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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풀뿌리통신 ] 2000년09월20일 제326호 

[풀뿌리통신] 충청권 지자체 ‘샅바싸움’

호남고속철 노선 놓고 힘겨루기… 양쪽 서로 “정치논리 배제해라”



지난 98년 6월. 충청남·북도와 대전의 자치단체장이 대청호 호반에 모여 이른바 ‘대청호 선언’을 발표한 적이 있었다. ‘충청은 하나’라는 기치 아래, 지역 공동발전방안을 모색하기로 하는 다짐이었다. 하지만 이런 다짐은 최근 호남고속철도 분기점을 놓고 눈에 띄는 균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힘겨루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치열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여당 당적을 가진 모든 의원들의 당적탈퇴와 의원사퇴도 불사하겠다.”(99년 12월, 청주시의회)

“정부의 책임있는 조처를 촉구하며 당적을 탈퇴한다.”(2000년 1월 충북도의회 자민련 소속의원)

갈등의 요체는 대전과 충북이 오송분기-대전 박정자-논산-(목포) 노선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충남도는 천안분기-공주-논산-(목포)로 해야 한다는 상반된 주장을 하고 있는 데 있다.

지난 9월8일 “지사직을 걸고 호남고속철도 오송분기점 노선을 막겠다”고 한 심대평 충남지사의 발언이 전해지자 충북도와 대전시는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포문을 열었다.

“호남고속철도 분기점 문제가 경제적 논리나 힘의 논리로 결정된다면 (심 지사가) 영원히 후회하게 될 것이다.”(이원종 충북지사) “지사직을 걸겠다는 발언은 경솔한 것이다.”(대전시 관계자)

자치단체 반발로 건교부 노선 용역 중단


(사진/고속철도는 통과노선에 따라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엄청나다. 사진은 경부고속철도 건설 현장 모습)


자치단체들간의 이런 갈등 속에서 건설교통부마저 손을 들었다. 건교부는 95년 9월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착수했으나 자치단체간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해 12월 아예 용역 추진 자체를 중단해 버렸다.

이처럼 각 자치단체가 고속철도의 노선에 사활적 이해관계를 내보이며 강한 집착을 보이는 것은 통과노선에 따라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엄청날 것이라는 손익계산 때문이다. 충남도는 교통시설이 경부축에 집중돼 있어 서해안권과 백제권 개발이 저해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천안분기점에 비해 오송분기점 노선은 거리상 21.1km가 더 길고 운행시간도 11분30초가 더 걸려 연간 2700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는 게 충남도의 주장이다. 전북과 광주쪽은 운행시간 단축과 철로의 직선화 등을 들어 충남도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충북도와 대전시는 오송분기점 노선을 택할 경우 오히려 14km를 단축시켜 3350억원의 건설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또 “대전과 오송은 영·호남권, 태백권과 연계돼 교통의 축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게 대전·충북의 주장이다. 이들은 “정부 대전청사와 청주공항 등 국가시설의 이용편의를 위해서라도 오송-대전 박정자 지역을 경유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런 주장에는 강원권이 합세할 태세다.

하지만 이런 논리적 근거 뒤에는 강력한 지역개발 여론이 포진하고 있다. 고속철도 노선 유치여부는 해당 자치단체장의 정치적 능력을 가늠하는 것이기도 하다. 유치위원회 등 각 지역별 사회단체가 발벗고 뛰고, 해당지역 정치인들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고 있는 것도 사실 지역주민들의 강한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충남도와 대전, 충북도가 서로를 향해 정치적 논리나 힘의 논리로 접근하고 있다는 비난은 희화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갈등이 커질수록 자치단체의 부담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판에 박힌 주장을 되풀이하며 힘겨루기를 하는 것은 누구에게도 실익이 없다는 것이 공통적인 시각이다. 사실 충남도와 충북도는 지역 불균형 발전 문제를 놓고 공조해야 할 대상이지 대결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는 게 뜻있는 지역민들의 지적이다.

그동안 자치단체간 갈등 때문에 소극적인 태도에 머물러 있던 건교부는 내년부터 중단된 용역을 재개해 오는 2003년까지 자치단체간 의견을 반영한 적정안을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이런 조정안을 각 지방자치단체가 순순히 받아들일지는 물론 미지수다. 하지만 노선선정 자체가 지역이기주의나 지역 갈등의 대상이 된다면 호남고속철도가 충청권의 지역경제를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심규상/ 충남지역신문협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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