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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시vs비비 ] 2000년10월18일 제330호 

[시시비비] 생존의 화두, 도서정가제!

인터넷서점 할인경쟁에 도서정가제 법제화로 맞서는 출판계… 공존의 길은 어디인가


(사진/돌베개출판사 대표 한철희씨)


지난 10월12일 오후 2시, 서울 강남 출판문화센터에서는 한국 출판인회의 임시총회가 열렸다. 인터넷서점의 책값 할인 때문에 도서정가제가 위협받고 있는 데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모임에는 약 50명의 출판인이 참가해 도서정가제의 법제화 등에 대해 결의했다. 이틀 뒤인 10월14일 오후, 이번에는 인터넷서점 대표들이 참석하는 비공개모임이 열렸다. 참석자 범위는 오프라인서점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인터넷서점에 국한해서였다.

도서정가제를 지키기 위한 효과적인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출판계의 목소리와, 전자상거래는 도서정가제의 예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인터넷서점의 의견이 팽팽하다. 현재 알라딘, Yes24 등 인터넷 서점들은 우송료를 소비자로부터 받는 대신 책값을 평균 20% 정도 할인해주고 있다.

<한겨레21>은 돌베개출판사 대표 한철희씨와 인터넷서점 알라딘 대표 조유식씨를 10월14일 초청해 토론을 가졌다. 도서정가제 존속을 위한 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씨는 “대책위원장 자격이 아닌 한 출판사의 대표 입장에서 발언하는 것”임을 전제하고 토론에 임했다.

사회: 양쪽의 기본 입장부터 들어보자.

조: 도서정가제의 즉각적인 폐지가 온라인서점 전체의 견해는 아니라고 본다. 개인적인 입장에서도 도서정가제를 지금 당장 폐지하자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인터넷서점은 예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전자상거래의 특성상 인터넷서점은 우송료가 가산될 수밖에 없는데, 독자들에게 정가로 팔면서 우송료를 부담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송료에 준하는 할인을 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본다. 많이 사는 사람에게 메리트를 주는 것도 합리적이라고 본다.

한: 인터넷서점들의 경쟁적인 할인율 인상을, 단순히 우송료를 독자들에게 부담시키지 않기 위한 차원으로 볼 수 있는 건지 모르겠다. 시장 내에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 우송료 이상의 할인을 한다고 보인다. 독자를 잡는 방법으로 할인제를 이용하고 있지 않은가. 정가제냐 아니냐는 나라의 특성에 맞춰 골라야 한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공공도서관도 열악하고, 서점이 도서문화를 감당하는 비중이 크다. 도서정가제가 무너지면 서점들, 특히 작은 서점들의 가격경쟁력이 없어진다. 전국 5천개 서점 중 91%가 50평 미만의 작은 서점이다. 정가제 없이는 출판문화 발전이 어렵다.

자유가격제로 간다면?


(사진/인터넷서점 알라딘 대표 조유식씨)


조: 할인경쟁 때문에 할인율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자상거래에서 도서정가제를 법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도서정가제를 억지로 준수하라고 규제해도 또다른 형태의 할인판매가 나올 것이다. 예를 들어 출판인회의 멤버들과 관련있는 온라인서점 북토피아의 경우도 직접적으로 정가에 할인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마일리지 제도를 통해서 실질적으로는 할인을 하고 있다. 인터넷교보문고 같은 경우는 우송료를 받고 있지 않는데 이것도 일종의 할인이 아닌가. 할인 안 하고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소형서점 파괴의 원인을 온라인서점에만 돌릴 수 없다. 소형서점 매출의 50%가 참고서인데 온라인서점은 참고서를 전혀 다루고 있지 않다.

한: 북토피아는 출판인회의와 완전히 별개로 존재하는 주식회사다. 다만 출판인회의의 멤버들이 초기에 중심이 되었다는 것이다. 북토피아가 정가제를 훼손하고 있다면, 이 또한 다른 온라인서점의 정가제 훼손과 동등하게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소형서점이 줄어드는 원인이 인터넷서점에만 있지는 않겠지만 인터넷서점에 큰 원인이 있다. 인터넷서점의 지방고객들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인데, 이로 인해 지방서점이 줄어드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또한 법을 제정한다고 100%막을 수 있겠느냐, 그럼 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씀하시는데, 법을 제정하는 기준은 막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기준이 아니라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느냐 아니냐가 돼야 할 것이다.

조: 인터넷서점의 유통과정이 어떤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도매상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도 우리처럼 좋은 고객이 없다. 반품이 없고 대금지불이 확실하다. 출판계 전체로 보았을 때 인터넷서점의 활동이 출판계에 마이너스되는 것이 없다.

한: 인터넷서점의 장점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기존의 구조 속에서 자기 위치를 확보해나가면서 상호 발전을 할 수 있어야 할텐데, 그렇지 않고 사실상 도서정가제의 전면적 부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반대하는 것이다. 기존 체제의 유통업계쪽에서 도서정가제를 무시하기 시작하면 이것이 생산기반에 영향을 끼친다. 책 가짓수가 격감하고 잘 팔리는 책, 잘 나가는 책 위주로 출판할 수밖에 없다. 현재 출판계에는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좋은 책을 출판하는 작은 출판사들이 많이 있다. 할인판매가 가속되어 할인률이 높은 책 중심으로 판매되면 다양한 책들의 진열기회를 뺏긴다.

조: 도서정가제가 무너졌을 경우 저질의 책이 시장을 주도하고 양질의 책이 위축된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알겠다. 그러나 이제까지 창작과비평사나 민음사, 시공사 등 우리나라 출판시장을 주도한 출판사들을 보면, 저질의 책을 내서 성공한 적이 있느냐. 소비자들은 양질의 책을 선호한다. 독자의 수준을 신뢰해야 한다.

한: 정가제가 유지되는 환경이었기 때문에 그 출판사들이 양질의 책을 많이 만들 수 있었고 팔 수 있었던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에도 1979년에서 81년 사이에 정가제를 포기하고 자유가격제를 채택했다가 도서 종수의 격감 등 많은 부작용을 겪고 결국 다시 강력한 정가제를 도입했다. 자유가격제를 채택할 경우 서점은 할인율 높은 책을 중심으로 판매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다양한 출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인터넷서점들이 출판의 한축으로 기능하지 않고, 출혈경쟁을 통해 사이트를 어느 정도 키워 코스닥에 상장한 뒤 펀딩을 통해 자금을 모은 뒤 치고 빠지는 것이 아닌지 하는 우려도 있다.

조: 머니게임이 아니냐는 우려인데 코스닥이 그렇게 호락하지 않다. 적자나는 기업이 코스닥에 올라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 학술책 출판이 저하된다는 의견인데 인터넷서점이 오히려 전문서적을 지방에 공급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우리 고객의 50%가 지방에서 주문한다.

할인율 합의의 길은 없을까



사회: 인터넷서점의 할인율을 서로 협의하여 도서정가제를 준수하는 한도 내, 예를 들면 10% 정도로 낮추면 대안이 될 수 있겠는가.

조: 그렇게 되면 담합이 된다. 엊그저께 출판인회의가 인터넷서점에 출판사 직거래를 하지 말자, 인터넷서점에 책을 공급하는 도매상에 책을 안 주겠다라고 결의를 했다는데 이 또한 공정거래법 위반이다. 현행법상 저작물에 대해서는 당사자들의 계약이 있으면 판매단계에 따른 가격을 정해서 재판매가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계약관계가 없는 인터넷서점이 판매가격을 유지하지 않는다고 단체행동에 나서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다.

한: 결의 내용은 도서정가제 법제화와 이를 위한 출판인회의의 노력을 지지하는 것이었다. 인터넷서점에 책을 공급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것은 개별 출판사의 결단이다. 저작물의 재판매가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에 예외조항을 만든 이유는, 도서라는 상품의 특성을 고려하여 도서정가제를 보호하자는 것이다. 그것을 깨는 것이야말로 법에 위반된다.

사회: 마지막으로 도서정가제가 폐지될 경우 책값이 오히려 올라간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조: 시장에서 받아들이지 못하는 가격인상은 있을 수 없다. 우리나라 국민소득을 고려했을 때 책값은 10%에서 20% 정도 과소평가돼 있다고 본다. 그 정도는 더 올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지나친 가격인상은 없을 것이다.

한: 할인판매를 하면 사람들은 이익을 본다는 느낌을 갖는다. 그러나 도서정가제를 폐지하면 명목가격이 상승한다. 할인을 전제로 하고 명목가격을 높게 매기기 때문이다. 1만원짜리 책을 1만5천원으로 올리고 20% 할인해서 1만2천원에 파는 일이 생긴다. 결국 소비자가격도 올라가고 책값에 혼란이 온다.

사회·정리 이민아 기자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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