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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시vs비비 ] 2000년10월04일 제328호 

[시시비비] 쌀 가는 길, 어떻게 열 것인가

정부가 발표한 10월 중 대북식량지원에 대한 민주,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의 찬·반론

정부가 10월중에 타이산 쌀을 비롯한 50만t(옥수수 10만t 무상지원 별도)의 곡물을 차관 형식으로 북한에 제공하겠다고 지난 9월28일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차관 형식이라면 국회 동의가 필요하다”며 정부의 계획을 편법 지원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대표적 소장파인 김성호, 원희룡 두 의원을 28일 초청해 일대일 토론을 벌였다. 토론은 (주)C3TV디지털미디어의 지원으로 생중계됐다.

식량지원은 시급한 일인가


(사진/민주당 김성호의원)


사회=두 의원의 기본입장부터 들어보자.

김성호=북한에 대한 식량차관은 북한의 긴급한 요청에 따른 것이며 기아상태에 빠진 사람들을 돕는 인류 보편성의 문제다. 더욱이 이번 차관은 6·15 남북공동선언이 언급한 남북한간 균형 발전, 여러 분야의 신뢰 구축 등을 이행하는 의미가 있다. 무상지원이 아닌 차관 형태라는 점에서 남북간 경제협력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원희룡=한나라당도 인도적 차원의 지원 필요성은 전혀 이의가 없다. 문제는 북한의 식량난이 10년째 반복되는데 우선 긴급한 물량지원은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자체 식량생산능력을 높일 구조적 협력방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는 외국에서 1억달러가량의 식량을 구입해 이른 시기 안에 차관을 제공한다는 것인데, 긴급하다면 찬성할 수도 있다. 다만 국민들이 볼 때 결정과 집행과정이 투명하고 국민적 합의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리고 1회성으로 북한이 어려울 때마다 그때그때 내주는 시혜성 지원이 아니라 남북관계의 제도화, 안정화에 기여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광범위하게 여론을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국회에서 논의해 동의를 받음으로써 불확실성이 있는 남북관계도 여야가 함께 책임지고 뒷받침하도록 해야 한다.

김=일회성 지원이 아니다. 북한농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농업기반을 조성하는 협력문제를 정부가 지금 하고 있다. 다만 토양뿐 아니라 전력난, 사회간접자본 등이 다 얽혀 있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당장의 부족분은 지원하지 않을 수 없다.

원=당장 지원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방향성 속에서 방식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구체적으로 올해 북한의 작황, 식량 부족분은 얼마인지, 국제사회가 지원하려는 물량은 얼마인지 등을 나 자신을 포함해 국민들이 알지 못하고 있다. 다만 언론을 통해 대체적으로 보면 올해 겨울까지는 국제 지원물량이 비축돼 있어 문제가 없고 내년 춘궁기에 가서 식량부족 사태가 현실화하리라고 한다. 이런 상태에서 100만t을 무조건 지원해달라고 북한이 요청하니까 우리 정부가 대충 95년 지원물량의 절반 수준에서 1억달러어치를 보내겠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객관적이고 실질적인 자료를 갖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남한 경제의 능력범위를 고려했나

김=당연히 기초적인 작황 등 자료가 파악되어 있다. 유엔기구, 특히 세계식량계획(WFP)은 몇년째 북한에 조사요원을 상주시키며 작황 등을 체크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방침도 유엔기구의 자료에 바탕을 두고 있다. 거기에 따르면 북한은 내년에 600만t이 필요한데 올해 작황은 420만t으로 추정된다. 180만t이 부족한데 배급할 때 대개 20%쯤 감량해서 배급하기 때문에 대략 100여만t 정도 부족한 것으로 안다. 이런 자료가 언론에 다 보도됐다.

원=그렇게 돼 있다면 다행이다. 언론보도를 통해 많게는 100만t 적게는 80만t의 식량이 부족하다는 것은 우리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검토해 결정한다고 결론만 이야기할 게 아니라, 전반적으로 국민들에게 알권리 차원에서 공유되어야 한다. 특히 국회 차원에서 자료를 갖고 논의해야지 정부 차원에서 알아서 하고 있다고 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

김=내가 통일외교통상위원인데 위원들에게 정부가 충분히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어제도 통일부 당국자들이 민주당, 한나라당, 자민련을 다 찾아가 설명했다. 한나라당 당직자들이 의원들에게 정부의 설명을 널리 알리는 작업이 부족했던 것 아닌가. 그리고 한국에서 북한에 전달하면 주민에게까지 내려가는 데 빨라야 두달이 걸린다. 게다가 북한은 운송시설이 취약해 빨리 해도 12월 말이나 내년 1월 말에 주민들에게 배급될 상황이다. 따라서 매우 시급하다. 상반기의 비료 제공도 시기를 놓쳐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 정부는 그런 측면을 고려해 시급하게 10월에 보내려는 것이다.

원=개별적으로 어떤 설명을 했는지는 몰라도 이런 문제는 몇몇 사람에게 정보를 주고 양해를 구할 문제가 아니라 전 국민 차원에서 논의할 문제다. 좀더 폭넓은 정보공개와 논의과정을 거쳐 공통적으로 도출될 수 있는 합의점 위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북한이 겨울부터 기아가 예상된다고 전제하더라도 몇 가지 따져볼 점이 있다. 첫째, 남한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지원해야 하며 둘째는 식량 지원이 남북간에 상호이익이 되는 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 현재 남한은 식량 자급률이 30%밖에 안 된다. 남북협력기금도 가용자원이 1700억원 정도밖에 안 된다. 외환사정도 안 좋은 상태다.

사회=새로운 논점이 나왔다. 남한의 능력범위에서 지원해야 하며 남한의 식량사정과 외환사정도 썩 좋은 편이 못 된다는 것이다.

김=남북협력기금 자체가 국회에서 총액 기준으로 국회 동의를 받은 것이다. 한국경제 능력 범위를 말하는데, 일부는 내가 확보한 수치와 다르다. 우선 쌀자급률은 우리나라가 현재 102.7%이다. 쌀 생산이 크게 늘진 않지만 소비량이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외환보유고는 현재 917억달러 정도다. 그렇게 비관적인 상태는 아니다. 남북협력기금도 3600억원 정도 가용할 수 있다. 주먹구구식으로 50만t을 정한 게 아니다. 과거 예를 보면 미국이 40만∼50만t씩 지원했고 일본은 올해 50만t을 지원했다. 그래서 우리 정부가 50만t을 지원하면 나머지 130만∼140만t 정도는 미국이나 일본, 유엔기구 등이 지원할 수 있다는 예상 속에서 하는 것이다.

원=쌀은 우리가 겨우겨우 자급하고 있다. 거기에는 큰 이의가 없다. 다만 자료들을 좀더 명확히 공유해서, 인도적으로 돕자는 데 반대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도록 노력하지 않고 시급하다는 이유로 지금과 같은 의사결정 방식을 고집할 경우 문제가 생길 것이다. 이를테면 식량이 굶주린 북한동포에게 제대로 갈 것인지, 미사일을 팔아서 외화를 벌어들이는 북한에 대해 외화를 줘야 하느냐는 등의 극단적인 문제제기들도 있다. 이런 의견이 다 옳다는 건 아니지만 충분한 설득과정을 거쳐 견해차를 좁히려는 노력은 더 필요하다.

사회=정부가 추진중인 차관의 규모가 우리 경제의 부담능력에 합당한지 아닌지에 대한 한나라당의 판단은 무엇이며 원 의원은 어떻게 생각하나. 총재나 대변인은 대체로 부정적 입장을 밝혀왔다.

50만t의 적절성에 대해


(사진/한나라당 원희룡의원)


원=우리 당이 초기에 대변인 성명으로 “차관 형식은 상환 가능성이나 분배의 투명성에서 문제가 있다. 그러니 인도적 차원에서 그냥 주자. 양은 5만t 정도가 적절하다”고 했다. 정부에서 당초 70만t가량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그것은 인도적 차원의 기아 해소 목적을 넘는 것 아니냐, 혹시 북한이 미국 대선을 의식해 식량 확보를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등의 인식이 깔린 것이었다. 그래서 5만t 이야기가 나온 것인데 어쨌든 한나라당도 거기에 고정적으로 집착한 것은 아니었다. 내 사견을 말한다면, 20만t 정도라면 인도적 차원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싶고 조금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본다. 다만 인도적 차원이라면서 많을수록 좋다라는 차원이 아니라 북한의 작황이나 그동안의 지원실적, 추이 등을 감안해 양이 나와야 하고 그런 가운데 능력 범위에서 최대한 도와주자는 게 내 입장이다.

김=미국과 일본의 여론은 남쪽의 여론보다 훨씬 강하다. 남한만 해도 같은 민족이니 돕자는 거지만 미국과 일본은 그럴 이유가 하등 없다. 미국과 일본은 엄격한 국제기구 판단에 의거해 최소한을 지원하는 거다. 원 의원이 지적하는, 미국과 일본이 지원하는 것을 보고 우리가 양을 정하지 왜 무조건 우리 정부가 나서냐고 하는데 그건 잘못이다. 미국과 일본은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미국과 일본은 북한 주민이 수없이 죽어나갈 때만 나선다. 남쪽이 먼저 지원하고 부족분을 미국과 일본이 최소한 수준에서 채워나가는 것이다.

원=북한의 식량난은 민족적 문제일 뿐 아니라 국제적인 문제가 돼 있다. 그러니 우리가 최대한 도와주되 정확한 양을 산출해서 하자는 것이지 다른 나라 하는 것을 보고 하자고는 할 수 없다. 오해없기 바란다.

국회동의 문제와 ‘차관 형식’의 의미

사회=원 의원이 제기한 많은 문제들이 국회에서 논의하면 걸러질 것 같기도 한데, 국회 동의를 받아선 안 될 이유가 있나.

김=국회 동의가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나는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남북협력기금도 포괄적 형태이긴 하지만 국회 동의를 받은 것이다. 이를 무시하고 사안마다 동의를 받자는 것은 남북협력기금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포괄적인 승인을 받았다 하더라도 일정 규모 이상의 지원, 시급성이 덜한 사안에 대해서는 국회 동의를 받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번 건은 법의 미비 때문에 국회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게 돼 있다. 남북협력기금은 김대중 정부가 만든 게 아니고 신한국당 정권에서부터 있던 것인데, 지금 와서 왜 국회 동의를 안 받느냐고 하면 되겠나.

원=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 이유는 이렇다. 첫째, 차관 형식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대규모이며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차관 형식이 발전적일 수도 있다. 그러나 헌법에 따르면 모든 대외 차관은 국회 동의를 받게 돼 있다. 두 번째로 중요한 것은 남북관계를 지금까지 통치행위적 방식으로 풀면 제도화, 안정화는 낮은 단계에 머물게 된다. 통일까지 함께 갈 지속적인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정권이 바뀌어도 안정될 관계를 위해 제도적인 틀로 형성될 필요가 있다. 그 핵심고리가 국회동의다. 마지막으로는 투명성이다. 우리 당 당직자 몇명에게 알리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국회라는 장에서 담당자가 나와 답변하고 견해가 다르면 논쟁도 하여 합의가 도출돼야 한다. 정부여당이 일방적으로 하다 문제가 생기면 남북관계가 후퇴할 수도 있지만 국회 합의가 되면 우발적인 상황에서 야당도 함께 책임진다. 국민도 지지한다. 남북관계가 더 발전하기 위해 국회동의가 필요한데 왜 회피하나.

김=차관 문제는 헌법 위반이 아니다. 북한은 외국과 다르다. 남북기본합의서에도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의 특수관계로 규정돼 있다. 남북간 거래도 민족내부의 거래라는 측면이 있다. 국회 동의를 받다보면 늦어지니까 이번 경우는 과거 신한국당 정권이 하던 관례대로 정당들에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방식으로 하는 게 불가피하다. 한나라당도 이번에는 동의해주고 앞으로 액수가 크거나 급박하지 않은 사안은 남북협력기금법을 개정하자고 하면 훨씬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자료에 근거해 반대하라?



원=국회 동의안이 넘어오면 범위와 물량 등을 충분히 따지겠지만 총론적 차원에선 어렵지 않게 합의될 수 있다. 국회 동의에 시간이 걸린다는데 시급성은 북한이 주장한 것이고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전문가들은 북한 식량상태가 기아상태까지 가는 것은 내년 춘궁기이며 올해 겨울까지는 버틸 만하다고 본다. 야당도 이 사안을 몇달씩 논의하자는 것은 아니다. 국회에서 아무리 길어도 1주일이면 충분하다. 만약 야당이 다른 이유로 끝까지 반대한다면 국민여론을 물어 여당이 책임지고 처리하면 된다. 야당이 대승적으로 통 크게 협력하라고 민주당이 주문하는데 그런 기회를 국회 동의절차를 통해 우리에게 달라. 그러면 내가 앞장서서 그렇게 만들겠다.

김=북한에 상주하는 세계기구 요원들이 올 겨울부터 식량난에 허덕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원 의원이 인용하는 일부 전문가들은 주장의 근거가 될 자료를 내지 않고 있다. 그런 이들 중 일부는 식량차관을 국군포로, 납북자와 연계시켜야 한다는 냉전수구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원 의원 지적처럼 그런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자료에 의거해 식량난이 시급하다고 하면 나도 승복할 텐데 전혀 자료를 내지 않으면서 다른 자료는 무조건 못 믿겠다고 한다.

사회=만약 국회 동의 절차를 밟는다면 현실적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부결될까.

김=김영삼 정권 당시 2억달러 넘는 쌀을 지원할 때도 국회 동의없이 그냥 보냈다.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었다. 어쨌든 그런 사례가 없고 시급성이 밝혀진 상태이기 때문에 이번만은 동의없이 보내는 것을 양해하자. 그리고 앞으로의 문제는 법을 보완하면 된다.

원=거꾸로 차관 형식의 대규모 지원 전례도 없다. 앞으로 모델을 만들어나갈 문제다. 신한국당 정권 당시 동의를 안 거친 것은 실책이라고 생각한다. 차관 형식으로 대규모 지원하는데 지금 수준의 정보공개로 되겠는가. 필요하면 북한에 조사단을 보낼 수도 있다. 차관을 보내면서 사용실태를 조사하지 않는 나라가 없지 않나. 자료를 공개할 책임은 민간전문가에게 있는 게 아니라 정부에 있다. 정부가 자료를 공개하지 않으면서 왜 민간전문가에게 자료를 안 내냐고 하는 건 앞뒤가 바뀐 이야기다.

생중계 지원 (주)C3TV디지털미디어(www.c3tv.co.kr)

사회·정리 박창식 기자cspcsp@hani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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