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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시vs비비 ] 2000년09월27일 제327호 

[시시비비] 주체인가, 보호의 대상인가

“표현의 자유 억압이다” “최소한의 규제장치다”… 청소년보호법의 갈 길을 찾아라


(사진/문화개혁시민연대 고길섶 편집장)


고길섶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저는 기본적으로 청소년보호법(청보법)은 폐지돼야 한다는 생각합니다. 청소년 문제가 많다고 하지만 청보법이란 이런 장치로는 해결가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청보법이 폐지돼야 청소년이 해방됩니다. 그런 만큼 청소년보호위원회도 마찬가지로 폐지돼야 합니다. 청보법은 한마디로 악법입니다.

권장희 문화개혁시민연대가 지난해 출범 뒤, 줄곧 청보법 폐지를 거론해왔는데, 사실 문화연대의 주장은 많이 들었고 잘알고 있지만 공감이 안 갑니다. 하지만 그래도 오늘 이 자리에서 청보법과 관련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 사실관계 등이나마 제대로 확인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청보법이 청소년 문제를 해결할 순 없는데…

고길섶 공감이 안 된다고 얘기했는데, 기본적으로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죠.

권장희 그렇지만 팩트, 사실이 중요합니다. 이를 분명히 하면서 토론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고길섶 사실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죠, 즉 사실도 누가 어떻게 재구성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요.

권장희 청보법에 대한 오해부터 말할까요. 청보법이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는 법인가? 전혀 아니란 겁니다. 우리도 잘 알고 있습니다. 청소년들의 생활상 많은 문제가 천가지 만가지 있는데 (청보법이) 어찌 이를 모두 해결해줄 수 있겠습니까? 우리 사회가 점차 문화산업 중심으로 바뀌어가면서 매체의 힘이 커지면서 아이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고, 특히 향락산업과 문화가 10대를 마케팅 대상으로 삼아 결과적으로 그들을 피해자로 만들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청보법은 이렇듯 청소년에게 해를 주는 유해환경을 어떻게 막아서 청소년들이 이런 문제로부터 덜 영향을 받도록 하느냐는 고민에서 나온 거죠.

고길섶 청보법이 청소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말만은 정확한 지적입니다. 맞습니다. 청보법을 제정할 당시 길거리에 넘치는 만화를 특정 타깃으로 했다는 얘기가 있어요. 실제 청보법은 결과적으로 만화시장에 엄청나게 타격을 줬고, 만화창작자들을 굉장히 위축시켰습니다.

권장희 청보법은 사실은 굉장히 소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요. 예컨대 청소년보호위와 문화관광부 산하 청소년국이 있는데, 청소년국에서는 연간 1천억원의 예산을 사용합니다. 청소년보호위에서는 고작 40억원을 씁니다. 이런 상태에서 청보법과 청소년보호위가 청소년 보호를 위한 거라고 할 수 있습니까? 청보법은 청보법상 법제정 목적으로 나와 있는 대로 유해한 매체, 약물 등을 청소년에게 팔지 말라고 하는 정도 일뿐이죠.

고길섶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장치로 청보법의 역할이 있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감시와 처벌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냐란 지적도 적잖습니다.

권장희 그렇다면 청보법이 왜 만들어졌나, 이것부터 다시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제정 당시 청소년 관련법은 10여 가지 있었어요. 연령기준, 처벌규정이 모두 다 달랐어요. 통일할 필요가 있었죠. 두 번째는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걸 판매해 수익을 내는 업자에게 형법의 처벌규정은 되레 약했어요. 3년 재판에 고작 벌금형 50만원 나와요. 청보법은 과징금을 그때 그때 매겨 아이들에게 팔아봤자 나만 손해다라는 생각을 줄 수 있죠. 세 번째 유해매체와 관련해 당시 형법과 미성년자보호법으로 커버할 수도 있었어요. 그러나 한계가 있었죠. 특히 미성년자보호법은 만화의 경우 “경찰이 이건 불량이야” 하면 그 걸로 끝이었죠. 그야말로 자의적인 판단이었죠. 특히 이런 ‘불량’(만화)에 대한 판단을 자의가 아닌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끌어 낸다는 건 매우 중요하죠. 즉 경찰이 아니라 영상물등급위원회란 심의기구에서 비교적 양심적인 사람들이 모여 유·무해를 결정하면 되죠. 또 하나. 형법에는 음란이란 말밖에 없었어요. 따라서 아이들과 어른에게 이 음란이란 기준이 구분이 안됐어요. 그래서 구분하자고 만들었죠. 청보법을 만들어 아이들은 못봐도 어른들은 볼 수 있게 하고, 처벌규정도 벌금형, 과징금, 과태료로 나눠 업자들에게 규제하자는 거였죠.

심의 기준은 적절한가


(사진/음란폭력성조장매체대책협의회 권장희 총무)


고길섶 그렇지만 이런 청소년보호법이 되레 자의적 판단을 많이 해왔지 않아요. 청소년 유해매체물의 심의기준을 보세요.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음란, 성행위, 수간, 동성애 등에다 현저한 등의 문구가 나오는데… 현저한이란 말은 문제가 많아요. 도대체 음란성의 현저함을 누가,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거죠. 예를 들어 소시지만 보더라도 음란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렇다고 소시지를 다 버릴 수 없는 거 아닙니까. 동성애란 문구도 그렇죠.

권장희 동성애. 이 말이 성애를 조장하게 될 때 문제를 삼게 된다는 것입니다. 매체가 이런 동성애를 조장한다면 심의를 할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청소년보호위가 직접하는 게 아닙니다. 영화의 경우는 영상물등급위가 하는 거죠. 간행물은 간행물윤리위가 하는 식으로….

고길섶 청보법에 따르면 청소년 유해매체 심의기구에 대한 심의는 일반적인 통념에 따른다는 말이 있는데. 이것도 애매모호합니다. 일반적인 정서라는 게 대개 보수적인 정서 아닙니까.

권장희 하지만 조항이 모든 걸 결정하는 게 아닙니다. 누가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보호위가 직접 심의하는 게 아닙니다. 해당 심의기구가 합니다.

고길섶 청소년보호법을 페지해야 하는 이유를 더 구체적으로 얘기해 볼까요. 8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청보법 제정 배경이 정치적 결정에 의해 이뤄진 점입니다. 입법 논란 당시 국무총리실에서 밑그림을 그렸던 유해한 생활환경을 포괄적으로 다루는 법의 법안 설정에 주목해야 합니다. 청보법은 이런 포괄성으로 신보수주의 문화전쟁의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둘째는 청소년 보호의 논리가 잘못됐다는 것입니다. 청소년은 보호대상이 아니라 사회적 주체입니다. 그러나 청보법은 이들을 사회적으로 격리시키려 해왔습니다. 표현의 자유 및 문화의 자유가 탄압 침해되고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이러니 제2의 국가보안법이란 말이 나오죠.

권장희 국가보안법에 비유했는데, 국가보안법은 명백히 표현의 자유를 침해합니다. 청보법은 매체 유해 여부 등을 자의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적절한 심의기구에서 결정하고 유통과정에서 (유해물들이) 청소년들에게 판매되지 않도록 합니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과 청보법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고길섶 청소년들의 사회적 환경에 대한 깊은 고민없이 무조건 단속하고 처벌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인천호프집화재 사건이 터졌을 때, 청소년 보호의무를 저버린 업자가 문제라고 했습니다. 전 그건 억지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들이 맘껏 놀 수 있는 공간환경에 대한 고민없이 무조건 단속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습니까. 청보법은 청소년 인권, 문화권, 사회권도 유린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개봉된 국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경우, 남한군과 북한군이 우정을 나누는 모습이 나옵니다. 그런데 영상물등급위에서는 이 장면이 청소년들에게 사상적 혼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관람불가 가이드라인을 19살 이하로 하려고 했다가 15살까지 조정했다는 후문이 있는데 우습지 않습니까. 또 청보법은 일상문화에서 성인의 세계와 미성년의 세계를 인위적으로 나눠 새로운 적대전선을 만들고 있습니다. 교사-학생, 부모-아이라든가. 문화를 성인중심주의로 배치하고 있다는 지적도 가능합니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의 유해마크 표시와 비디오, 책, 만화 따위의 성인용과 청소년용의 구별이 그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청보법이나 청소년보호위가 새로운 권력의 모습을 띠고 있다는 겁니다.

청소년, 너무 어려운 화두

권장희 얘길 듣다보니 청소년 이야기를 하지만 진짜 청소년에 대해 잘 모른다는 지적을 하고 싶습니다. 청소년에게 정작 시급한 것은 논리가 아니라 청소년들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겁니다. 한편에서는 보호, 한편에서는 육성을 함께 해야 합니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청소년보호는 가정복지과, 청소년 육성은 사회체육과에서 합니다. 중앙 부처도 관련업무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습니다. 이런 걸 통합 운영해 비용을 절감하고 조직을 활성화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청소년의 인권과 문화권을 억압한다고 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청보법이 교사-학생, 부모와 학생 등으로 적대적으로 구분 짓는다고 했는데 교사와 학생은 구분돼야 하지 않나요. 도대체 부모가 아이를 낳아서 어떻게 해줘야 합니까. 니가 태어나서 니 알아서 해라는 겁니까?

고길섶 청소년을 보호자와 보호받는 자로 구분한다는 게 문제란 얘기입니다. 청소년 자체를 미성숙하다고 보는 논리도 낡은 방식이란 거죠.

권장희; 한강물을 아이들이 마신다고 합시다. 그런데 이 한강물이 오염돼고 있는데 당장은 아이들이 먹는 걸 막아야죠. 청보법이 바로 이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오염된 물에 새로운 물을 공급하는 건 청소년 기본법과 아동복지법 등이 있습니다. 거듭 생각건대 법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고길섶 저도 거듭 바라건대 청소년은 한마디로 보호대상이 아니라 자기욕망이나 사회적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해방시켜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청보법은 반드시 폐지돼야 하며 아직은 구체화하지 못했지만 청소년진흥법으로 새롭게 탈바꿈될 필요가 있습니다.

정리/이창곤 기자g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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