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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 ] 2002년09월11일 제426호 

“생태산촌을 지키련다”

규석광산에 몸살 앓는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상수원 오염·분진에도 개발 태세


사진/ 광산개발은 자연을 파괴하고 주민의 생계를 위협한다. 주민들이 광산개발 기초공사가 이뤄지는 지역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2천만 수도권 인구의 젖줄인 팔당호 수질오염의 심각성이 거론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호수와 산림이 어우러진 빼어난 경관에 서울에서 가깝다는 지리적 조건이 난개발을 부추긴데다, 강변을 끼고 수없이 들어선 위락시설에서 각종 생활 오·폐수와 쓰레기가 쏟아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와 한강유역환경관리청이 지난해 6월과 올해 6월 2차례 팔당댐 주변 5개 지점의 수질을 조사·비교한 결과 화학적산소요구량이 지난해 3.4㎎/ℓ에서 올해에는 평균 3.8㎎/ℓ로 오염도가 더욱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썩는 팔당호를 보고 있으란 말인가

팔당호 주변에 들어선 카페와 식당 등 접객업소 및 숙박시설은 1990년 2819곳에서 2000년에는 1만여곳으로 10년 만에 무려 3.5배나 급증했다. ‘팔당특별대책지역’ 내 7개 시·군 산림 형질변경 허가 건수만도 2000년 1863건에 이어 2001년에도 1699건이나 된다. ‘한강수계 상수원 수질 개선 및 주민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지난 99년부터 3년 동안 형질 변경된 토지면적은 125만㎡에 이른다. “상수원을 제대로 보전하려면 담수 면적의 11배에 해당하는 주변 지역을 자연 그대로 생태계를 보전해야 한다”는 환경전문가들의 지적이 무색해진다.

그런 팔당호를 지척에 두고 있는 경기 양평군 서종면 일대가 때아닌 광산개발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채광권을 소유하고 있는 (주)대사개발은 이미 지난 94년 북한강의 서종면 수입리 고동산(해발 670m) 인근 272ha의 광업권 및 채광계획 인가를 받은 데 이어, 올 2월 이 지역 중 1만3408㎡에 대해 양평군으로부터 광산개발 부지 조성용 산림 형질변경 허가까지 받아놓았다. 지난 3월 시작된 진입로 공사는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밀려 5개월여 동안 중단된 상태지만, 최근 업체쪽이 법원에 ‘공사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공사 재개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북한강에서 불과 2km 떨어진 ‘수질보전 특별대책 1권역’에 규석광산이 들어설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지난 8월26일 좁다란 길을 따라 찾아간 양평규석광산반대주민대책위(위원장 노원봉) 사무실 앞에는 “맑은 물 사랑 실천, 친환경 농업 -서종면 주민일동”이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이 일대가 수질보전 지역으로 지정된 뒤 상수원 보호를 위해 제초제는 아예 사용하지도 않고, 비료도 유기퇴비만 사용해왔다”고 전했다.

마을 어귀에서 만난 주민 김창겸(수입2리·39)씨는 “농민들은 농사용 창고 하나만 지으려 해도 허가과정이 까다롭고 복잡해 엄두도 못 내는 판인데, 어떻게 산을 깎아 광산을 개발할 수 있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인근 명달리를 ‘생태 산촌마을’로 지정하면서 정부는 약 50억원을 들여 이 일대에서 생태보존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쪽에서는 생태보호를 위해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으면서, 다른 한쪽에선 광산을 개발하기 위해 산림훼손 허가가 난 상황을 주민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분진 피해 불 보듯… 중금속 오염원


사진/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은 팔당호 인근 마을이다. 한 주민이 규석광산이 들어설 자리를 가리키고 있다.


광산이 들어설 경우 주민들은 생계에 타격이 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양평군 서종면 수입 1·2·3리와 노문리·명달리 주민들이 진입로 공사가 시작된 지난 3월22일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리마다 2∼3명씩 현장에 나와 공사를 가로막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민대책위 강성준 부위원장은 “광산에서 나오는 분진 때문에 농가 수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표고·느타리버섯 농사에 직접적인 피해가 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또 좁다란 마을 길을 광석을 실은 트럭이 하루에도 수십 차례씩 질주할 경우, 주민의 안전은 누가 보장할 것이냐”고 말했다.

게다가 광산개발 예정지에서 불과 600여m 떨어진 곳에는 북한강의 지천인 수입천이 흐르고 있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광산이 개발될 경우, 비가 오면 채광으로 인해 노출된 각종 중금속이 수입천으로 흘러들어, 팔당 상수원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광산개발로 인한 수질오염의 심각성은 이미 다양한 사례를 통해 지적된 바 있다. 환경정의시민연대와 주민대책위가 지난 5월 강원 강릉시 옥계 규석광산 주변 하천(지하수)을 분석한 결과 pH3.70인 전형적인 산성 광산폐수로 나타났다. 토양조사 분석도 마찬가지다. 중금속인 카드뮴이 토양오염 우려 기준 1.5mg/kg의 6배가 넘는 9.77mg/kg까지 검출됐다. 환경정의시민연대 김홍철 팀장은 “광산개발에 따른 상수원 오염과 소음, 분진 등 주민피해가 예상됨에도, 광산개발 인·허가 취득 당시 환경영향평가 요청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광산개발이 늦어지면서 업체쪽은 주민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도 불사할 움직임이다. 대사개발 김경남 전무는 “2003년 2월 말까지 광산시설을 갖추고 산업자원부에 채광 생산보고를 하지 않으면 채광권이 취소된다”며 “주민들의 공사방해로 채광권이 취소될 경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정부의 조속한 개입을 촉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민대책위 노원봉 위원장은 “지난 2000년 8월 팔당호 주변에 고층 아파트 건립을 추진하던 LG·우남 등 4개 건설업체가 정부의 보상을 전제로 건설계획을 전면 백지화한 사례가 있다”며 “상수원 보호를 위해 더 늦기 전에 정부가 나서서 광산개발 예정부지를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당시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와 남종면 병산리 일대 3만1193평에 15∼25층 아파트 1594가구를 건설하려던 LG건설 등 4개 업체는 부지 매입비용을 포함한 투입원가를 일괄 보상받는 선에서 건설 사업을 중단한 바 있다.

문제는 채광권을 소유하고 있는 개발업체의 ‘재산권’을 어떻게 보전해주느냐에 달려 있다. 이미 양평군은 광산개발을 위한 토지 형질변경 허가를 내주지 않기 위해 업체와 행정심판까지 벌였으나 99년 11월 패소했다. 지난 90년 상수원 보호를 위해 ‘수질보전 특별대책’이 제정됐으나, 이보다 7년 전인 83년 10월 체광권을 최초 취득한 업체에 이를 소급 적용할 수 없는 탓이다.

정부가 업체 채광권 보전에 나서라

이에 따라 지난 8월16일 환경부와 경기도 등 관련기관은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광산개발 예정용지 매입을 위한 예산을 짜내기 위한 법적 검토작업을 벌였다. 그러나 환경부 관계자는 “아파트 같은 경우 토지를 매입하면 그만이지만, 광업권 소멸로 인한 재산 손실분 보상액을 산출하는 과정이 복잡해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상수원 보호를 위해 마련된 한강수계관리기금을 활용하더라도, 실제 예산 집행을 위해서는 서울시와 경기·강원·충북·인천시 등 5개 지방자치단체와 환경부가 함께 의결해야 하는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현재 세계 80여개국에서 지구상 인구의 40%가량이 만성적인 물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 유엔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는 물 사용 증가 추세와 소비행태가 바뀌지 않으면 2025년에는 세계적으로 약 25억명에 달하는 인구가 물부족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환경을 무시한 개발이 계속되면 우리도 물 부족 사태를 피할 수 없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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