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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독자마당 > 보도그뒤 목록 > 내용   2007년07월05일 제6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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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거두고 “미래의 독자를 모십니다”

<시사저널> 떠나 새 매체 창간이란 새로운 길을 선택한 22명의 기자들

▣ 류이근 기자ryuyigeun@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문정우, 남문희, 정희상, 장영희, 이숙이, 고제규, 고재열, 김은남, 안철흥, 노순동, 차형석, 소종섭, 안은주, 주진우, 신호철, 백승기, 윤무영, 안희태, 양한모, 유옥경, 이정현, 오윤현.’

이 22명의 기자는 결국 <시사저널>을 떠났다. 아니, <시사저널>이 기자들을 버렸다. 지난 6월26일 기자들은 길게는 18년 동안 정들었던 서울 충청로1가 청양빌딩 5층 편집국을 찾아가, 다시 볼 수 없는 이들에게 마지막 예의를 갖추듯 눈물과 함께 국화꽃을 바쳤다. 지난해 6월 금창태 사장의 지시로 삼성 관련 기사가 인쇄소에서 빠지면서 기자들의 분노로 촉발된 ‘시사저널 사태’는 이렇게 기자들의 눈물로 일단락됐다. 빈 자리는 <시사저널>의 금창태 사장과 소유주 심상기 서울문화사 회장 그리고 그들이 고용한 ‘대체 인력’이 지켰다. 법원도 인정한 것처럼(<한겨레21> 663호 참조) 금 사장은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편집권을 행사했고, 삼성은 기사를 빼려고 비상식적인 로비를 폈지만, <시사저널> 기자들과 달리 큰 상처 없이 자리를 지켜냈다.


△ 자본의 편집권 유린에 맞서 1년여를 싸워온 22명의 <시사저널> 기자들이 지난 6월26일 <시사저널>과의 결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소액주주 8명·발기인 63명·정기구독자 337명

언제나 그렇듯 눈물은 잠깐이다. 사표가 처리된 기자들은 이제 ‘기자’가 아니다. 힘겨운 일상은 어김없다. 기자들은 겪어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새 매체 창간이다. 시사저널 노동조합이란 간판을 내리고, 이젠 ‘참언론 실천 시사 기자단’을 한시적 간판으로 올렸다. 모든 것은 백지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방송회관에서 기자단을 볼 수 있었다. 기자단이 있는 방송회관 9층은 방송노조 사무실이 있는 낯익은 공간이다. 2005년 길거리에 내몰린 전 iTV(인천방송) 기자들이 경인 지역의 새로운 민방을 세우려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시사저널> 전 기자들의 마지막 이사일까? 지난해 편집국을 나와 길거리 천막 편집국 →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사무실 → 용산 서울문화사 앞 건물 → 심상기 회장 집 앞 노천 단식농성장에서 마지막으로 6월8일 여기까지 왔다. 오는 9월 새 매체 창간 이전까지 한두 번의 이사를 더 할는지 아직 모른다.

<시사저널>과 결별한 기자들은 6월28일 불확실한 미래를 확실한 미래로 만드느라 한가한 듯하면서도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벽에 걸린 하얀 바탕의 회의 게시판엔 ‘소액주주 8명, 발기인 63명, 정기구독자 337명’이라고 쓰여 있었다. 불과 2~3일 새 이룬 성과다. 본격적인 모금은 이날부터 시작됐다.

안희태 기자는 꼬박 밤을 새웠다. 95년 〈being digital〉을 닳도록 읽고 나서, 아마추어 컴도사가 된 그의 밤샘 작업은 앞으로 기자단이 활용할 인터넷 홈페이지(www.sisaj.com) 구축이었다. 홈페이지를 열면, “미래의 독자를 모십니다”가 외롭게 뜬다. “제호도, 정확한 창간 날짜도 정해지지 않은” 새 매체의 정기구독 약정을 받고 있었다. 문정우, 안은주 기자는 소액주주가 되겠다는 사람과 신촌에서 저녁 약속을 잡았다. “제정신으로 어떻게 이런 선택(새 매체 창간)을 하겠어요. 내가 미쳤지, 미쳤어.” 안 기자가 털털하게 웃으며 분위기를 띄웠다. “금 사장이 안 받아준다니 못 갔지.”(노순동) “집으로 가면 됐잖아.”(문정우) “정말 다들 미쳤지.”(노순동) 안 기자의 말에서 꼬리를 물던 농담은 <시사저널> 창간 멤버였던 문 기자의 말로 매듭됐다. “(새 매체 창간은) 대기업 집단을 견제하는 사회적 비용으론 너무 싸지 않나?” 사흘 전 단식을 풀긴 했지만 이날부터 겨우 죽을 입에 대기 시작한 김은남 기자는 아침 6시부터 이어진 언론 인터뷰들에 몸이 퍼졌다. 예전 같으면 마감 요일(목), 마무리 취재에 바빠야 했을 그가 취재에 응하기 바빴다. 고재열 기자는 금창태 사장이 낸 소송에 대응하는 준비로 바빴다.

‘옳았고, 맞았다’는 여론과 사법적 판단

금 사장은 6월27일 정일용 한국기자협회회장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5월30일 <한겨레21> 고경태 전 편집장을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에서 패소한 데 이어 나온 결론이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재판장 한창호 부장판사)는 판결문에 이렇게 적고 있다. “정황상 금창태씨가 편집국장에게 통보하지 않은 채 직접 기사 삭제를 지시한 사실이 인정되고, 삭제 결정 후에도 편집국장에게 알리지 않은 점 등은 언론계에서 이루어지는 편집권의 해결 방식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기자협회 등의 논평이나 <한겨레21>의 칼럼에서 이런 기사 삭제 지시를 부정적 시각으로 보고 다소 과장된 표현을 썼더라도 관련 기사 내용은 전체적으로 진실에 부합한다. 또 최초 금씨가 편집국장에게 자신과 삼성 고위층의 친분을 강조하며 기사 삭제를 지시한 사실 등을 보면 <시사저널> 기자들에게 이 사실을 전해 듣고 쓴 기사는 진실성, 상당성이 인정된다.”

어떤 모습의 매체를 들고 올까

여론과 사법적 판단을 통해 기자들이 ‘옳았고, 맞았다’는 것이 잇따라 확인되고 있지만, 상처는 고집스럽게 문제를 제기해온 기자들의 몫이었다. 손석춘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은 “<시사저널> 사태는 한국 사회가 언론을 개혁하려면, 언론 사주의 문제에 접근하지 않고선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언론계의 현실은 이런 구조적인 문제들을 사주의 ‘선의’에 기대는 게 현실이다. 그 기대가 번번이 깨져왔던 게 대한민국 언론사이기도 하다.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시사저널> 전 기자들이 앞으로 가야 할 ‘대장정’에 대한 논평을 하나 내놨다. “<시사저널>은 비록 삼성의 금력 앞에 쓰러졌지만, <시사저널> 기자들의 ‘독립언론 정신’만은 살아남아 기자 한 분 한 분의 땀과 눈물이 새로운 매체로, 아름답게 부활하리라 믿어본다.” 참언론 실천 시사 기자단은 과연 어떤 모습의 매체를 들고 우리 앞에 부활할까?


“내년에 3만~4만 부가 목표”

<시사저널> 충성독자와 소액주주가 힘이라는 문정우 ‘참언론 실천 시사 기자단’ 단장


△ 문정우 ‘참언론 실천 시사 기자단’ 단장

<시사저널> 창간 주역 중 한 명인 문정우 기자는 이제 ‘참언론 실천 시사 기자단’의 단장을 맡고 있다. 그는 “좀더 진화된 <시사저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시사저널 사태’가 안타깝게 결론났다.

=기자 5~6명의 ‘목’을 내놔야 받아줄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떻게 회사로 돌아갈 수 있었겠나? 법원의 잇따른 판결의 요점은 금창태 사장이 삼성과의 친분 때문에 언론인으로선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는 거다. 결과적으로 그가 회사에 피해를 끼친 거 아니냐? 그런데 오히려 기자들을 내쫓았다. 이건 정상적인 행태가 아니다.

새 매체 창간 목표는?

=오는 9월에 창간할 계획이다. 우리가 시사주간지를 만들던 ‘선수’들인데, 새 매체도 시사주간지가 될 것이다. 양심의 힘으로, 독자의 힘으로, 취재 현장에 뛰어들겠다. 창간 준비팀, 돈 모으는 팀, 널리 알리는 팀, 정기구독자를 모으는 팀 등 모두 넷으로 나누어 준비 중이다.

문제는 돈일 텐데.

=굵직굵직한 투자자들과도 접촉하고 있지만 100만원 이상의 소액주주를 함께 모을 생각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당시 <시사저널>의 소유주가 파산해 기자들이 전주를 찾아다닐 때에 비하면, 지금은 상황이 훨씬 나은 편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삼성과의 관계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투자 의향이 있지만 꺼리는 기업들도 있다. 기자들도 5억~6억원의 퇴직금을 내놓는다.

독자 모집은?

=우리를 지지했던 ‘시사저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실명 가입자만 2500여 명이다. 우선 이분들이 정기구독을 약정해줄 것이다. 하루에도 수십 명씩 정기구독 약정자들이 몰린다. 과거 <시사저널> 충성 독자들도 우리한테 올 것이다. 내년에 3만~4만 부가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