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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 ] 2000년11월21일 제335호 

[과학] 불확실성의 공포 ‘프리온 병’

강건일의 과학읽기

1957년 미 국립보건원(NIH)의 가이듀섹은 파푸아 뉴기니 원주민의 전염성 신경병인 쿠루가 진행이 느린 바이러스(슬로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며 이 병이 쿠루로 사망한 사람의 뇌를 먹는 의식에 의해 확산된다고 보고했다. 그뒤 슬로바이러스는 양의 스크래피, 소의 광우병, 인간의 크로이츠펠트-야콥병 등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생기는 ‘전염성 해면양 뇌병증’(TSE)의 원인 병원체로 알려지게 되었다. 가이듀섹은 이 공로로 1976년 노벨의학상을 공동수상했다.

그런데 1982년 캘리포니아대학의 푸루지너는 스크래피 등 TSE의 감염인자가 핵산을 함유한 바이러스가 아니라 단백질성 감염입자(프리온)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뒤 푸루지너는 프리온이 뇌 등 동물조직에 존재하는 정상 프리온단백질(PrP)을 자신의 형태로 바꾸어 증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또 프리온 병이 PrP 유전자의 돌연변이로 생겨 유전될 수 있다는 사실도 입증했는데, 이와 같은 감염성·유전성 질병은 이제까지 의학계에 없었다.

푸루지너가 이 업적으로 1997년 노벨의학상을 받던 때 영국은 큰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1996년 3월 광우병(BSE) 프리온에서 유래된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 환자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1980년대 중반부터 나타난 BSE의 인간 전염 가능성을 무시했다. 1989년에 소뇌와 내장 등 하치 식용을 금지시킨 것이 전부라고 하니 수백만명의 영국인이 BSE 프리온을 섭취했을 것이다. 현재 84명의 vCJD 환자가 발생해 77명이 사망했으나 최악의 경우 수십만명이 사망하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지난 10월26일 발표된 영국의 조사보고서를 다룬 과학계 뉴스는 BSE의 인간 전염성 오판의 배경에 모아져 있었다. 이들은 BSE가 소의 사료에 혼합된 양고기의 스크래피 인자에서 시작됐다고 보았으며 인간이 스크래피에 감염되지 않는 이상 BSE의 인간 전염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실제 BSE가 거의 확실히 한 마리의 소에서 돌연변이가 생겨 나타났거나 다른 종으로부터 전이돼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속에는 푸루지너 등 일부 학자가 제기하는 양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BSE 프리온은 묻혀 있다. 이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쇠고기를 보호하기 위해 성급하게 BSE의 스크래피 가설을 믿었다는 비평과 마찬가지로 양고기를 보호하기 위해 다시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지 않은 셈이 된다. 하지만 현실론을 취해 불확실성을 안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

무엇보다 당장은 BSE 프리온의 섭취에서 vCJD 유발까지의 모든 단계적 과정과 영향인자를 파악하는 일이 시급하다. 또한 개개 프리온을 검출할 예민한 분석법을 개발해야 한다. 그래서 만일 섭취가 확인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푸루지너는 뇌 PrP가 프리온에 의해 형태를 바꾸지 않도록 안정화시키는 방법을 제시하였으나 이런 약이 언제 등장할지는 미지수이다.

전 숙명여대 교수·과학평론가 dir@kop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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