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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특집 > 이슈추적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8년07월17일 제7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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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노래 “다 노무현 때문이다”

내용은 볼것도 없이 정치적이기만 했던 ‘대통령 기록물 유출 공방’ 과정

▣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이명박 정부와 참여정부의 대통령 기록물 유출 공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던져야 할 질문 가운데 하나는 ‘도대체 왜’이다.

현재 청와대가 봉하마을을 겨냥해 주로 문제 제기하는 내용, 즉 ‘무엇을, 어떻게’에 대한 논란은 미세한 지점에서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유령회사가 동원되는 등 대통령 기록물과 원본 하드디스크 유출이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이뤄졌다”는 청와대 주장이 맞다고 해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애초부터 자신에게 열람 권한이 없는 기록물을 들춰본 것은 아니다.


△ 대통령 기록물 유출 논란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2월25일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두 전·현직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이 적법한 절차를 거쳤느냐 하는 부분이다. 봉하마을 쪽은 이에 대해 “이 문제는 전 대통령에 대한 정당한 (기록물) 열람권이 보장되지 않아 생긴 과도기적 상황”이라면서도 “그동안 이 문제를 놓고 청와대 쪽과 협의해왔는데, 갑작스럽게 이런 식으로 문제제기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양쪽 주장이 엇갈리는 셈인데, 진위가 어디에 있든 못 볼 것을 본 것이 아니고, 청와대에 남겨야 할 것을 봉하마을로 가져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자체가 대단한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노 전 대통령 쪽은 그동안 37만건의 지정기록물을 비롯해 모두 825만건의 원본을 국가기록원에 넘겼다고 말해왔다.

‘청와대 핵심->조·중·동->정치권 확대’ 과정

그렇다면 따져봐야 할 내용은 청와대가 이번 논란을 불러일으킨 과정과 방식이다. 청와대는 7월8일 낸 설명자료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 기록물 무단 불법 반출건은 정치 문제가 아니라 법과 원칙, 즉 법치에 관한 것임.” 전임 정권에 대한 정치 보복 아니냐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었다.

청와대 주장과 달리 이번 사건은 이미 정치적 쟁점이 됐다. 과정부터 대단히 정치적이었다. 정치부 기자들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익명의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조·중·동에 슬쩍 관련 사실을 흘린다. 다음날 이들 신문에는 ‘국가 기밀’ ‘국기 문란’ ‘무단 불법 반출’ 등 정치적 의도가 다분히 섞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청와대 주장이 큰따옴표로 그대로 실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다음날 기자들 앞에서 이를 다시 “부인하지는 않겠다”는 식으로 확인해준다.

논란은 한나라당 지도부의 강도 높은 발언을 거치며 정치권으로 ‘확대’된다. 논란이 본격적으로 점화됐던 7월10일 권영세 한나라당 사무총장은 라디오 인터뷰에 나와 “사이버상에서 상왕 노릇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닌가 한다”며 노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겨냥했다. 이쯤 되면 민주당에서도 반박하지 않을 수 없다. 자연스럽게 ‘한나라당 vs 민주당’ 혹은 ‘이명박 vs 노무현’의 구도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정치적 위기 국면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참여정부를 끌어들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 대통령은 3월15일 “청와대에 들어간 2월25일 저녁에 청와대 컴퓨터가 작동하지 않았다”며 참여정부를 탓했다. 이른바 ‘로그인 사건’이다. 언론은 이후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말을 통해 이 대통령이 컴퓨터를 켜지 못한 이유는 로그인 비밀번호를 몰랐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달 19일, 또다시 참여정부를 겨냥해 “최근 5년간 당장의 수출 호황만 믿고 다가올 위기에 대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총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경제위기와 ‘정치적 안정’을 강조하며 참여정부 탓을 했던 것이다.

이 대통령 쪽에서는 ‘강·부·자’ ‘고·소·영’ 인사 파문이 확산됐을 때도 “참여정부가 인사파일을 넘겨주지 않아 검증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다” “참여정부 때 부동산 정책 실패로 부동산 가격이 엄청 올랐다”는 식의 변명으로 일관했다. 이 역시 사실과 다르거나 아예 말이 안 되는 주장이었다. 실제 참여정부 쪽에서는 인사 검증에 필요한 자료를 넘겨준 것은 물론 인사 검증 매뉴얼에 대해서도 상세히 조언했다.

강부자도 쇠고기도… “다 참여정부 탓”

게다가 이명박 정부에서 낙마한 인사들은 거의 대부분 인사 검증의 기초 단계에서 걸러졌어야 할 사람들이었다. 반나절만 공들여 재산 신고내역과 기본적인 납세자료 등만 대조해보면 심각한 문제가 드러날 인사들이었지만, 이 대통령 쪽과 한나라당에서는 아직까지도 ‘자료가 없어서 검증을 못했다’는 식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미국산 쇠고기 부실 협상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자 이 대통령이 직접 “쇠고기 협상은 졸속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 참여정부 때 세워둔 조건에 따라 합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한술 더 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내에 하겠다고 해놓고 하지 않은 것을 (새 정부가) 설거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참여정부 핵심 관계자는 최근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 출범 직전 쇠고기 문제를 놓고 양쪽이 논의했을 때도 급하게 처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한 것으로 아는데, 이제 와서 참여정부 탓으로 돌리는 것은 기억력이 없거나 양심이 없는 행태”라고 말했다.

이상이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를 정치 무대로 ‘호출’한 주요 사례들이다. 대개 이 대통령이 막다른 곳까지 몰렸을 때 불거졌다. 최근 대통령 기록물 유출을 둘러싼 양쪽의 공방도 이런 맥락 속에서 나왔다. 촛불집회에서 비롯된 정치적 위기와 물가 폭등과 널뛰기 환율 등으로 인한 경제적 위기가 겹치자 “국정운영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그런 기록물만 남겨놨다”(이른바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논리를 내세우며 국면 전환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집권 초기의 현직 대통령이라면 누구보다 강자라고 할 수 있는데, 사소한 꼬투리를 잡아 야인으로 내려간 전직 대통령을 괴롭히고 있다는 인상을 피할 수 없다”며 “위기 탈출을 위한 국면전환용 카드는 국민들이 ‘국면전환용’으로 인식하는 순간부터 그 효력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 측근들도 “대통령 기록물 관련 논란이 정치적 쟁점으로 번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입을 모으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재임 시절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지낸 박종웅 전 한나라당 의원은 “기록물 유출에 관한 시시비비는 분명히 가려야겠지만, 정치적 논란으로 확대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박 전 의원은 또 “이 대통령 쪽에서 정치적 계산이 있어서 그러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도움이 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정권 보복하는 악습 사라져야”

국민의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무소속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기록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남겨놓은 사실에 대해 오히려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관계에 대해 정확히 알 만한 위치에 있지는 않지만, 노 대통령이 기록물 원본을 통째로 가져갔다면 잘못이죠. 그러면 반환하면 되는 일이고, 사전에 양쪽의 양해가 있었다면 그것으로 그쳐야죠.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아니거든요. 그보다 오히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가 많은 자료를 모으고 남겨놓은 것에 대해서는 평가를 받아야 하거든요. 이전 정권까지는 대통령 기록물이라는 것 자체가 없었습니다.”

참여정부 초기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이광재 민주당 의원도 “한쪽은 기록물을 관리할 책임이 있다면, 다른 한쪽은 열람할 권리가 있다”며 “하루빨리 열람 시스템을 만들어주고 기록을 회수하면 된다”고 말했다. “지난 정권에 대해 보복 정치를 하는 악습은 사라져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논란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의미다.

권력기관의 말은 정치적, 혹은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이해하는 것이 마땅하다. 똑같은 발언이라 해도 누가, 어떤 자리에서,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의미는 180도 달라질 수 있다. 문장 하나, 단어 하나, 심지어 토씨까지도 허투루 흘려버릴 것이 없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의 발언 내용보다 ‘국가기밀’ ’국기문란’ ‘불법 무단 반출’ 운운하는 그 속내에 더 관심이 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