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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시vs비비 ] 2000년10월25일 제331호 

[시시비비] 신도시 개발, 그들만의 잔치인가

정부 추가개발안에 대한 ‘도시계획 전문가 김현아’ vs ‘부동산 전문가 정상균’의 찬반론


(사진/정부의 신도시 추가개발안에 대해 건설업체는 물론 후보지역의 주민들과 땅주인들은 환영 분위기 일색이지만 폐해론도 만만치 않다)


정부가 수도권의 주택공급난 대처와 난개발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신도시 추가개발안을 불쑥 내밀어 논란이 뜨겁다. 워낙 신도시 개발이 미칠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일감 부족에 시달리던 건설업체들은 가뭄 끝에 단비를 만난 듯 환영하는 분위기 일색이고, 신도시 후보지역의 주민들과 땅주인들도 잔뜩 흥분해 있다. 청약예금가입자 등 수도권의 주택수요자들은, 값싸게 더 살기좋은 집을 장만할 기회가 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반면 신도시 개발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미 89년과 90년대 초반 사이에 추진된 수도권 5개 신도시 개발과정에서 경험한 부동산투기와 건설자재난, 교통난, 수도권 인구집중 심화 등 여러 가지 폐해가 반대론의 근거이다.

건설교통부는 이런 찬반양론 의견을 수렴해 11월 중순까지 신도시 추가개발 여부와 대상지역을 확정짓기로 했다. 도시계획 전문가인 건설산업연구원의 김현아 책임연구원과 인터넷부동산정보회사인 텐커뮤니티의 정상균 이사를 초청해 신도시 개발에 대한 찬반논쟁을 펼쳐봤다.

사회: 먼저 신도시를 개발해야 할 만큼 주택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지 살펴보자.

정상균: 정부가 신도시 얘기를 꺼낼 때마다 제시한 수도권의 주택보급률 통계는 허점이 많다. 실상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는 얘기이다. 공급된 주택 수에서 다가구주택, 상가주택, 주거용 오피스텔 등은 빠져 있다. 이를 감안하면 수도권의 실제 주택보급률은 100%를 넘어선 것으로 봐야 한다.

김현아: 지금 당장 절대공급 물량이 달리는 것은 아니다. 지난 10여년 동안 양적 공급은 어느 정도 이뤄졌다. 그렇지만 앞으로 2∼3년 뒤가 문제다. 주택난은 미리 대비해야 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증가율을 감안하면 앞으로 5년 동안 100만 가구, 해마다 20만 가구 정도의 신규 주택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60만 가구 정도는 이미 확정된 재개발·재건축, 공영 택지개발사업 등에서 충족해줄 수 있다. 나머지 40만 가구가 문제인데, 서울시의 도시건축조례에 의한 재개발·재건축 억제시책과 수도권 난개발 방지대책 등으로 주택건설실적은 점차 줄어들게 되어 있다. 여기에다 주택건설업체들의 경영난으로 추진하고 있던 사업까지 중단되는 사태가 빚어지는 등 앞으로 수도권 주택공급 차질은 불을 보듯 뻔하다.

사회: 수도권의 전세난과 일부 지역 아파트값의 상승이 주택수급난을 미리 반영하는 것은 아닌지.

정상균: 그것은 전체적인 공급난 때문이 아니다. 수요가 특정지역의 중소형 아파트에만 몰리는 데서 생긴 문제이다. 가령 서울 강서지역의 단독주택은 오히려 세들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안달이다. 반지하 주택의 경우 텅 빈 데가 많다. 경매처분되는 반지하주택의 낙찰가격이 2천만원도 안 되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전세난은 금리는 낮고 주택의 자산가치는 오랫동안 정체돼 온 데서 비롯됐다. 집을 사봐야 별로 오르지 않고 은행에서 이전보다 훨씬 싼 이자로 돈을 빌릴 수 있으니까 전세수요가 과도하게 늘어난 것이다.

사회: 부동산 수요의 질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얘기인데.


(사진/도시계획 전문가인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책임연구원)


김현아: 바로 그 점 때문에 계획적인 신도시 건설이 필요하다.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사회가 선진화할수록 쾌적하고 자연친화적인 삶의 공간에 대한 욕구가 높다. 기존 시가지에서 수요자들의 이런 질적 욕구에 부응하는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추기가 어렵다. 일산, 분당 등 수도권 신도시가 쾌적한 주거환경지로 인정받고 있는 이유는 계획단계에서부터 체계적인 단지설계, 녹지시설 확보 등 도시설계기법을 쉽게 적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상균: 지금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신도시 개발 방안 자체가 별로 계획적이지 못하다.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추진하면 자족기능을 전혀 갖추지 못한 거대한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게 뻔하다. 또 이미 신도시 후보지역의 땅값이 많이 올라 최하 분양가격이 평당 800만원을 넘어설 것이다. 건설업체들은 사업성 때문에 대형 아파트 위주로 공급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신도시가 만들어지더라도 서민들의 실수요 욕구는 충족시켜주지 못한 채 ‘그들만의 잔치’로 끝난다. 무엇보다 ‘베드타운’ 성격의 수도권 신도시는 인접도로망의 교통난을 가중시켜 막대한 시간낭비, 에너지낭비를 초래할 것이다.

김현아: 과거처럼 서울의 위성도시나 베드타운 성격의 신도시를 개발할 경우에는 그런 우려가 타당하다. 그러나 서울에 있는 특정산업이나 기능을 집단적으로 이전시켜 ‘자족성을 갖는 도시’를 설계하면 문제는 달라진다. 어떤 기능을 분산시켜야 할지는 정부에서 검토해야 하겠지만, 가령 수도권 남부의 경우 물류중심단지를 조성하면서 직장과 주택이 함께 있는 신도시로 개발할 수 있다. 중장기적 국토이용계획과 수도권정비계획, 신도시개발개획을 연계시키는 것이다.

정상균: 계획적으로 자족성을 갖추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실수요자들이 계획대로 움직이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다. 도시 내에 특화산업을 가지더라도 외부 출퇴근 비율을 70% 아래로 줄이기 힘들 것이다. 대덕단지 등 거점산업이 분명히 있는 지방의 계획도시들이 실패한 사례를 봐라. 일시에 엄청난 물량의 주택을 공급했지만 미분양 사태로 건설업체들만 죽을 맛이다. 서울로 주택수요가 몰리는 현상은 어쩔 수 없다.

사회: 정부의 신도시 개발은, 주택수요자들에 대한 배려라기보다 사실은 건설경기 부양과 건설업체 살리기에 목적이 있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다. 정부 재정이 모자라 당장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늘리기 어려우니까 신도시 건설로 돌파구를 찾아보겠다는 속셈이 엿보인다. 그렇다면 건설업체를 살리기 위해 다른 경제·사회적 부작용을 희생시킨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지 않나.

김현아: 주택난 가능성과 건설업체 경영난은 서로 맞물려 있다. 건설업체들의 도산이나 경영난을 간과하면 결국 주택난이 발생한다. 건설업체들의 경영난을 해소하려면 자율적인 구조조정도 필요하지만 외부환경도 개선되어야 한다. IMF 한파로 주택건설경기가 오랫동안 침체기에 빠져들었다가 반등을 시작할 기미를 보이자마자 준농림지 개발규제와 서울시의 재개발·재건축 억제시책 등으로 또 충격을 받아 휘청거리고 있다. 신도시는 건설업체들에 대규모 수요창출의 효과를 얻게 해준다. 또 건설경기가 살아나면 전체 내수경기 진작과 성장의 견인차 구실을 할 수 있다.

정상균: 신도시를 건설하더라도 경쟁력 있는 일부 대형 건설업체만 혜택을 볼 것이다. 또 아파트 사업 자체가 건설업체들로서는 점차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과거처럼 짓기만 하면 무조건 팔리는 시대는 다시 오지 않는다. 신도시 건설로 다 죽어가는 건설회사들까지 살려보겠다는 발상은 터무니없다. 또 신도시를 들어서면 그 주변의 다른 지역 아파트 미분양이 가중되는 등 개발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건설회사와 사업자들을 궁지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사회: 수도권의 주택난도 해소하고 주거환경도 개선할 수 있는 또다른 대안은 없는지.


(사진/인터넷부동산정보회사 텐커뮤니티 정상균 이사)


정상균: 서울 기존 단독주택의 개건축과 재개발 요건을 완화해주고, 공동주택은 리모델링을 통해서 환경을 개선하는 게 바람직하다. 비용이 신도시 건설보다 훨씬 적게 들고 수요자들의 욕구 변화도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이다.

김현아: 서울시가 지금 고수하고 있는 저밀도 정책을 고수하면서 재개발·재건축을 한다면 추가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또 재개발·재건축에 따른 주택멸실을 감안하면 일시적이지만 주택난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녹지공간이나 추가도로망과 같은 공공시설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나. 기본적으로 서울 도심에서 주거여건을 개선하면서 동시에 도시 전체 재정비 계획과 맞추려면 너무나 많은 이해관계자들 때문에 원천적으로 애로가 많다.

정상균: 부재지주말고 집주인들의 기대치가 많이 낮아졌다.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새 집도 얻고 개발이익도 챙기려는 사람들은 요즘 더물다. 요즘 주민동의를 받지 못해 재개발·재건축 사업시행이 늦어지는 사례는 거의 없다. 노후 단독주택을 가진 사람들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주차난 때문에라도 재개발에 적극적이다. 이들에게 아파트를 지어주면 공공시설에 필요한 공간까지 내놓으라고 하더라도 선뜻 동의할 것이다.

사회·정리 박순빈 기자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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