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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 ] 2002년05월02일 제407호 

황사 스톱, 밥상을 바꾸라!

중국 북서부 사막화는 육류소비의 산물… 먼지폭풍의 재앙을 어떻게 극복할 건가


사진/ 황사는 생태계 파괴로 인한 사막화에서 비롯된다. 행인이 비닐 봉투로 얼굴을 가리고 베이징 거리를 걷고 있다. (AP연합)


2002년 봄, 숨쉬기가 두렵다. 황색 먼지폭풍에 가린 태양은 대낮에 달무리를 보는 듯하고, 갓 피어난 꽃잎과 연초록 어린 잎사귀가 황사가루를 가득 지고 있는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사람들도 아우성이다. 농촌은 구제역 비상에, 산업계는 반도체를 필두로 황사로 입은 경제 손실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황사의 원인은 중국 북부 타클라마칸사막과 몽골고원의 고비사막, 황허 상류의 알리산사막, 몽골과 중국 경계에 걸친 넓은 건조지대에서 강우량이 급격히 줄고 지구온난화로 기온까지 상승해 사막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이라고 알려져 있다. 심각해지는 사막화 현상은 중국에서만 2분마다 축구장 면적을 사막으로 바꾸어 놓고 있다. 류 쑨하오 베이징농업대학 교수는 “사막화가 이대로 계속된다면 정확히 200년 뒤에는 중국에서 경작해서 식량을 얻을 수 있는 땅이 하나도 안 남는다”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에는 황사의 강도와 빈도가 높아진 데다 중국 산업화로 중금속과 발암물질이 함께 한반도로 날아오는 바람에 심각한 환경재난으로 인식되고 있다.

녹색붕대로 드넓은 사막을 감는다?

다행히 중국은 ‘황사’의 경고를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황사 때문에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이들이 바로 중국 인민들이기 때문이다. 간쑤성 진창에서 황사가 심한 날은 대낮에도 자기가 내민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라고 한다. 텐안먼에서 불과 72km 떨어진 곳까지 밀어닥친 사막화를 막기 위해 중국 정부는 사막화에 대한 ‘전쟁’을 선포하고 2008년 올림픽 이전까지 베이징 절반을 숲으로 뒤덮을 계획을 세웠다. ‘녹색만리장성을 쌓자’라는 기치 아래 추진되고 있는 ‘황사억제 10개년 계획’, ‘사막화 방지법’, 그리고 한·중·일이 공동으로 진행할 ‘중국서부생태복원 50개년 사업’의 핵심은 나무 심기다.

올해 1월 지린성 산림국장을 비롯해 10여명의 사막화방지사업단이 녹색연합을 방문했다. 중국 사막화 방지에 한국 환경단체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중국은 사막화 방지책으로 농민들이 경작지를 놀리면 정부에서 경작지 1무(약 200평)당 8년 동안 밀 200근씩 나눠주고 경작지에 나무를 심으면 50위안씩 보조금을 주고 있다. 또 개인이 국유지를 녹화할 경우 70년 동안 땅을 무상으로 쓸 수 있고, 70% 이상이 숲으로 덮이면 관광사업 등으로 용도를 변경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넓고 메마른 사막에 나무를 심는 것만으로 사막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확장하는 사막에 녹색붕대를 감아서 효과를 보려면 적어도 20년은 기다려야 한다. 중국 서부에서 대대적으로 벌어지는 조림 현장을 둘러보고 온 정운영 경기대 경제학부 교수는 “민둥산 메마른 땅에 나무 한 그루 심고 풀 한 포기를 살리려는 노력이 나한테는 마치 탈모인을 1만명쯤 세워놓고 한올 한올 머리칼을 심는 느낌으로 다가왔다”고 표현했다.

근래에 기승을 부리는 황사를 보면 인위적인 요소가 더욱 사막화를 부추기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중국 농업은 동농서목(東農西牧), 즉 ‘동쪽은 농업, 서쪽은 목축업’이었다. 급속한 산업화는 동부와 남부의 옥토를 공장과 창고, 택지로, 그리고 자동차는 논과 밭을 도로와 주차장으로 바꿔놓았다. 중국은 동부에서 잃어버린 경작지를 만회하기 위해 서부지역에서 농지를 개간하고 있다. 건조한 서부지역 초지와 산림을 개간해서 밭으로 바꾸니 자연히 땅은 더욱 수분을 흡수하지 못하고 사막이 되는 것이다. 중국 서부일대에서는 최근 5년 사이에만 80만ha의 초지와 산림이 사라졌다.

산업화는 더 빠른 변화, 즉 13억 인구의 삶의 양식을 바꾼다. 경제형편이 나아짐에 따라 고기, 달걀, 유제품 등 축산품 수요가 증가하는데, 이미 중국에서 사육하고 있는 소는 총 1억2700만 마리, 양과 염소는 2억7900만 마리이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육류소비를 충당하기 위해 신장 위구르 자치구 등 중국 북서부 지역에서는 대규모 벌채와 방목이 진행되고 있다.

육류소비 충당 위한 대규모 벌채와 방목


사진/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밥상을 차릴 수는 없나. 중국인의 육류 소비 증가로 사막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SYGMA)


지난 4월25일 임업연구원 주최로 열린 사막화 방지 국제심포지엄에서 중국뿐만 아니라 카자흐스탄, 이란, 몽골, 파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 대표들은 사막화의 가장 큰 인위적인 요인으로 방목을 지목했다. 방목된 소와 양은 풀을 모두 먹어치우고, 토양은 보호막을 잃어버린 채 빗물과 바람에 맥없이 씻겨나가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 일본 교토대학의 고사키 다카시 교수는 “사막화가 진행되는 지역의 소와 양의 증가 추이, 그것이 끼치는 영향, 사람의 생활양식, 산업화와 사막화의 연관성 등 사회·경제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오는 9월30일부터 초원지대에서 양과 염소를 키우지 못하게 하는 법령을 시행할 예정이다. 태평양 환경보전그룹의 중국 환경운동가 웬보는 사막 확장 원인이 전체적인 생태 시스템의 파괴에 있다고 지적한다. 독수리와 같은 맹금류의 수가 최근 밀렵으로 줄어들자 이들과 먹이사슬 관계에 있는 들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잡식성인 들쥐가 풀뿌리를 닥치는 대로 갉아먹으면서 사막화 면적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황사의 강도가 높아지는 데는 산업화로 인한 숲과 농지 감소, 그에 따른 개간, 축산물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방목, 생태계 파괴 같은 요소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그렇다면 황사의 실타래를 푸는 가닥을 중국인들이 매일 대하는 ‘밥상’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결국은 사회의 복잡한 구조와 철학이 밥상에 오롯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밥상을 차릴 것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농업이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자연자원인 땅과 물을 지키는 ‘농지 지킴이 운동’을 벌이는 한편 한국사회에서 이제야 일기 시작하는 소식이나 채식, 먹을거리에 대한 새로운 눈뜸이 중국에서 일어야 한다.

중국은 너무 크다. 월드워치연구소의 레스터 브라운 박사는 1995년 ‘누가 중국을 먹여살릴 것인가’라는 논문에서 중국이 산업화에 따른 농업생산량 감소와 인구증가로 심각한 식량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이 수입하는 막대한 양의 곡물 때문에 식량가격은 폭등하고 이른바 ‘식량안보의 시대’가 온다는 레스터 브라운의 주장은 중국이 1995년부터 곡물 수입국이 되면서 입증되고 있다.

월드워치연구소에서 발행한 2001년 바이탈 사인에서는 2000년 세계 곡물수확 하락원인을 중국의 곡물수확량이 10%나 하락하고 곡물재배 면적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소비하는 식량의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 모든 중국인들이 1년에 세병의 맥주를 더 마신다면 노르웨이 전체 생산량과 맞먹는 곡물이 추가로 필요하다. 중국인이 일본인들처럼 해산물을 소비한다면 현재 세계 전체 어획량을 몽땅 중국으로 보내야 한다.

자연을 배반하는 소비패턴 달라져야

황사에 대한 모든 책임이 중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성장과 함께 중국사회에서 환경에 대한 인식이 싹트지 않으면 지구가 위태롭게 될 것이다. 중국의 산업화는 중국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이에 따라 날로 심각해지는 환경문제는 선진 산업국들의 시장경제, 즉 세계화 경제가 자꾸만 싼 것으로 싼 것으로 몰려가기 때문에 그 과도한 속도를 자연이 감당하지 못해서 일어나는 일이다. 따라서 선진 산업국의 모든 국민이 생태적 삶을 지향하는 쪽으로 소비패턴을 바꾸는 운동과 병행하지 않은 채 중국 사람들한테만 절제를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막화 문제는 오는 8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리는 지속가능발전세계정상회의(WSSD)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이다. 지금 인류는 리우회의 이후 10년 만에 열리는 이 회의를 앞두고 사막화를 비롯해 인류가 직면한 환경위기와 중국의 산업화가 지구에 끼칠 영향을 인식하고 공동실천을 위해 한배를 탈 것인가, 아니면 기후변화협약처럼 각국의 경제적 이익과 지구의 미래를 맞바꿀 것인가 하는 중대한 ‘기회’이자 ‘판단’의 기로에 서 있다.

이유진 l 녹색연합 국제연대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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