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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사회 > 보도그뒤 목록 > 내용   2008년07월17일 제7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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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선처를 호소하는 재판

여성 군악대장 항소심 결심 공판… 군검찰 전향적 태도, 상관의 스토킹 사실에 반론 제기 안해

▣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사실관계에 대한 부분은 1심에서 충분히 다뤄졌고, 여러 증거와 정황을 종합해봤을 때 피고인에 대한 1심 선고 형량은 과중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피고인이 기소된 배경에는) 송아무개 소령의 여러 (부적절한) 행동들이 있었던 만큼, 이를 감안해 피의자를 선처해주십시오.”


△ 상관에게 성적인 스토킹을 당하고도 되레 항명죄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XX사단 전 군악대장 박아무개 대위 항소심 재판이 열린 국방부 고등군사법원 법정 앞에서 헌병들이 방청객을 상대로 보안 검색을 하고 있다.

방청석이 순간 술렁였다. 당황한 표정의 방청객들이 서로의 얼굴을 두리번거리며 어쩔 줄 몰라했다. 그도 그럴 법한 것이, 변호인이 아니라 군검찰이 나서서 피고인에 대한 1심 형량이 과중하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당황스러움도 잠시, 방청객들이 환한 웃음과 함께 반가움의 탄성을 내질렀다. 몇몇은 자신도 모르게 박수를 치려다가 황급히 팔을 거둬들이기도 했다.

일부 혐의 항소 철회

상관에게 성적 괴롭힘을 당하고도 되레 항명죄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를 판결받은 여군 군악대장 박아무개 대위(<한겨레21> 707호 표지이야기 등 참조)의 항소심 결심 공판이 7월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에서 열렸다.

이날 재판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군검찰의 전향적인 태도였다. 군검찰은 재판부에 박 대위의 선처를 요청했을 뿐 아니라, 일부 혐의에 대한 항소를 철회하고 박 대위가 주장한 송 소령의 스토킹 사실에 대해서도 별다른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1심 판결 뒤 “송 소령의 사생활 간섭은 문제가 많은 박 대위를 관리하기 위한 것… 송 소령의 진술은 믿을 수 있다”며 일방적으로 박 대위를 비난하던 ××사단 보통검찰부와는 사뭇 다른 자세인 셈이다. 항소심은 국방부 고등검찰부가 담당했다.

반면 박 대위 공동 변호인단에 합류한 차혜령 변호사(공익변호사그룹 공감)는 피고인 심문을 통해 송 소령의 스토킹 사실을 조목조목 확인했다. △“남자친구와 자봤냐” 등 성희롱적인 질문 남발 △남자친구를 사귀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각서 서명 강요 △“커플링을 사주겠다”며 억지로 보석가게에 동행 △지난해 3월 자살 소동을 벌인 뒤 경기 군포 박 대위 집 방문 △초임 장교 격려 만찬에서 한 장교가 박 대위에게 친근하게 대하자 “네가 걸레지?”라며 성적으로 모욕한 점 등이었다.

군악대장실 근무와 군악대 예비사열 참석 지시를 어긴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박 대위는 재판부와 변호인단의 질문에 여러 차례 눈물을 보이며 “계속 군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송 소령의 스토킹에도 불구하고) 참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박 대위는 “여성고충상담관은 만나보지 않았냐? 또 그 이유는 무엇이냐”는 차 변호사의 질문에 “비록 짧은 군생활이지만, 고충상담관에게 얘기하고 이 모든 내용이 밝혀지는 순간 제 군생활은 힘들어진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라고 말했다.

임종인 변호사도 “성희롱이나 성적인 괴롭힘은 사실 사회에도 있는 일이고 군대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처리 과정은 너무 잘못됐다”며 “송 소령이 9월13일 박 대위를 고발했는데, 그 뒤인 9월28일과 29일에 내린 엉뚱한 지시를 정당한 명령이라며 박 대위를 기소하고 군사법원의 이름으로 유죄를 인정한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재판부, 송 소령 무혐의에 의구심

한편, 재판부는 박 대위에게 “송 소령의 무혐의 처분 전에 송 소령을 용서하거나 합의해주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없냐”고 물어, ××사단장이 송 소령의 성희롱 혐의를 무혐의 처분하는 과정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날 ‘군내 스토킹 사건 피해자 지원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회원 20여 명이 재판을 참관했으며, 항소심 선고는 7월15일 내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