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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독자마당 > 보도그뒤 목록 > 내용   2008년04월24일 제7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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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돌이’들에게 벌써 닥친 시련

오세훈 시장 “추가 뉴타운 없다” 발언, 유권자들의 욕망을 배신할 것인가… 그간 지정된 뉴타운 현실화에도 수많은 난관

▣ 이태희 기자hermes@hani.co.kr

손석희: 서울시에서 끝까지 (뉴타운 확대를) 반대하면… (뉴타운을) 광역단체장이 결정하지 않도록 하고 국토해양부 장관에게 넘기도록 법을 개정하겠다(는 겁니까)?

홍준표: 개정할 수 있다는 겁니다. 정부의 정책에 반하는 서울시 정책은 옳지 않습니다.

“시장의 지정 권한 뺏을 수도”

4월17일 아침 출근길에 문화방송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을 듣던 이들은 한순간 귀를 의심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의 말투는 분명 여야 간의 말싸움투였다. 그런데 그가 겨냥한 대상은 한나라당 소속의 오세훈 서울시장이었다. 인터뷰 끝에서 홍 의원은 “서울시와 각을 세우는 게 아니고, 서울시에서 지금 하는 짓들이, 하는 정책내용이 하도 오락가락하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뉴타운 개발을 공약으로 내건 후보들의 홍보물. 오세훈 서울시장은 한나라당 출마자들을 위해 사무실에서 다정하게 함께 있는 모습으로 사진을 찍었다.

잠시 뒤인 오전 9시, 한나라당 최고위원회에 참석한 정몽준 최고위원은 “(뉴타운을) 안 한다고 하면 직무유기지, 한다고 하는게 관권(선거)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문화일보>와 인터뷰한 유정현 당선인(서울 중랑구갑)도 “만약 오세훈 시장이 2년 안에 뉴타운 지정을 안 하면 다음 선거 때 한나라당 소속으로 출마를 할 수 없게 해야 한다”며 “관련법 개정을 통해 뉴타운 지정 권한을 서울시장에게서 뺏을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그는 “정부 시책에 반대하는 시장을 한나라당이 가만히 두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말도 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잘 알려진 대로, 서울시에 출마한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 후보들은 앞다퉈 ‘뉴타운’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한나라당 후보들은 다양하게 뉴타운을 공략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한나라당 출마자들을 위해 사무실에서 다정하게 함께 있는 모습으로 사진을 찍었다. 출마자들은 이 사진을 뉴타운 및 재개발 공약과 함께 내걸었다.

구상찬 당선인(서울 강서구갑)은 올해 중으로 화곡동 뉴타운 강서구민 추진협의회를 구성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2년까지 화곡동을 뉴타운으로 지정하겠다는 스케줄을 7단계에 걸쳐 설명했다. 마포에 출마한 강승규 당선자는 ‘뉴타운 사업추진 절차를 간소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지역과는 상관없이 뉴타운 지정을 쉽게 하겠다는 뜻이다. 오세훈 시장이 뉴타운 지정을 약속했다고 외친 이들도 있었다. 뉴타운은 올 초부터 시작된 강북 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과 맞물려 한나라당에는 최고의 호재였다. 바로 ‘아파트 투표’(706호 표지이야기)로 한나라당이 서울을 싹쓸이하는 기반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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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4월14일에 불거졌다. 오 시장이 이날 <한겨레>와의 서면 인터뷰 등에서 “뉴타운 추가 지정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고 1~3차 뉴타운 사업이 상당히 가시화하는 시점에 그 시기와 대상을 검토하겠다”며 “최근 강북 부동산 시장이 조금씩 들썩이고 있어 추가 지정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이다.

유권자들은 들끓었다. ‘속았다’는 말들이 터져나왔다. 겉으로 보면, 뉴타운을 실현시키겠다고 한나라당에 표를 몰아줬는데 총선이 끝나자마자 말을 바꾼 셈이 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뉴타운을 공약했던 이들 가운데 정몽준(서울 동작구을)·현경병(노원구갑)·안형환(금천) 당선인 등을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나섰다.

대립구도는 이때부터 오 시장과 뉴타운 추가 지정을 공약한 한나라당 당선인들 사이에 형성됐다. 오 시장으로서는 ‘뉴타운 공약 지구’에서 집값 상승이 시작되는 것을 총선 직후부터 서둘러 막아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럼에도 한나라당 당선인들이 오 시장을 극도로 압박하는 이유는 경제적 이슈가 제일 중요한 정치적 이슈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법을 바꾼다? 복병은 경제성

4월16일 인터넷 포털 다음의 토론장인 ‘아고라’에 아이디 ‘최진사’라는 누리꾼의 글이 올랐다. “(17대 의원들은) 탄핵 열풍에 얼떨결에 당선되었다고 ‘탄돌이’라고 비아냥했는데, 뉴타운 덕분에 당선되었다고 ‘타운돌이’라고 하면 어쩌나.” 18대 총선에서 뉴타운을 공약으로 내세운 서울 지역 당선인들의 이름과 얼굴, 소속 정당과 공약 내용을 올린 글들도 일제히 퍼지고 있다. 저마다 ‘타운돌이’ 또는 ‘뉴타운돌이’라는 제목들이 달려 있다.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지역계획학)는 “유권자들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했던 부동산 규제 완화가 이뤄지지 않자, 총선에서 다시 한 번 기대를 걸었던 것”이라며 “때마침 한나라당 후보들이 뉴타운 사업을 공약으로 제시하니까 잠재해 있던 기대 욕구가 표로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한 표 줄게, 새집 다오’라는 내면적 거래 심리가 현실화한 것이다. 한나라당 대통령-한나라당 서울시장-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이어지는 ‘개발연대’의 삼각구도를 바랐을 수도 있다.


△ 서울시 뉴타운 지정 현황

모든 것이 ‘노무현 탓’은 아니겠지만, 부동산 문제에서 참여정부의 잘못은 적지 않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는 행정수도 이전과 지역균형 발전을 약속했다. 옛 건설교통부의 지난해 추산을 보면, 이 공약에 따라 참여정부 출범 이래 각종 혁신도시 착공과 도시개발 사업에 들어간 토지보상 금액은 2003~2006년에 모두 73조4002억원이었다. 2007년분까지 합치면 90조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유권자들은 이렇게 ‘공약이 돈이 되는’ 현상을 이미 경험한 이들이다.

706호 표지이야기 ‘아파트 투표’에서도 밝힌 바 있듯, 문제는 모든 욕망을 채울 수 없다는 데 있다. 당선인들이 약속한 뉴타운은 물론, 서울시가 그동안 지정한 뉴타운들의 현실화도 아직 먼 미래의 일이다. 뉴타운은 집만 새로 짓는 것이 아니다. 간선·지선 도로와 학교, 병원, 공원 등 서울시에서 짓는 기반시설이 함께 들어서야 한다. 뉴타운 계획은 기초단체장이 세우지만 지정권은 광역단체장이 가지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서울시가 2002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지정한 뉴타운 중 상당수가 아직 착공도 되지 않은 것은 지구지정 요건에 미달하기 때문이다. 금천구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한겨레21>은 지난해 금천구 시흥뉴타운 지구 사업에 대해 서울시와 옛 건설교통부 사이에 오간 공문 일부를 입수했다. 금천구 시흥 지역은 2006년 제3차 뉴타운 대상지역으로 지정됐다. 이 공문을 보면, 서울시는 금천구청의 요청으로 이 지역을 “상업·업무·주거 중심의 역세권 복합중심지로 개발하기 위해 재정비촉진사업을 검토했지만, 주택재개발사업·주택재건축사업·도시환경정비사업은 구역 지정 요건을 총족하지 못하고, (중략) 재정비촉진계획에서 도시개발사업 방식 수용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는 결론을 내린다. 뉴타운은 대단위 주택단지와 학교, 병원 등을 새로 짓는 ‘주거 중심형 타운’과, 주택단지와 상업·업무용 건물을 복합해서 짓는 ‘도심형 타운’이 있는데, 시흥 지역은 주거 중심형도, 도심형도 요건이 안 된다는 것이다.

욕망의 정치, 진보는 답이 있는가

물론 이는 법적인 요건인 만큼 다수당을 차지한 한나라당이 법을 바꾸면 뉴타운 개발은 가능할 것이다. 복병은 ‘경제성’이다. 조명래 교수는 “뉴타운 사업이 용적률이나 건폐율 등 밀도규제와 용도규제 때문에 옛날처럼 막대한 개발이익을 남길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민간에서 충분한 개발이익으로 기반시설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으면 결국 공공재정이 들어가야 하는데, 공공재정도 한계가 있는 만큼 한꺼번에 추진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 금천구 시흥뉴타운 지구 사업에 대해 서울시와 옛 건설교통부 사이에 오간 공문들. 서울시는 요건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린다.

무슨 이유든, 유권자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먼저 뉴타운이 실현되기를 원할 것이다. 실현하지 못하면, 유권자를 속인 셈이 된다. 2012년 19대 총선은 낙선이다.

서울시 부시장 출신인 정태근 당선인(서울 성북구갑)은 “오세훈 시장의 이야기도 시장 상황을 봐서 4차 뉴타운 지구를 선정하겠다는 것이지, 안 하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만약 오 시장이 안 한다면 오 시장 후임자가 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18대 총선이 정치적으로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홍재우 비교민주주의연구센터 연구위원은 “중요한 것은 ‘욕망의 정치’가 전면적으로 부상했다는 것”이라며 “정치가 원래 욕망의 실현을 위한 행위의 집합체지만, 경제적 이익에 지극히 민감한 유권자 집단의 등장은 적어도 한국 정치에서는 새로운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이번에 확인된 유권자들의 표심은 뭘까. 정치컨설팅업체 민컨설팅의 박성민 대표는 이렇게 진단했다.

“앞으로 정권을 잡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중론’(四中論)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 정치적으로는 중도, 세대로는 40대의 중년, 지역으로는 중부, 그리고 계층으로는 중산층(또는 중간층)을 공략할 전략이 있는 정당이 승리한다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이번 선거는 한나라당의 압승이 당연했다. 한나라당은 이들의 욕망에 대한 대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뉴타운과 특수목적고(특목고)가 그 해답이었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그리고 진보신당은 애초부터 이에 대한 뾰족한 답이 없었다. 몰락이 결과였다.

물론 한나라당이 앞으로 정책을 통해 이들의 욕망을 채워주지 못한다면 이번 총선 표심은 배신감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벌써부터 욕망의 민심은 들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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