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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특집 > 이슈추적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8년04월24일 제7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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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특검 그 뒤] ‘재계의 청와대’ 거듭날 것인가

불법 상속을 설계하며 이 회장의 집사로 전락한 삼성 전략기획실…쇄신안은 눈속임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삼성의 전략기획실(옛 구조조정본부)은 흔히 ‘재계의 청와대’로 불린다. 권력과 정보, 네트워킹(인맥)이 이곳으로 모이기 때문이다.

전략기획실은 이를 통해 어떤 일을 할까? 삼성 쪽은 공식적으로 “전략기획실이 계열사 혼자 하기 힘든, 그룹 전체를 조망해 미래 성장을 그리는 일을 한다”고만 말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보자. 전략기획실은 계열사끼리의 중복 투자를 막고 계열사의 회계와 부정을 감시한다. 인사권도 갖고 있어 임원 인사도 한다. 이건희 회장을 수행·보좌하고 삼성그룹의 지배·관리 구조를 지키는 일도 전략기획실 몫이다. ‘관리의 삼성’은 바로 전략기획실의 ‘관리’에서 나온다.


△ 이학수 부회장(왼쪽)과 김인주 사장이 이건희 삼성 회장 일가의 비자금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한남동 조준웅 특검 사무실에 출두하고 있다. (사진/ 한겨레 김종수·박종식 기자)

제일모직 경리과 출신 다수

전략기획실은 3개 팀으로 짜여 있다. 전략지원팀과 기획홍보팀, 인사지원팀이다. 최고책임자는 이학수 전략기획실장(부회장)이다. 이건희 회장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삼성의 실질적인 2인자다. 전략지원팀은 과거에 재무팀으로 불렸다. 전략지원팀 안 경영지원담당인 최광해 부사장이 관재 파트를 맡고 있다. 관재란 이 회장 일가의 재산을 관리해주는 것을 말한다. 이 부회장과 김인주 전략기획실 사장도 모두 재무팀 관재 담당 출신이다.

전략기획실은 별도 법인이 아니다. 임직원들은 계열사에서 파견하는 형식을 빌어 전략기획실에서 일한다. 월급도 계열사에서 받는다. 조준웅 삼성특별검사도 4월17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법적 근거가 불확실한 전략기획실 조직을 통한 각 계열사의 직접 통제 등 구조적으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삼성맨’들은 전략기획실에 일하고 싶어한다. 전략기획실이 출세 코스로 통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발탁 조건이 좀 까다롭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은 기본이다. 조직이 시키는 일은 몸을 돌보지 않고 매달리는 저돌성도 요구한다. 입이 무거워야 하는 것도 필수다. 2003년 대선자금 수사에서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이 이를 입증했다. 그들은 검찰에서 “이건희 회장은 모른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지금 전략기획실의 핵심 멤버들은 이학수 실장을 비롯해 제일모직 경리과 출신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삼성의 성장사와 전략기획실은 궤를 같이한다. 거슬러 올라가면 전략기획실 → 구조조정본부 → 비서실 차례가 된다. 이병철 선대회장이 1959년 만든 비서실이 모태가 됐다. 처음엔 삼성물산 비서과로 시작했다. 삼성의 규모가 커지다 보니 여러 계열사 일을 챙기기 힘들어 만들었다고 한다. 깐깐했던 이병철 회장은 비서실장으로 경리과 출신을 선호했다. 꼼꼼한 스타일의 경리 출신들이 비서실장을 도맡아왔다. 대구상고와 성균관대 상과를 나온 소병해 전 비서실장(2005년 사망)은 1978년부터 90년까지 비서실장을 맡았다. 그는 ‘회장의 그림자’로 불리며 비서실을 15개 팀 250명을 거느린 조직으로 불려갔다. 그로 인해 비서실장은 삼성의 2인자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소 전 실장의 이름이 최근 또 한 번 언론을 탔다. 이건희 회장의 차명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이 지난 4월12일 검찰에 출석해 “소 전 비서실장이 88년 ‘이름을 좀 빌려달라’고 해서 빌려준 것일 뿐”이라고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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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수·김인주의 운명은?

하지만 87년 이건희 회장이 그룹 총수가 되면서 비서실 비중은 줄어들게 된다. 이 회장은 또 비서실의 재무팀보다 기획팀에 힘을 실어줬다. 당시 이 회장은 전통적인 관리보다 성장에 무게중심을 뒀기 때문이다.

삼성은 95년 자동차 사업에 진출해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한다. 당시 재무팀은 삼성에서 유일하게 자동차 사업 진출에 반대했다. 반면 이 회장은 자동차 사업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 삼성이 자동차 사업에 나서면서 재무팀의 설자리는 더 줄어드는 듯했다.

하지만 외환위기는 재무팀을 기사회생시켰다. 은행에서 돈을 빌려 물 쓰듯 투자에 나섰던 대기업들이 줄줄이 쓰러졌다. 외환위기를 겪으며 집권한 김대중 정부는 재벌기업의 비서실과 기획조정실을 외환위기를 몰고 온 ‘황제식 경영’의 주범으로 지목해 폐지를 추진하게 된다. 이때 다른 재벌과 마찬가지로 삼성 역시 비서실을 없앴다. 대신 한시적 조직인 구조조정본부를 98년 만들었다. 하지만 한시적인 조직이라던 구조본은 그 뒤 10여 년 가까이 삼성의 정점에서 황제경영의 전위병 구실을 하게 된다.

물론 삼성 구조본은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기도 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부실기업을 걸러냈다. 김대중 정부가 압박했던 빅딜도 거부하고 막아냈다. 하지만 구조본은 치명적인 일을 하게 된다. 불법 상속을 기획·설계하고 이를 집행한 것이다. 삼성이라는 공기업의 조직이 아닌, 이건희 일가의 사조직으로 변질하게 된 셈이다. 재무팀은 삼성의 경영권을 이재용 전무로 넘기는 작업을 주도했다. 오너 일가의 지분관리도 도맡아 해주고 있다. 이재용 전무가 받는 경영수업에도 구조본이 상당 부분 관여했다. 그러면서 구조본은 이 회장의 집사로 전락하게 된다.


앞으로 전략기획실은 거듭날 것인가? 일단 전략기획실장 보좌역을 맡고 있는 이순동 사장은 4월17일 특검 발표 뒤 “오랫동안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면서 “사회 각계의 안을 들어 현재 쇄신안을 마련 중이며 내주 중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이 전략기획실 개편과 관련해 내놓을 카드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전략기획실 폐지 또는 조정을 포함한 조직 개편이다. 또 하나는 특검 수사결과 기소된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 등 핵심 수뇌부의 인적 쇄신에 관해서다.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와 주식 등을 관리하면서 비자금 조성 등에 연루된 것으로 나타난 전략기획실 일부 관재 조직에는 손을 댈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과 김 사장도 손볼 가능성이 있다. 차명계좌와 주식을 통한 자금 관리와 로비 의혹,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을 통한 경영권 승계 등 핵심 사안을 주도한 인물들이라는 점에서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대안이 마땅하지 않다는 점에서 둘 중 한 명 정도가 2선으로 물러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오너 경영 유지하는 한 존속할 듯

하지만 삼성 안팎에선 이같은 쇄신안이 눈속임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은 안기부 X파일 사건 수사 뒤 구조본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2006년 구조본을 전략기획실로 축소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재무팀 등 7개 팀을 3개 팀으로 줄이고 법무실도 분리했다. 하지만 기능은 그대로 뒀다. 오히려 분리된 법무팀은 법무실로 권한이 막강해졌다. 구조본을 운영하던 인사들도 그대로 남았다.

삼성 총수 일가가 전략기획실의 끈을 놓지 못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총수가 적은 지분으로 그룹 경영권을 행사하려면 총수의 집사요 그룹의 사령탑 구실을 할 조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략기획실의 위상이 바뀔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메스를 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략기획실은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재편될 것으로 보이나, 그 기능은 여전히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삼성이 오너 경영을 유지하는 한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의 2인자들은 어찌될까

이학수와 김인주, 한 명만 전격 퇴진?

▣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재벌 총수들은 2인자를 키우려 하지 않는다. 2인자가 뛰어난 경영성과를 내면, 자녀에게 경영권을 세습하는 게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또 힘을 한 사람에게 실어주는 것보다 여러 명을 경쟁시키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믿어서다.

하지만 삼성은 다르다. 이병철 선대 회장 때부터 2인자를 둬왔다. 물론 삼성도 2인자 그룹은 키우지 않는다. 한 명씩 둘 뿐이다. 이병철 회장 때는 소병해 비서실장이 2인자였다. 이건희 회장에겐 이학수 전략기획실장(부회장)이 있다. 삼성특검 사태가 불거지기 전까지,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경영권을 상속받으면 김인주 전략지원팀장(사장)이 2인자에 오르게 될 것이라는 얘기가 삼성 안팎에서 나왔다.

이 두 사람이 경영권 불법 승계에 깊숙이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과 김 사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용철 변호사는 <한겨레> 등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불법 경영 승계는 김인주 사장이 기획하고, 이학수 부회장이 승인했다. 김인주의 첫 작품이고 그 공으로 승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특검도 수사를 통해 김 변호사의 주장을 입증했다. 삼성특검은 “불법 경영 승계의 연결고리인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발행이 김인주 → 유석렬(재무팀장) → 이학수(비서실 차장) → 현명관(비서실장)을 거쳐 이 회장에게 메모 형식으로 보고됐다는 진술을 이 부회장과 김 사장 등에게서 확보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불법 경영 승계를 기획·집행한 장본인이라는 점에서 교체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또 앞으로 지루하게 진행될 재판 과정 때문에 경영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도 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이 두 사람의 일선 퇴진이란 카드를 내놓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전무의 후계 구도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후계 구도는 이건희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이 투톱을 이뤄, 이재용 전무에게 경영권을 안전하게 물려주는 것이다. 그 뒤 일정 기간 김인주 사장이 이 전무의 뒤를 도와주는 방향으로 밑그림이 잡혀 있다. 김 사장은 이 전무가 삼성 총수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 전무가 차세대 계열사 경영진과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조율해주는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건희 회장이 두 명을 모두 날려버린다면, 후계 구도와 관련해 상당히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그래서 두 사람 중 한 사람의 전격 퇴진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1946년생인 이 부회장은 경남 밀양생으로 부산상고와 고려대 상대를 나왔다. 1997년 비서실장을 맡은 뒤부터 삼성의 2인자 역할을 하고 있다. 회장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일모직 관리부장에서부터 그룹 비서실 재무팀장 시절에 이르기까지 그는 빠르고 정확하게 업무를 처리해 이 회장의 신임을 받아왔다.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보다 자택과 집무실인 승지원에서 주로 업무를 보는 이 회장은 이 부회장을 통해 경영지침을 내려보내고 보고도 받는다.

김인주 사장은 58년생으로 경남 김해 출신이다. 마산고와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나왔다. 대외행사에도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외부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매년 승진을 거듭해 최연소 40대 사장이 됐다. 김 사장도 제일모직 경리과 출신으로, 입사 뒤 줄곧 재무·경리 업무를 맡아온 ‘재무통’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오른팔이 이학수 부회장이라면 이 부회장의 오른팔이 김 사장이다. 김 사장은 외환위기 때 전 계열사를 뒤져 문제점을 찾고 자신의 키보다 더 높은 분량의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유명해졌다. 삼성이 한솔, 씨제이 등 계열사를 분리할 때 얽히고설킨 지분관계를 정리하는 데도 주요한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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