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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 ] 2002년02월27일 제398호 

누가 백두대간을 쏘았는가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의 서식지까지 사냥터로 내준 환경부의 어이없는 행태


사진/ 순환 수렵장의 사냥꾼들.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사냥이 허용되는 순환수렵장 가운데는 멸종위기 동물 서식지도 수십 곳씩 포함된다.


해마다 늦은 가을부터 이듬해 초봄까지 전국을 돌아가면서 야생동물의 사냥을 허가하는 순환수렵장제도라는 것이 있다. 겨울철이 되면 1개의 광역 도마다 돌아가면서 합법적으로 수렵을 허용하는 제도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에서 2001년 11월부터 올해 2월20일까지 경상남·북도에서 지정하여 실시한 순환수렵장을 조사하였다. 이 제도가 실시된 뒤 20년 만에 처음으로 그 실상을 낱낱이 들여다본 것이다.

조사결과 멸종위기에 처해 있거나 법적인 보호를 요구하는 동물들의 주요 서식지까지 마구잡이로 합법적인 사냥가능지역으로 되어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확인했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입만 열면 보전을 외치는 백두대간을 비롯하여 낙동정맥, 법적인 보호지역인 산림유전자원보호림 등 꼭 지켜야 할 야생동물의 보고가 대부분 사냥가능지역으로 되어 있었다.

생태조사 자료조차 참고 안 해

더욱 놀라운 것은 이렇게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순환수렵제도를 환경부에서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가의 자연생태계와 야생동물을 관리하는 환경부가 동물 중에서도 가장 보전가치가 높고 긴급한 보호를 요하는 멸종위기동물들의 서식지를 사냥꾼들의 총구에 그대로 내준 것이다. 직접적인 사냥의 위험에 처하게 된 동물들은 사향노루, 산양, 하늘다람쥐, 수달, 담비, 살쾡이 등 환경부가 스스로 법적인 보호를 인정한 종들과 문화재관리법에 의해 보호되는 천연기념물들이다.

환경부가 야생동물을 관리하면서 200억원 이상의 예산에 5년 이상의 기간을 들여서 조사했던 자료조차 전혀 참고하지 않은 사실도 확인되었다. 환경부는 자연환경보전법에 따라 10년에 한 차례씩 전국의 자연생태를 조사하는 자연환경기초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조사에 포유동물 분야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조사결과를 순환수렵장 지정 지역과 대비해보면 웬만한 법적보호동물의 서식지는 예외없이 사냥터로 지정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울진군 서면과 영양군 수비면에 걸쳐 있는 왕피천을 비롯하여 경남·북에 걸쳐 약 50개면이 넘는 지역에서 허가하지 말았어야 할 곳을 수렵장으로 내주었다. 왕피천은 지난해 12월 종합적인 생태조사보고서가 환경부 기자실에서 발표되어 동강을 능가하는 야생동물의 천국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당시 중앙과 지역의 일간지에 대부분 언급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이런 사실을 철저히 무시하고 왕피천 전체를 사냥터로 허가해 주었다.

환경부가 수억원의 용역비까지 들여서 보전하겠다고 나선 백두대간도 실상을 보면 대부분 사냥터로 내주었다. 국립공원을 제외하면 경남·북을 지나는 백두대간의 주요 생태축을 모조리 사냥터로 풀어준 것이다. 소백산과 태백산의 허리인 구룡산, 선달산을 비롯하여 14곳의 산지다. 백두대간과 함께 경상도 지역 산림생태계의 중추이자 뼈대인 낙동정맥도 형편은 마찬가지다. 웬만한 국립공원 뺨치는 밀도와 개체 수, 종다양성을 지니고 있는 통고산과 일월산을 포함하여 8곳의 산을 사냥터로 지정했다.

또한 산림청이 산림법상에 가장 강력한 보호개념으로 관리하고 있는 산림유전자원보호림 지역도 사냥터로 풀어주었다. 안동임하보호림 등 경남·북에 걸쳐 15곳이나 된다. 야생동물을 비롯하여 국가차원의 산림유전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지역을 사냥터로 인정해준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는 물론이고 아프리카 국가들에서도 없는 일이다. 경제사정이 나쁜 아프리카의 많은 나라들도 멸종위기 동물들이 서식하는 지역을 사냥터로 허가해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보호동물서식지에서는 사법당국이 총기를 사용하면서까지 사냥을 단속하고 있다.

먹이주기와 사냥 허용의 모순


사진/ 경북 최대의 야생동물 서식지 중 하나인 통고산 정상에서 왕피천으로 이어지는 광활한 산림지역. 환경부는 이곳도 수렵장으로 풀어주었다. (서재철)


“환경부가 산림청에서 야생조수 업무를 가져와서 한 것이 무엇인가. 이럴 거 같으면 오히려 현장관리 인력이 더 풍부한 산림청으로 야생동물관리에 관한 법과 제도 일체가 다시 넘어가야 한다.” 야생동물연합 조범준 사무국장은 “순환수렵제도는 기본적으로 동물에 대한 ‘죽임의 문화’인데, ‘생명의 문화’를 전파해야 할 환경부가 죽임의 문화를 운용하고 있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며 “국가차원의 생물다양성과 종 보전을 비롯하여 야생동물 서식지 보호를 자신의 책무로 삼아야 할 환경부가 보호는 고사하고 사냥터로 지정해 준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순환수렵장제도는 지난 83년부터 시행되었다. 본래 야생동물에 대한 법적·제도적 관리는 김영삼 정부 때까지는 산림청에서 맡아오다 99년 5월 산림청에서 환경부로 야생동물에 대한 일체의 관리권과 인력까지 넘어왔다. 명분은 ‘산림청이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 정부 차원에서 자연생태계를 관리하는 곳이 환경부’라는 논리였다. 당시 환경부는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논리를 펼치면서 야생동물의 관리권이 환경부로 넘어와야 한다는 로비를 했다.

하지만 막상 관리권이 넘어온 뒤로 환경단체의 지적은 고사하고 조직 내의 전문가가 지적하는 의견조차 무시하기 일쑤였다. 환경단체나 생태전문가들이 반달가슴곰 등 멸종위기종을 비롯해 긴급히 보호해야 할 동물의 서식지에 대해 보전대책을 요구해도 무시하거나 묵살하기만 했다. 환경부가 한 것이라곤 겨울철 밀렵단속말고는 없었다. 실제로 전국적인 야생동물의 현황과 관리대책은 전혀 진전이 이뤄지지 않았다. 환경부 담당자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앞으로 검토를 통해 순환수렵제를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야생동물을 관리하고부터 달라진 것 중 대표적인 것이 겨울철 야생동물 먹이주기 활동이다. 이 사업은 동물을 사랑하는 행위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야생동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결여된 쇼에 불과하다. 기본적으로 야생동물에게 인간이 먹이를 주어야 하는 상황은 동물 스스로가 먹이를 마련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거나 종의 급격한 증가로 서식지의 먹이가 모자라는 경우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종이 증가하고 먹이가 부족한 서식지는 거의 없는 형편이다.

먹이를 주기 위해서는 당연히 해당지역에 어떤 동물이 얼마나 서식하는지를 사전에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까운 곡물만 숲 속에 버리고 야생동물에게는 야생의 적응능력을 약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 환경부는 먹이주기행사를 시행한 뒤로 지금까지 한번도 제대로 된 검토나 조사를 하지 않았다. 한쪽에서는 동물보호를 위해서 먹이를 준다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총구를 들이밀며 사냥을 하는, 그야말로 야누스적인 행정을 펼친 것이다.

자연에 대한 이해없는 행정


사진/ 야생동물의 야생 적응능력을 약하게 만든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겨울철 야생동물 먹이주기 활동. (한겨레)


“환경부는 야생동물에 대한 철학도 전문성도 의지도 없는 조직이다. 제대로 하려면 한참 멀었다. 스스로 뭘 모르면 주변의 충고나 조언에라도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 관료주의 장벽은 이를 전혀 용납하지 않고 있다. 가령 어떤 지역에서 희귀동물이나 보호동물이 출현하고 서식지가 확인되었다면 당연히 환경부가 먼저 현장에 가봐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다. 오라고 오라고 해도 안 오다가 언론에라도 한번 나면 그때서야 마지못해 나타난다.”

전 환경부 생태조사단 포유동물담당이었던 한상훈 박사는 “자연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없이 자연에 대해서 펼치는 행정은 오히려 자연을 죽이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일침을 가했다. 김명자 환경부 장관은 국민의 정부 최장수 장관이자 역대 여성장관 중에서도 최장수 장관이다. 하지만 환경관리는 한두달 거쳐간 장관 때와 달라진 게 별로 없다. 야생동물에 대한 관리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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