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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사회 > 환경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4년06월03일 제5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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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교부는 터널 뚫는 게 취미인가

계룡산 관통도로 밀어붙이기식 공사 강행… 주먹구구식 환경영향평가에 교통량 조사도 틀려

김정수 기자/ 한겨레 사회부 jsk21@hani.co.kr

국립공원은 우리 국토에서도 생물종 다양성 유지를 위한 핵심지역으로서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국가유산으로 특별히 관리되고 있는 지역이다. 이런 국립공원 가운데서도 특히 생물종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진 계룡산 자락이 건설교통부의 밀어붙이기식 도로공사에 의해 돌이킬 수 없는 훼손을 강요받고 있다.


△ 계룡산 국립공원 외곽인 관암산 자락에서 국립공원쪽으로 뚫리고 있는 2차선 쌍굴 가운데 상행선 터널의 입구.(사진/ 한겨레 강창광 기자)

50여m 앞까지 파헤쳐놓고 ‘협박’

계룡산 국립공원을 통과하는 충남 논산 두마면~공주 반포면간 2차로 1호선 국도의 4차로 확장을 추진해온 건교부가 이제 국립공원 턱밑까지 중장비를 들이대놓고 국립공원위원회에 공원을 지나가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건교부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이 1996년부터 추진 중인 이 사업은 기존 도로를 그대로 두고 그 대신 기존 도로 1~1.5km 동쪽에 총연장 3.36km의 터널 2개를 뚫어 새로운 길을 내겠다는 것이다. 계획된 공사구간 10.06km 가운데 40%인 3.96km가 국립공원 구간이다.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이 도로의 국립공원 통과 안건이 국립공원위원회에 미처 상정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공원 외곽에서 계룡산쪽으로 터널을 파들어가 현재 공원 경계선 50여m 앞까지 진입한 상태다. 산 절반이 계룡산 국립공원에 걸쳐 있는 관암산에는 이렇게 해서 이미 600여m 길이의 상하행선 터널이 뚫렸다. 건교부가 이처럼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터널공사까지 벌인 점은 무리한 사업추진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만약 국립공원위원회에서 공원 통과를 불허해, 공사가 이뤄진 부분을 원상복구해야 할 경우 터널 구간은 완벽하게 복구하기가 극히 어렵기 때문이다.

환경운동단체들이 건교부의 터널공사를 국립공원위원회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것은 그런 이유다. 이미 들어간 수백억원의 예산이 헛돈이 되는 것은 둘째치고라도 이미 터널까지 일부 뚫린 마당에 국립공원위원들이 설사 사업에 문제점이 있다고 인식하더라도 원점으로 되돌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계산이 있었다는 것이다. 윤주옥 국립공원위원회 위원(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국장)은 “만약 국립공원위원회가 국립공원 통과를 불허하면 지금까지 들어간 수백억원의 공사비가 헛돈이 되고, 훼손될 필요가 없는 자연이 훼손된 꼴이 된다는 점에서 보면 건교부의 무리한 터널공사는 국민의 혈세와 자연환경을 걸고 도박을 한 것과 같다”고 비난했다. 건교부는 지난 2002년 1월 계룡산 국립공원 구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협의가 완료됐는데도 1년여가 지나서야 국립공원위원회에 이 안건을 제출해,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 터널 문제로 촉발된 국립공원 관통도로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식기를 기다리면서 터널공사를 할 시간을 벌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립공원위원회에 운명 걸려

계룡산 관통도로를 둘러싼 지금의 논란은 지난 1996년 국립공원 한가운데를 지나가는 2차로 지방도를 국가 기간도로인 국도로 승격시킨 데서 시발했다. 건교부가 당시 641번 지방도를 국도로 승격시킨 지 두달 만에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 확장을 위한 설계비 예산을 내려보냈다. 이는 이 구간의 국도 승격이 4차로 확장을 전제로 이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국립공원을 지나가는 2차로를 노선으로 잡은 것부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는 것이다.


잘못 끼워진 첫 단추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무리수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대표적인 것이 2001년 9월 환경부에 제출한 국립공원 구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서에 교통량이 많은 엉뚱한 지점의 5년 전 교통량을 기재한 것이다. 이 사실이 밝혀지자 건교부는 “설계 당시 교통량 조사지점이 없어 동일 노선의 가장 가까운 지점 교통량을 인용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건교부가 인용했다는 ‘가장 가까운 지점’이란 기존 구간에서 10여km가 떨어져 있고, 논산에서 대전으로 이어지는 4호선 국도와 겹쳐 통행량이 많은 곳이어서 공사구간의 교통량을 반영한다고 보기 어렵다. 윤주옥 위원은 “교통량 자료가 없으면 새로 측정해서 기재하든지, 측정을 하지 못할 사정이 있으면 기재하지 않는 것이 옳지 자료가 없다고 엉뚱한 구간의 자료를 제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국립공원을 파헤쳐 4차로를 내려는 사업이 이런 식으로 추진됐다면, 이름 없는 산과 강을 거쳐간 다른 도로는 어떠했을지 아찔하다”고 말했다. 해당구간에서는 1998년부터 새로 교통량 측정이 시작돼 2001년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에 정확한 최근 자료를 제시할 수 있었는데도 5년 전 교통량 자료를 그대로 쓴 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최근까지도 건교부 관계자들은 해당 구간의 “교통혼잡이 가중되고 있다”거나 “교통량이 증가 추이”라고 설명해왔으나 이것도 사실과 맞지 않다. 건교부가 펴내는 도로교통량통계연보를 보면 해당 구간의 교통량은 1998년부터 증가하다가 2000년부터 둔화되기 시작해 2001년부터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어떤 구간의 교통량과 교통량 변화 추이는 도로 확장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기본자료다. 이런 점에서 건교부의 교통량과 교통량 추이에 대한 석연치 않는 설명은 계룡산 관통도로 사업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적 부풀리기가 아닌가 하는 의혹이 일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를 담당한 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은 기존 노선의 확장, 국립공원 우회노선 신설, 국립공원 전 구간의 터널화 등을 지시하며 국립공원 훼손을 막아보려는 듯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부실하게 작성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통과시켜 건교부의 무리한 사업추진에 손을 들어줬다.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협의는 공사구간 아래쪽에 있는 동월계곡과 가리울골계곡에 대한 조사와, 터널공사에 따른 지하수 영향평가 등 계룡산 관통도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알맹이 두 가지가 극히 부실하게 검토되고 넘어갔다.


△ 국도 1호선 공사로 신음하는 계룡산 현장. 환경단체들도 아직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사진/ 한겨레 강창광 기자)

이제 계룡산의 운명은 국립공원위원회 위원들의 손에 달려 있다. 지난 5월3일 계룡산 관통도로 문제를 처음 심의한 위원들은 일단 6월 중 현장을 직접 살펴보기로 하고 심의를 보류한 상태다. 하지만 현장 방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국립공원위원회 위원 20명 가운데 위원장인 환경부 차관을 제외하고도 관계부처 국장급 공무원이 10명이나 되는 위원회가 이 사업을 불허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계룡산 관통도로가 북한산 관통도로만큼 여론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은 국립공원위원들의 고민을 덜어줄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외곽순환도로 사패산 터널 저지싸움에 나섰던 대부분의 환경단체들은 아직 사패산 싸움의 ‘패배의 추억’을 완전히 떨치지 못한 듯 계룡산 관통도로에 관심을 기울이는 단체는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정도다. 북한산과 달리 계룡산 관통도로 계획구간 주변에는 작은 암자 하나 없어 사패산 터널공사에 반대할 때만큼의 불교계의 동참도 기대하기 어렵다.

굳이 확장해야 한다면 다른 대안도…

환경부는 국립공원 구간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이미 환경영향평가협의를 해준 사업을 중단할 정도의 사안이라고까지는 보지 않는다. 김상일 환경부 자연보전국장은 “국립공원 구간 대부분을 터널과 교량으로 통과하도록 신설하는 현재 노선이 기존 구간을 확장하는 것이나 공원을 우회하는 도로를 내는 것보다는 친환경적”이라고 말했다.

사실 지금까지 검토된 안만을 놓고 보면 터널을 통한 관통이라는 건교부 계획보다 더 친환경적인 대안을 찾기는 힘들다. 하지만 계룡산만 나온 작은 지도가 아니라 대전과 공주 논산까지 나와 있는 큰 지도를 놓고 보면 얼마든지 대안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환경단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대전환경운동연합 최충식 기획실장은 “기존 구간의 교통량이 줄고 있는 마당에 굳이 국립공원을 훼손해가며 관통도로를 새로 낼 필요가 없다”며 “굳이 국도 1호선이 4차로가 돼야 한다면 계룡산 왼쪽으로 지나가는 691번·697번 지방도를 승격시켜 활용하든가, 논산에서 공주로 가는 23번 국도와 구간을 공유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