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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 ] 2001년12월05일 제387호 

해군의 고향, 해군이 파헤친다

생태계 훼손하는 진해 헬기장 사업… 40억원 과다규모에 “VIP용 아니냐”


사진/ 경남 진해시 도심의 녹지를 파헤친 해군작전사령부의 헬기장. 바다와 연결된 숲으로, 시가지의 코앞에 있다. 공사현장 바로 앞은 해군사관학교로 진입하는 곳이다.


벚꽃으로 유명한 경남 진해는 남해안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도시다. 일제시대 때부터 군항이 있었으며 지금도 해군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가진 곳이다. 해군본부는 대전시 계룡대에 있지만 해군작전사령부를 비롯해 해군사관학교, 교육사령부, 함대 등 해군의 주요 부대와 기관들은 대부분 진해에 있다. 한마디로 해군의 근거지와도 같은 곳이다. 그런데 해군은 자신들의 심장과도 같은 진해에서 환경을 무시하고 자연생태계를 훼손하는 난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것도 진해의 대표적인 녹지이자 그린벨트지구를 파헤친 것이다.

진해의 대표적인 녹지가 동강동강

문제의 사업은 해군작전사령부 내의 헬기장 조성공사이다. 공사현장은 경남 진해시 현동 20-1 해군작전사령부 안에 위치해 있다. 모두 40억원의 공사비를 들인 이 사업은 해군특전대의 해난구조 및 긴급출동용 전술 헬기장 조성공사로 올 1월부터 공사를 시작하여 2002년 1월에 완공할 예정이다. 현재 공정은 90%가량 진행되었다.

공사현장은 진해 시내의 대표적인 녹지이자 해군작전사령부 내에서도 가장 큰 녹지다. 시청을 중심으로 시내의 어디에서나 흉물스럽게 산을 깎은 헬기장 공사현장이 한눈에 보인다. 특히 산 정상의 헬기장 부지까지 진입하기 위해 설치한 진입로는 산을 서너 동강 절단한 모양새이다. 산세를 예전의 모습과는 완전히 딴판으로 만들어놓았다. 이렇게 파헤친 산림은 이미 5만8천㎡.

당초 이 사업은 환경부의 사전환경성검토를 거쳐서 추진되었다. 환경부 산하 낙동강지방환경관리청에서는 헬기장 공사와 관련하여 해군쪽에 산림훼손으로 인해 발생하는 “전체 피해 수목의 20%를 이식하여야 한다”고 못을 박았다. 헬기장 부지와 진입로로 인해 훼손되는 수목은 5천 그루 이상이므로 이중 20%인 1천 그루 이상은 이식해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해군은 이런 협의를 지키지 않고 약 300그루만 이식했다. 나머지 수목들은 대부분 폐기처분했다. 또한 이식한 300그루도 어디에다 이식했는지 현장을 공개할 수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헬기장 공사가 벌어지고 있는 산은 진해 앞바다의 작은 산이지만 해송을 비롯해 참나무과의 여러 수종과 편백 등 여러 난온대성 식물들이 울창한 곳이다. 반딧불이도 서식할 정도로 깨끗한 자연림들은 전형적인 남해안 자연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이런 해안의 숲을 파헤치는 공사를 하면서 환경부에서 협의한 사전환경성검토 협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항구도시 진해는 바다와 연결된 서쪽의 산성산(400m)부터 시작하여 매락고개-장복산(582m)-안민고개-웅산(703m)을 잇고 동쪽 끝의 바다로 떨어지는 천자봉(502m)까지 능선이 둘러싸고 있다. 산지의 능선이 도심을 빙 둘러 감은 녹지축인 것이다. 진해만을 응시하는 이 녹지축이 헬기장 공사 일대의 산지들. 그러나 해군은 공사현장 바로 옆에 있는 그린벨트인 고절산 일대도 토취장으로 조성하면서 파헤쳤다.

현장확인 없이 서류만으로 통과


사진/ 공사가 한창 지행될 때의 진입도로 현장. 굴삭기와 덤프트럭등 중장비의 크기와 파헤친 도로의 너비를 비교해보면 일반도로 규모임을 알 수 있다.


그동안 해군은 군사시설 공사를 하면서 환경문제를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진해시 일대의 해군관련 사업 중 그린벨트를 훼손하는 여러 사업이 진해시청의 현장확인 없이 서류만으로 통과되는 이해하기 어려운 관행이 굳어져 있었다. 군사보안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공사현장에는 민간업자가 버젓이 출입하며 공사를 시행하고 있다. 그럼에도 행정감독기관인 진해시청 공무원들은 제대로 출입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진해시청쪽은 난감해하는 처지이다. 시청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해군이 그린벨트에 대한 사용허가를 서류상으로 문의하면 문서대로만 처리할 수밖에 없다. 현장을 들어가봐야 제대로 공사를 하는지 안 하는지 알 수 있는데…. (출입이 어려워)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군의 작전을 위해서라면 군사시설의 설치와 조성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번 해군작전사령부 헬기장 공사의 경우 불가피함을 넘어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해난구조를 위한 긴급출동용 헬기장이라면 꼭 대규모로 공사를 해야 하는가. 현재 공사중인 진입도로의 너비만 5m다. 측면의 배수로 간격과 절개면, 성토면까지 고려한다면 거의 산지에 개설되는 일반도로 수준이다. 이렇게 큰 규모로 공사를 하는 것을 두고 진해 일대에서는 ‘VIP용’ 헬기장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에서 VIP란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지칭한다. 이런 지적에 일정 정도 설득력이 있는 것은 헬기장 공사가 이루어지는 바로 아래쪽이 해군사관학교라는 점. 해마다 봄이 되면 졸업식을 치르기 위해 대통령이 진해를 방문한다. 이런 지적에 대해 해군쪽은 강한 어조로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해군작전사령부에서 근무했던 한 해군 예비역장교는 “그곳에 들어서는 헬기장이 VIP용이라는 지적은 맞는 말이다. 만약 긴급한 상황 발생시 특전대(UDT)나 구조대(SSU)의 출동을 위한 것이라면 꼭 그곳에 들어서지 않아도 해군작전사령부 내 다른 곳에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그의 설명은 설득력이 있다. 현재 우리 군에서 보유하고 있는 가장 큰 헬기는 ‘시누크’이다. 이 시누크는 웬만한 학교 운동장 크기의 부지만 있으면 충분히 이착륙이 가능하다.

계약자 선정과정에도 의혹


사진/ 헬기장 바로 앞의 고절산은 취토장 공사를 위해 이미 상당면적의 숲을 파헤친 상태이다.


두 번째로 제기되는 의혹은 사업비가 과하다는 점. 긴급출동용 헬기장을 조성하는 데 40억원을 들일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10억원 정도면 들여도 얼마든지 산 정상부의 헬기장과 진입도로를 설치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특히 채 2km가 되지 않는 진입도로에만도 상당한 공사비가 들었다. 산림지역에 도로를 개설할 경우 임도는 통상 1km에 1억원 정도면 무난하게 공사를 할 수 있다. 만약 1억5천만원이나 2억원 정도를 들이면 상당한 수준의 도로를 낼 수 있다. 예산이 과다하게 사용됐다는 지적은 조경용으로 나무를 1만 그루 넘게 심은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나무를 많이 심은 것이 환경을 고려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그렇지 않다. 해군쪽은 환경부가 사전환경성검토에서 지적한 수목 이식계획은 지키지 않으면서 돈을 주고 일부러 많은 묘목을 사다가 심었다. 이는 사업대상지역의 자연생태계를 고려했다기보다는 겉만 요란하게 치장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병을 주고나서 효용이 의문시되는 비싼 약을 주는 꼴이다.

마지막으로 제기되는 의혹은 인허가 과정의 문제이다. 해군은 공사 계약자 선정과정에서도 편법을 썼다. 헬기장 공사 인허가를 받기 전에 업자를 먼저 선정하고 사후에 인허가를 받은 것이다. 이에 대해 해군쪽은 “회계 처리상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사업추진상의 단순한 편법인지 업자 선정에 비리가 개입했는지 여부에 대해 해군은 한점 의혹없이 사실을 밝혀야 할 것이다. 또한 이 과정은 처음부터 녹지나 환경문제는 요식행위로 생각했다는 구체적인 방증이기도 하다.

진해는 해군의 심장과도 같은 곳이다. 하지만 지금 해군은 진해를 아름답고 건강하게 가꾸는 것과는 반대로 나아가고 있다. 해군이 계속해서 진해 시민들과 공존하려면 누구보다 앞장서서 녹지를 지키려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환경으로부터의 혜택 앞에서는 군도 예외가 아니지 않은가.

글·사진 서재철/ 녹색연합 자연생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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