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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 문화&과학 > 과학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8년04월10일 제7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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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소동에는 우주가 없다

소련에 대항한 미국의 우주개발 뒤 과학의 국가주의적 경향 심화… 우주인 탑승 행사에 빠진 중요한 질문들은 무엇인가

▣ 김동광 과학평론가

이 글을 쓰는 동안 이른바 ‘한국 최초 탑승 우주인’이 소유즈 우주선에 동승하는 행사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현지에서는 한인 청소년 응원단이 환송식을 할 예정이고, 주관 방송사인 SBS는 발사의 전 과정을 생중계하고 다양한 특집방송을 내보내겠다고 벼르고 있다.

정치적 목적 달성되자 추진력 떨어져


△ 4월8일 우주로 떠나는 이소연씨가 떠나기 전 마지막 훈련 과정 중 하나로 ‘소콜 우주복’을 입어보고 있다. (사진/ ITAR-TASS)

그동안 인터넷을 비롯한 여러 공간에서 이 사업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한쪽에서는 200억원짜리 우주관광이니 <스펀지> 수준의 실험이니 하는 비아냥거림이 있었고, 다른 쪽에서는 우주개발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적절한 이벤트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 우주인 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중요한 대목을 놓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1960년대에 미국과 소련이 벌인 우주경쟁도 당시 냉전의 대리전으로 벌어진 한바탕의 쇼였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1957년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발사하는 데 성공하자, 미국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고 ‘스푸트니크 충격’(Sputnik shock)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당시 케네디 대통령은 소련과의 경쟁에 힘을 모아달라는, 애국심에 호소하는 연설로 의회의 압도적 지지를 얻는 데 성공했고, 그 여세로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부어 결국 먼저 달에 가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정작 정치적 목적이 달성되자 우주개발 계획은 급격히 추진력을 잃기 시작했다. 가난한 사람들은 발사대 한구석에서 무익한 로켓 발사 비용을 복지에 써달라는 내용의 펼침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미국의 우주개발은 과열 분위기로 잠깐 동안 급성장을 이루는 듯 보였지만, 소련보다 먼저 달에 성조기를 꽂겠다는 일그러진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우주 연구는 기형화됐다. 미국의 기형화된 우주연구는 지금까지도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과학자들과 시민사회는 소련과의 경쟁이라는 애국주의에 휩쓸려 ‘왜 그 많은 비용을 들여 달에 사람을 보내야 하는가?’라는 지극히 당연한 물음을 제기하지 못했다. 그로 인해 사회복지나 과학의 다른 분야에 배분됐어야 할 천문학적 액수의 돈이 거대 이벤트 하나에 소모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과학은 거대 과학화의 물살을 탔고, 과학연구의 정치화와 상업화가 가속됐다. 국가가 과학을 주도하는 과학의 국가주의적 경향도 심화됐다. 최근 이 과정을 자랑스레 답습하고 있는 중국의 우주개발에 대해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에게 왜 우주인이 필요한가

인류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이 탄생한 지 47년이 지난 오늘, 정부는 우주 이벤트를 벌이고 국민에게 열광하라고 다그치고 있다. 그래서 우주개발과 과학연구에 더 많은 지지를 보내달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정작 중요한 물음들은 빠져 있다. 우리에게 왜 우주인이 필요한가? 우리의 맥락에서 우주 연구가 정말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어떤 주제가 우선되어야 하는가? 이러한 진지한 논의가 없는 한, 우주인 탑승 행사는 일시적인 흥분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국민적 합의를 얻으려는 지속적인 노력 없이 일회성 행사와 일방적 홍보만으로 과학에 대한 지지를 얻어내려는 시도는 결국 애국주의에 대한 호소로 귀결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정작 과학연구와는 무관하게 주관 부처나 일부 방송사의 이익을 위한 흥행몰이에 이용될 뿐이다.

황우석 사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해당 분야 과학자들의 진지한 문제 제기가 절실하다. 줄기세포 소동에 줄기세포가 없었듯이, 지금 벌어지는 우주 소동에는 정작 우주가 없다. 과학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