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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특집 > 이슈추적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8년05월29일 제7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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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 알바는 비정규직이잖아요”

최연소 등교 거부 참가자 초등학교 6학년 정아무개군과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나눈 대화

▣ 글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미국산 쇠고기 파동]

“서울시교육청이 우열반 편성을 금지했다지만, 수준별 이동학습이 결국 우열반과 별 차이는 없지 않겠어요?”

아이스크림을 뜨던 플라스틱 숟가락을 잠시 멈추고 정아무개(12)군이 똘망똘망한 눈을 빛내며 당당하게 한마디 했다. 5월22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아이스크림 가게. ㅅ초등학교 6학년에 재학 중인 정군은 나이는 어리지만 뚜렷한 자기 소신을 가진 ‘활동가’였다.


△ 정군은 “애들한테 촛불집회에 함께 가자고 하니까 저보고 ‘짱이다’라고 하더라”며 웃었다. 정군과 어머니의 부탁으로 얼굴은 공개하지 않는다.

닷새 전인 17일 토요일에 정군은 학교에 가지 않았다. 최근의 미국산 쇠고기 사태와 학교 자율화 조처에 항의하기 위한 의도적 등교 거부였다. 이날 전국적으로 중학생 형 1명과 고등학생 누나 1명이 동참을 했으니, 그는 최연소 등교 거부 참가자인 셈이다.

그의 ‘행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5월14일부터 사흘 동안 수업을 마친 뒤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광우병 위험 쇠고기 수입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거듭된 촛불집회에서 청소년의 인권을 침해하는 어른들의 행태에 항의하기 위한 시위였다. 촛불집회에도 물론 참석했는데, “밤 10시 넘으니까 ‘청소년 여러분은 그만 집으로 돌아가라’고 해 기분이 좋지 않았다”는 게 이 어린 ‘참여민주주의자’의 불만이다.

정군은 지난해 가을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에 있는 이랜드 비정규직 노조의 농성장을 찾기도 했다. 초등학교 5학년과 비정규직 사이의 거리는 좀 먼 듯싶다. 하지만 그건 모르고 하는 소리다. “저도 중학교 2학년나 3학년이 되면 알바 할 수도 있잖아요. 알바는 비정규직이고요. 비정규직 문제란 게 언젠가 제게 닥쳐올 문제이기도 하죠.” 정군은, 논리정연하게 어려운 말로 설명하지는 못해도, 본능적으로 차별당하는 이들의 사회적 연대 필요성을 이미 깨닫고 있었다.

이쯤 되니 ‘혹시 이 아이가 누군가의 사주를 받아 움직이는 건 아닐까?’라는 이 사회의 불온한 상상이 머리를 스친다. 정군은 “그런 사회적 편견은 사라져야 해요. 중고생이나 저나 같은 청소년이고 같은 이유로 집회에 참가하는 거예요. 사람들이 저 같은 초등학생도 동등하게 취급해줬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정군의 부모는 이른바 386세대. 84학번 아버지는 정군의 이런 활동을 다소 우려하는 반면, 학생운동 경력이 있는 85학번 어머니는 그렇지 않다. 정군의 어머니는 전화 통화에서 “언젠가는 자신에게 다가올 문제니까 초등학생이라도 자기 생각과 소신을 갖고 있어야 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며 법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정군이 요즘 집에서 보는 신문은 <동아일보>. 1년 전까진 <조선일보>를 봤다. 정군의 행동과 이들 신문들의 논조는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 조합이다. 정군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들의 입장에 동의해서 보는 게 아니에요. 그들이 어떤 논리를 펴는지 잘 알아야 맞서 싸울 수 있기 때문에 기사를 자세히 보는 편이에요.”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었다. “(일부에서) 진실을 괴담으로 치환하는 게 싫어요. 그리고 한국 소도 광우병 위험이 있는데 너무 미국 소 문제만 다뤄지는 것 같아요.” 같은 크기의 아이스크림 그릇을 기자보다 늦게 비우며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펼친 어린 ‘참여민주주의자’는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이렇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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