨까.

우리 소리의 원류를 찾는다

전라북도는 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의 조화를 통한 ‘온누리의 화음’을 주제로 ‘2001전주세계소리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는 때에 전통의 멋과 맛, 그리고 소리의 고장인 전주에서 소리축제가 열리게 된 것은 무척 반가운 일이다. 소리축제의 예비행사는 10월17일부터 19일까지 전주 곳곳에서 열린다. 국악공연, 국악과 클래식의 만남, 성악, 삶의 소리공연, 소리 스펙타클, 한·중·일 음악명인 초청공연, 산타체첼리아 초청공연 등이 프레대회의 주요 행사다.

특히 주목해야 할 공연은 둘쨋날 열리는 ‘소리역사를 찾아서’(Sori Spectacular)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국악인 및 도내 국악전공 대학생들이 전북대 문화관에서 상고시대에서 현대까지 한국음악의 변천 과정을 춤과 노래로 풀어내는 공연물이다. 삼국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의 대표적인 음악 장르를 각 분야 최고의 명인들이 출연해 보여주고 전라도를 중심으로 퍼져나간 판소리와 산조 등 구성진 소리의 맛을 선사한다고 한다. 우리 소리의 역사를 찾아 떠난 ‘소리 스펙타클’은 여인네의 다듬이질 소리를 통해 단순하고 경쾌한 장단의 맛을 보여주고, 우리 민족의 근원적 정서인 한의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자장가’로부터 밤의 소리, 서라벌, 새벽예불, 승무, 학무, 들바람, 판소리를 지난다. 대미는 공연자와 관객 모두가 한마음으로 후렴구 ‘어기야 디여차 어기야 디여 어기여차 뱃놀이 가잔다’를 따라 부르는 남도 뱃노래 합창으로 마무리된다. 최첨단 조명과 음향을 사용한 웅장한 무대, 빠른 속도의 이야기 전개는 우리의 소리가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외국인들에게도 쉽게 다가 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행사 마지막날에 열리는 한·중·일 전통음악 명인 초청공연도 놓치기 아깝다. 소리의 거장들이 펼치는 전통음악의 향연인 명인전은 각 분야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음악인들을 만날 수 있는 무대다. 국립창극단장 안숙선의 홍보가와 중국 전통악기연주가 민후이펀(閔惠芬)의 얼후(二胡) 연주, 일본 전통악기연주가 다카하시 지쿠토의 사미센 연주가 펼쳐진다. 독자적인 음악세계를 펼쳐 온 우리나라 음악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 음악형성에 영향을 주고받은 중국과 일본의 대표적인 연주자를 초청해서 각 나라 음악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문화계와 언론의 염려와 비판도 만만치 않다. 우리 문화를 보여주고, 소리를 들려줌으로써 세계인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외국의 이름난 문화와 소리를 전주에 불러들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예비대회에서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산타체칠리아 공연은 전주 공연 다음날 서울에서 독자적인 공연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 무엇을 지향하는 축제인지 애매하다.

도민과 지역의 전통적 정서와 밀착된 축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모든 축제는 지역민의 통합과 문화예술의 장·단기적 발전 계획 아래 추진되어야 하며, 그래야 중앙문화의 종속화가 아닌 진정한 문화자치를 실현할 수 있다. 지역민의 열렬한 호응과 지지가 확보되지 않는 상태에서 외국인과 외부인을 위한 잔치를 지역에서 벌일 때 그들이 과연 감동을 받겠는가? 또한 도지사가 조직위원장과 집행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체계와 구색 맞추기식 인선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축제인가


(사진/승무)


소리축제 전반에 걸쳐 문제를 제기해 온 전북문화개혁회의 이종진 간사는 “주요 프로그램 기획과 해외 예술단체 섭외 등이 특정 기획사의 주도로 이루어지고, 대규모 관광객을 유치해 수익을 내는 행사로 만든다는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홍보전략이나 숙박대책 등이 거의 전무한 상태”라며 “프로그램 내용면에서도 우리 소리를 바탕으로 세계가 공감하는 소리의 하모니를 이끌어낸다는 애초의 취지는 퇴색한 채, 관현악단에서 대중가수에 이르기까지 백화점식 나열로 흐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어찌되었든 프레대회는 곧 시작될 것이다. 흔치 않은 공연임에 틀림없다. 올해 전주는 세계를 향해 소리를 울릴 것이다. 그리고 2001년 진정으로 세계가 전주를 향해 메아리를 울릴 수 있을 것인지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괜한 일을 했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전주=최기우/ 소설가torogiwoo@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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