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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 ] 2002년08월14일 제422호 

악취가… 연기가… 끝내줘요!

산업폐기물 소각장으로 고통받는 성해2리 주민들


사진/ 평택시 성해2리 마을에서 바라본 소각장. 주민들은 악취와 매연으로 한여름에도 창문을 열고 지낼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다이옥신의 공포는 가실 줄 모른다. 8월9일 시중에 판매되는 구운 소금과 죽염 제품에서 다이옥신이 기준치 이상 검출됐다는 식약청의 보고가 나온 뒤 소비자들의 문의로 식약청은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다이옥신은 물질의 연소 과정이나 화학물질의 제조 과정에서 배출돼 대기·토양·물·음식물을 통해 사람 몸에 쌓이는 발암물질·환경 호르몬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배출원과 예방책이 속시원하게 밝혀지지 않아 공포는 더욱 크다. 경기도 평택시 안중면 성해2리 주민들은 십수년 동안 다이옥신의 공포 속에서 살아왔다.

평택시와 환경청은 믿을 수 있나

8월8일 마을을 찾았다. 집중호우 뒤끝인데도 대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평택이라는 이름처럼 평평하게 펼쳐진 논 한가운데 굴뚝 두개가 하늘을 찌를 듯이 서 있다. 폐비닐·폐합성수지·폐유 등의 산업폐기물을 주로 처리하는 소각장이다. 88년 소각장이 들어선 이래 민원은 끊이질 않았다. 악취와 매연, 침출수가 문제였다. 평택시와 환경청은 일년에 두 차례씩 진행되는 점검 보고에 이상이 없다고 했지만, 주민들은 노이로제에 걸릴 정도로 공포에 떨었다. 실제 일대의 암환자 발병률도 전국 최고 수준이었다. 주민들은 소각장 일대 대기와 수질, 토양에 대한 조사를 꾸준히 요구했지만, 단 한 차례도 조사된 적이 없었다.

주민대책위 김효중 위원장에 따르면, 검은 연기가 굴뚝에서 나와 평택시에 신고하면 신고받은 공무원이 오는 동안 이상하게 하얀 연기로 바뀌었고, 폐수가 논밭으로 흘러들어온다고 항의하면 담당 공무원이 채집하러 오는 동안 콸콸 쏟아지던 폐수는 어느새 나오지 않았다. 관계기관에 대한 불신 속에서 주민들과 업체가 숨바꼭질을 하는 형국이었다. (주)금호환경이 이 소각장을 인수한 것은 96년. 금호환경쪽은 “벡필터 방식으로 불리는 새로운 공법을 써서 검은 연기가 절대 나오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주민들이 찍은 비디오테이프에는 검은 연기가 뿜어져나오는 장면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소각장 바로 옆 논에서 일을 하고 있던 김배연(61)씨는 “논에서 일하는 중에도 냄새 때문에 견딜 수 없어 집으로 뛰어간 적이 많았다”며 하소연을 쏟아놓았다. 일손이 바빠도 구역질이 나서 새참조차 먹을 수 없었다고 한다. 옆 논에서 약을 치고 있던 김철준(35)씨는 출퇴근 농민이다. 소각장 정문 바로 옆에 집이 있지만, 4년 전 면소재지에 아파트를 구해 서둘러 이사를 갔다. 당시 3살, 1살이던 두 딸이 감기에 걸리면 낫지 않고 기침을 조금만 해도 폐렴과 천식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그는 딸들이 앓은 이유가 소각장에서 나오는 매연 때문이라고 여긴다.

지난해 봄 야적장에서 원인 모를 불이 나면서 주민과 업체 사이에 맞고소 사태를 빚은 뒤, 금호환경쪽은 지정쓰레기인 산업쓰레기 처리를 미루고 일반쓰레기만 처리하고 있다. 여론이 가라앉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당장 소각장 가동을 중지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다이옥신 노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충격적인 혈중 다이옥신 농도


사진/ 논일을 하던 김배연(맨 오른쪽)씨는 "걱정만 하고 살 수는 없으니, 시랑 정부랑 나서서 땅하고 물하고 공기를 검사 좀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8월1일 소각장 인근 주민들의 혈중 다이옥신 농도가 공개되 충격을 주었다. 반경 3km에 거주하는 주민 10명의 혈중 다이옥신 평균농도는 53.42ppt I-TEQ lipid(1조분의 1g·이하 ppt). 고엽제 오염지역으로 알려진 베트남 동나이와 호치민 주민, 다이옥신에 고농도로 노출된 독일의 굴뚝 청소부들, 다이옥신 오염으로 폐쇄된 일본 오사카의 소각로 노동자들, 스웨덴 폴리염화비닐(PVC) 공장 노동자들보다도 높은 수치다. 조사 대상 주민들은 지하수(약수)를 마시고 쌀 등 식품의 상당수는 현지에서 직접 재배하거나 인근에서 구입해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연구를 한 환경운동연합 부설 시민환경연구소 장재연 소장(아주대 의대 예방의학 교실)은 보고서에서 “주민 10명 중 위암 환자 2명과 유방암 환자 1명의 혈중 다이옥신 수치가 높게 나와 다이옥신 노출과 암 발병과의 연관성이 우려된다. 일반 주민 2명의 혈중 다이옥신 농도가 평균보다 높은 것은 다이옥신 노출이 예상보다 광범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 원인은 소각로로부터 배출된 다이옥신의 영향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번 연구결과를 애써 폄하하는 눈치다. 표본 수가 작고 수치 범위가 넓다는 이유로 조사결과의 신뢰성과 과학성에 의문부호를 찍었고, 지난해 실시된 미국 루이지애나 소각장 근처 주민들의 평균 혈중 다이옥신 농도 측정결과보다 수치가 낮아 의미 있는 연구결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곧바로 ‘눈가리고 아웅’식이라는 지탄을 받았다. 시화호 주민들의 건강조사도 10명을 표본으로 했고, 환경 건강조사는 통상 최저치와 최고치의 차이가 많은 정규분포 모양을 그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 루이지애나 조사 지역은 대형 화학공장과 소각장이 있는 다이옥신 노출 피해 지역으로, 환경보호청(EPA)과 루이지애나 당국이 추가 정밀조사에 들어간 상황이다.

그동안 사람들이 느끼는 다이옥신 공포에 비해 환경부의 태도는 느긋했다. 얼마 전 환경부가 내놓은 전국 주요 산업지역의 유해화학물질 배출량 발표에도 다이옥신에 대한 보고는 없다. 전국이 다이옥신 안전지대이기 때문인지, 오염량을 측정할 수 없어서 그런 것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정부 쓰레기 소각정책 재검토 필요

현재 전국에는 8천여개의 크고 작은 민간 폐기물 소각장이 있다. 정부에서 지정한 유해 산업폐기물도 민간업체가 맡고 있다. 그러나 형식적인 배출검사와 기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환경부는 시간당 처리량 2t을 기준으로 규모가 큰 곳은 1년에 두 차례, 규모가 작은 곳은 1년에 한 차례 오염원 배출검사를 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업체가 스스로 분석기관에 의뢰해 배출검사를 하는 형식이라 합리적이고 공정한 검사와는 거리가 있다. 또한 환경부가 소각장 다이옥신 배출 기준치를 정한 것은 97년. 그 이전에 설치된 소각장의 경우 현재 권고치는 유럽 폐기물 소각장 규제치에 비해 400배나 완화된 기준이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환경부 생활폐기물과쪽은 “앞으로 환경부가 대기·토양·수질 등의 조사를 맡고, 평택시는 주민 건강역학조사를 하고, 경기도는 식품·식수에 대해서 체계적으로 조사하기로 했다”는 ‘일상업무’의 방침만 반복했을 뿐 구체적인 사후대책과 일정은 내놓지 않은 상태다. 또한 다이옥신 피해가 폐기물 소각장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쓰레기 소각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시민환경연구소 유의선 박사(환경공학)는 “국민 건강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환경부가 배출매체(소각장 등) 관리에만 소극적으로 머물러 있다”고 지적하며 “미국 환경보호청의 환경정책 목표에 다이옥신 등 환경 호르몬 관리가 최우선으로 꼽히는 것처럼 이제는 수용자(주민) 위주의 관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기적이고 체계적인 소각장 주변 주민의 건강조사·환경조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글 김소희 기자 sohee@hani.co.kr
사진 김종수 기자jong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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