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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 ] 2003년01월08일 제442호 

동해선, 비무장지대가 아프다

생태보존 뒷전에 밀린 국도건설 강행… 환경영향평가 건너뛰고 주변 습지·산림 갈아엎어

금강산 육로관광을 위한 동해선 철도·도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국제적 생태보고인 비무장지대(DMZ)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민통선과 비무장지대를 관통하는 7번국도 건설이다. 건설교통부가 환경영향평가를 완료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강행한 사실이 지난해 12월28일 동해선 공동생태조사단의 현지조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건교부, “지뢰제거 공사” 변명


사진/ 통일전망대에서 본 문제의 도로착공 현장. 습지와 함께 산림의 허리를 파헤친 흔적이 띠처럼 이어져 있다.


문제가 되는 도로 착공구간은 동해선 통일전망대에서 비무장지대 통문까지를 연결하는 구간으로, 통일전망대 북서쪽에 넓게 펼쳐진 안호저수지 주변의 너른 습지와 산림지역에 걸쳐 있다. 이미 지뢰제거를 마친 상태로 주변 산림과 습지를 갈아엎었다. 깊이 1m, 너비 10m 이상 토양을 파헤쳐 나무고 풀이고 뿌리까지 다 사라진 상태다. 생태계 파괴현장은 통일전망대에서도 뚜렷하게 보인다. 12월 중순부터 눈이 내려 눈바닥이 스키장처럼 길게 이어져 있다. 비무장지대 생태보고를 허리띠처럼 두 동강낸 경계선이 뚜렷하게 그어져 있다.

조사단이 건교부에게 경위를 밝히라고 요구하자 건교부쪽은 “환경부와 환경영향평가에 관한 협의를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 나온 환경부 담당자는 “협의하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궁색한 건교부 관계자들은 이후 “지뢰제거를 하기 위한 공사”라며 변명을 했다. 하지만 현장은 단순한 지뢰제거가 아닌 큰길을 내기 위한 토지공사임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사실 동해선 사업에서 철도는 복원해야 하지만 도로는 새롭게 낼 필요가 현재로서는 그리 많지 않다.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추진한다면 대안이 충분하다. 기존에 개설한 저진검문소-통일전망대 구간의 7번국도 2차선 콘크리트 도로가 있고, 최근 국방부가 개설한 금강산 임시도로가 있어 이를 적절히 연결하면 당분간 금강산 육로관광객들을 소화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경의선은 몰라도 동해선에서 남과 북의 차량이 자유롭게 교행하는 날은 앞으로 5년 이내에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기존 도로를 사용한 뒤 교통수요가 늘어날 때 충분한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건설하다는 것이 합리적이다. 그럼에도 건교부를 비롯한 정부는 새로운 도로를 고집하고 있다. 이러한 중복·과잉 설치는 비무장지대 환경과 생태계 훼손은 물론이고 예산낭비로까지 이어진다.

도로 건설에서 환경영향평가를 건너뛴 것뿐만 아니라 도로의 출입국관리소도 문제가 되고 있다. 철도 출입국관리소는 민통선을 벗어난 이남지역에 건설될 예정이다. 그러나 도로 출입국관리소는 비무장지대 코앞인 통일전망대 근처에 만들 계획이다. 비무장지대의 생태적 가치는 순수한 비무장지대로서는 존재할 수 없다. 완충지역이자 생태계의 공존공간인 민통선과 어우러질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인체에 비유하면 비무장지대가 ‘뼈‘라고 할 때 민통선은 ‘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마당에 출입국관리소 같은 대형 시설물을 민통선 한가운데 설치하겠다는 계획은 환경과 생태는 뒤로 하겠다는 태도다. 금강산 육로관광에서 출입국관리소는 필요하다. 민통선 밖에 설치해서 운영하면 된다. 정부는 “통관에 관한 업무 특수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민통선은 이미 민간인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군의 관리공간으로 다른 어떤 곳보다 법적 통제가 강력한 곳이다.

공동생태조사단은 들러리였나


사진/ 2002년 12월28일 공동생태조사단 위원들과 정부 관계자들의 현장조사 모습. 이 자리에서 조사단 위원들은 정부에 환경 훼손 방지대책을 강하게 요구했다.


금강산 육로관광길이 열리는 동해선 사업구간은 155마일 비무장지대 가운데도 독특한 생태계와 경관을 간직한 곳이다. 해안선을 따라 사빈(바닷모래지대)-사구-습지-산림이 하나의 전체적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특히 동해선 철도가 지나가는 통일전망대부터 군사분계선까지 남한의 동해안 어디를 살펴봐도 찾아보기 힘든 해당화 군락을 비롯한 사구지대가 펼쳐져 있다. 공동생태조사단에 참여한 가톨릭대 조도순 교수(생태학)는 “동해선이 지나가는 비무장지대는 해안사구와 습지, 산림 등이 어우러진 국내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생태적 가치가 있는 곳이다. 역사적 의미가 있는 도로와 철도사업에서 이런 중요한 공간의 환경과 생태가 뒷전으로 밀리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동해선 사업은 분단으로 인해 끊어진 철도와 도로를 남북이 공동으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저진리-송현리-송현진리 일대의 저진리 민통선검문소에서 남방한계선을 지나 군사분계선까지 약 9.2km의 거리다. 정부는 2002년 9월부터 철도청이 주도하고, 환경부가 지원하는 동해선공동생태조사단을 조직해 비무장지대 동해선지역 일대의 생태계를 조사하고 있다. 동해선사업에서 발생하는 생태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비무장지대 일원을 제대로 보전하면서 공사를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식물과 동물 등 총 10개 분야 생태전문가들이 망라되어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지난 12월28일 철도청과 건교부를 비롯한 정부에 강력 항의했다. 정부가 조사단에서 제출한 의견을 거의 대부분 수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최종보고서가 나오기 전부터 “비무장지대가 생태환경적 가치가 워낙 중요하니까 그냥 공사를 하면 비판받을까봐 요식행위로 조사단을 운영하는 것이냐. 이런 식으로 가면 조사단을 탈퇴하겠다”는 얘기가 조사단 위원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나온 상태다. 건교부와 철도청 등 담당사업기관들은 “정부 방침이라 어쩔 수 없다. 결정된 기간 안에 공사를 해야 한다”며 공동생태조사단이 지적한 환경생태적인 진단과 대안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통일로 가는 길, 이런 식으론 곤란

동해선사업은 통일로 가는 중요한 길목이다. 다만 통일의 길을 내는 민족적 사업에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가 있다. 비무장지대의 생태계를 보전하면서 길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비무장지대의 환경생태적 가치는 김대중 대통령도 여러 번 강조한 사항이다. 2001년 환경부 연두순시 때도 “비무장지대 일원을 국제적인 접경생물권 보호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현실은 국제적인 보호지역 관리기준은 고사하고 국내의 일반적 생태계 보호지역에서 통용되는 제도와 절차마저 무시되는 실정이다.

2000년 가을 착공한 경의선 공사에서도 환경은 뒤로 밀렸다. 당시 경의선 생태조사단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비무장지대를 관통하는 도로구간은 전부 교각으로 통과시킬 것을 주장했다. 정부는 공사기간과 군사적 대비태세를 이유로 이를 무시했다. 하지만 조사결과는 조사단의 제안이 옳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일의 길은 가야 한다. 정부가 내세운 통일정책은 화해와 공존이라는 가치에 입각한 것이다. 성과에 집착해 환경과 생태를 파괴하며 생색내기로 가는 길이 아니지 않은가.

글·사진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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